19.

“깨끗하게 꼼꼼히 씻었어?”

“그렇다고 몇번을 말하게 하는겁니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밀어넣더니 씻고 나와서도 계속 묻는 그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계속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게 뭐에요?”

둘이서 마주보고 앉으면 끝나는 자그마한 식탁에는 맥주와 각종 마른 안주들이 그릇에 담겨있었다.

“앉아, 물어볼게 있어”

그는 마른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맞은편 의자를 가르켰다. 나는 그를 보다 의자를 보고 수건을 의자에 걸치고 앉았다.

“무섭지 않아? 나랑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거”

“네?”

“효령그룹 딸 죽인거 나 맞다고”

원래 읽을 수 없는 남자였지만 이현은 무슨 생각인지 빙긋 웃고있었다. 솔직히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지금이야 내가 좋다며 가만히 있지만 원래는 나 또한 저 손에 죽을 뻔했던 사람이였다. 나는 그를보다가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워요.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이 다시 공격 안한다는 보장도 없고 저 또한 그 피해자 여성처럼 죽을 수도 있죠.”

나는 오늘 하루 내가 생각했던것에 대해서 말했다. 어쩌면 이 말을 했다고 이현은 기분이 상했다고 화를 낼수도 더 크게 가다간 재미없다며 모든걸 끝낼수도 있다. 그는 알수없는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거고 제 힘은 나름 강하다는거죠”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였다. 도망가봤자 상대는 죽지도 않고 온갖 사기 스텟은 전부 찍은 이현이였고 갈곳은 P.OE밖에 없을 것이였다. 그렇다면 어쩔수없이 이 싸움에 끼고 마는 결말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엔딩은 이쪽에서도 사양이였다.

“ㅍ..푸하하!”

이현은 잠시 조용히 나를 바라보더니 크게 웃었다.

“진짜, 이러니까 네가 마음에 들 수밖에 없는거야”

이현은 웃음을 진정시키며 눈을 휘었다. 이쁘고 잘생긴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더니 그 눈 웃음을 보고 살짝 두근거렸다. 진정하자 상대는 정신이 안좋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께. 초능력이 후천적으로 발현했다는거 확실해?”

“네”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이현은 ''흐응'' 하머 눈을 가늘게 떴다. 윤성진이 거짓말을 하는건 아니였다. 거짓말하는 눈빛도 아니였고 그는 이런걸로 굳이 거짓말할 인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불사의 몸으로 살면서 몇년간, 몇십년간, 몇백년간 그런 경우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어 너희 가족중에 초능력자였던 사람은 없어? 초능력이 유전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유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봤어. 정말 가끔이지만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니까”

나는 그 말에 어렸을 적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초능력자셨어요...별로 큰 힘은 아니셨는데 숟가락을 겨우 구부리는 염동력자였어요. 강한 초능력이 아니시다보니 있는둥 없는둥 살고 직장도 평범한 샐러리맨 이셨죠 어머니는 그냥 평범한 주부셨고”

“그렇다면 처음에는 아빠처럼 약했다가 크면서 강해졌다고 생각할수 있겠군...”

“하지만 이현씨 말대로라면 그것도 아니에요 전 입양아거든요 친부모도 능력자가 아니고”

이현이 눈을 크게 뜨고 마시던 맥주를 내려 놓으며 바라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 움직이며 맥주를 깠다. 난 내 친부모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친부모 나를 때리거나 타박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화를 낸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딘가에 미쳐있었다. 나를 보며 무언가를 빌었고 존댓말을 쓰며 나를 낳기전 하늘에서 자신을 데리고 왔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때가 됐다며 내가 9살때 죽어버리셨다.

딱히 좋은 추억도 아니고 초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서 맥주를 마시며 이현을 바라보았다. 이현은 뭘 생각하는지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빠진것 처럼 보였다.

“그럼 당신은 처음부터 발현한 초능력자인거죠?”

처음부터 그렇게 사기적인 능력들은 가지고 태어났으면 지금 보다 얼마나 난장판이였을까

“뭐 그렇지, 하지만 큰 능력은 아니였어 지금으로 따지자면 그냥 눈에 조금 띌 정도였지”

눈썹을 크게 휘었다. 눈에 조금 띄기에는 그가 벌였던 일을 생각했다. 혹시 조금의 기준이 다른걸까

“궁금해?”

“네?”

뭐를? 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 과거.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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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25 06:03 | 조회 : 1,691 목록
작가의 말
걷는 팬더

습기가...내가 물속에 사는 기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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