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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얼굴 보기 왜 이렇게 힘드냐"

"그래도 같이 영화 보러 와줬잖아"

영화 보고 난 후 이훈이와 같이 밥 먹으러 콩나물국밥집에 왔다 만났을 때부터 지금 까지 약간 삐져있는 얼굴이었다

"너. . .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저번에 말한 그놈하고 P.O.E 싸움에 새우등 터졌다던가"

"새우등 안 터졌으니까 걱정 마라"

"그래도 내 주변에 초능력자가 있는 줄 몰랐다 나한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인간들이었는데"

나는 국밥을 먹으면서 그 말에 약간 동의를 표했다 내 초능력은 쓸모가 없어서 안 쓰다 보니 그저 일반인같이 살기에 급급했고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초능력 사건을 들을 때 다른 세상의 인간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P.O.E에 들어가기로 한 거야? 솔직히 그게 안전하지 않을까? 잘 지켜주긴 할 텐데"

"아니 딱히 위험하진 않더라고"

집에 있는 이현을 생각하며 처음 봤던 모습과 달리 무서움이라곤 1도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샐리가 안 보이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자며 끈질기게 전화하고 모습을 비췄었는데 한동안 보이지가 않았다

"포기했나 보지 너는 한번 굳이면 완고하잖아 그래서 전 애인이랑도 헤어졌을때 무섭더라 너 개가 다시 와서 잘못했다고 비는데도 눈 깜짝 안 하고 돌려보냈잖아"

"그 후에 미친 것처럼 와서 달려들었었잖아 이 얘기 그만하자 속 안 좋아 질려 한다"

"생각해보면 넌 좀 그런 애들이 많이 꼬이는 것 같아 중학생 때도 옷 훔쳐가던 애 있었고 고등학생 때는 머리카락 뽑아가는 애랑 열렬한 스토커인 애 있었잖아 대학생 때는 전 애인 등등 너무 많아서 기억도 안 난다"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라"

이훈의 말대로 나는 연애 복이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색다르게 표현했고 덕분에 잊히지 않았다

"무슨 일 생기면 불러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

이훈과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그때는 같은 반이여서 그저 아는 애였고 그를 알게 된 건 중2 때였다 그 당시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나에게 반장의 책임을 가지고 프린트 물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

"너 진짜 친구 없지?"

"뭐?"

싸인 란에 사인을 하는 것을 지켜보던 이훈이 팔짱을 끼고선 내 말이 틀려?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는 그 행동을 무시하고 가정통신문을 돌려주었다.

"언제 낫는데? 다리"

이훈이 손가락으로 다리를 가르키자 나도 내 다리를 쳐다보았다. 차가 함몰된 상태에서 다리만 다친 건 기적이라며 주변에서 말이 많았지만 자신은 이미 마음의 병이 커져버려 다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신경도 쓰지 않고 있어서 언제 나을지는 나 또한 몰랐다.

"계속 와줄까?"

"됐어 친하지도 않으면서"

이훈은 앉아서 책 읽고 있는 성진을 바라보았다. 그 자신은 몰랐겠지만 성진은 나름 유명인이었다. 단정해 보이면서도 신비롭게 생겼다는 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항상 모든 선생님들의 입방아에 오르기에도 일수였다. 그리고 무리 지어 다니지 않음에도 당당함에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반장 가라 나 책 볼 거야"

"그러려고 했어 그리고 나 반장 아니야 최이훈이라고"

팔짱을 끼고 새침하게 말하는 이훈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아 조금 귀엽게 느껴졌었다. 내 웃는 얼굴을 보더니 만속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일 보자"

"안 와도 된다니. . .까"

이미 사라져 버린 이훈을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훈은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병실에 들락날락했다.

"너 맨날 늦게 가면서 부모님이 뭐라 안 해?"

이훈이 사온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말하자 입에 한가득 넣고 우물거리던 이훈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집에 들어오던 안 들어오던 신경 안 쓰셔 형한테 신경 쓰느라 바쁘신걸"

꿀꺽 소리를 내며 삼킨 이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며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냈다.

"형이 좀 건강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천재거든 그에 비해 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래서 별로 관심을 안주시는 것 같아. 난 그거에 적응 한 거고"

"나랑 좋은 학교 가자 공부도 열심히 해서 너도 대단한 녀석이라고 보여주는 거야"

이훈은 케이크를 먹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이훈을 바라보았다. 이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알을 핑그르르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였다. 항상 옆에 있어준 건 고아라고 놀림을 당할 때도 친척들이 와서 난동을 부려도 묵묵히 무시하는 나에 비해 이훈은 성질을 못 참았었다.(경찰서까지 간 적도 있다.) 추억을 생각하며 묵묵히 밥을 먹고있는 이훈을 바라보자 왜 징그럽게 쳐다보냐는 말을 들었지만 항상 옆에 있어준 그에게 미소가 나왔다.

"맞다 최근에 떠들썩했던 사건 하나 있었잖아 효령 그룹 맏이 자살 사건"

나는 며칠 전 종일이 P.O.E가 움직인다면서 흥분했던 종일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새벽에 P.O.E에서 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어 평소라면 나도 신경 안 쓰는데 P.O.E라고 뜨자마자 네가 생각나서 봤지 알고 보니 맏이라는 그 여자 초능력자였다는데? 근데 발현이 얼마 안 됐던 초능력자였나 봐 너도 저번에 당할 번 했었다며 다시 그런다는 보장 없으니까 너도 조심하라고 엄연한 살인범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수틀리면 바로 없애러 올 수도 있다는거지"

순간 집에 있는 그 남자가 생각났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없애는 모습이 그려졌다. 충분히 가능성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 남자는 자신은 죽이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건 유명한 효령그룹의 맏이가 초능력자였다는 걸 P.O.E측에서 모를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설마...

"조심하라는 경고인건가?"

갑자기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벽쪽에 앉아서 인지 보이는건 벽이였고 올라가는 곤충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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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1-07 23:26 | 조회 : 2,151 목록
작가의 말
걷는 팬더

어어어어어..죄송합니다 ㅠㅠ 정말로ㅠㅠ 수능 준비를 하느라 잘 못올렸네요 ㅠㅠ 효령그룹은 1편에 가면 아실 겁니다!(기억 안나실려나....) 이번편은 성진과 이훈이 절친이라는 걸 알려주는 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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