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당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4)

마주 닿은 입술 안에서 루젠의 혀는 에르미온의 치열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루젠을 들이지 않고자 울타리를 쳐놓은 에르미온이 루젠을 향해 멍해져 있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 더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지, 라고 하는 양.

에르미온의 가지런한 치열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려 마치 노크하듯 루젠의 혀가 딱딱한 치열의 틈을 몇 번 두드렸다. 들어오려는 노크에 에르미온은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루젠과 맞닿아 있는 입술을 도로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맞붙어있던 입술 사이에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틈이 조그맣게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서 놓칠 순 없다고, 루젠은 생각하며 말랑한 혀끝으로 에르미온의 잇몸을 부드럽게 핥았다.

“으응.....”

에르미온의 동공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눈이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스르륵 감겼다.

입 안을 오가는 더운 숨결에 온 몸을 여리게 휘감는 전율은 에르미온의 얼굴에 분홍빛으로 칠을 해놓았다.

루젠이 손톱만큼 얇게 실눈을 뜨고 바라본 에르미온의 얼굴빛이 봄꽃의 색처럼 물들어있자,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욕망에 그는 에르미온에게 잡아먹듯이 파고들었다.

루젠이 에르미온의 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가 이내 자신의 혀로 휘감는다. 뒤엉킴을 반복하며 루젠의 혀가 에르미온의 입 안 곳곳을 자신의 타액으로 메워나가자 에르미온의 몸이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움찔거렸다.

보일 듯 말 듯 미약하게 흐르는 눈물이 에르미온의 뺨 위에 올려진 루젠의 손에 뜨겁게 다가왔다. 그저 한 방울도 되지 않는 눈물이었음에도 그게 루젠의 몸에 남기고 간 물기는 희열이 되어 루젠의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크고 거친 손가락이 답지 않게 세심한 손길로 에르미온의 눈가를 살짝 훔쳐 내었다. 눈물을 닦아낸 손이 아이를 어르는 듯이 에르미온의 뺨을 몇 번 쓰다듬었다 살그머니 그의 귀로 향했다.

인간보다 얇고 뾰족한 귀에 손가락이 살짝 닿자마자 에르미온이 흠칫 놀라 비틀거렸다. 종잇장처럼 얇은 귀를 살살 문지르는 손길에 뺨에 담겨 있는 분홍빛이 더욱 짙어지는 것이 보였다.

스치듯 농염하게 움직이는 손에 입 사이에서 오가는 에르미온의 숨결이 점점 들뜨다 결국 참을 수 없는 느낌에 그의 고개가 살짝 더 기울어졌다. 어느새 에르미온의 길고 흰 손가락이 루젠의 옷깃을 꼭 붙잡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귀는 더 이상은, 정말로 위험해.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에 에르미온이 계속해서 감기려 하는 눈을 억지로 떴다.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듯한 에르미온의 눈동자가 루젠 쪽을 향했다.

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쯤 풀려버린 채 물기를 머금고 있는 에르미온의 눈에 잠시 루젠의 이성이 끊어지려 했다. 천천히 귀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자신의 몸에 미약하게 전해져 오는 진동을 느끼며, 여기서 더욱 나갔을 때 그가 할 반응이 궁금해졌다.

그래도 루젠은 눈앞의 남자에게 아직은 그가 원하지 않는 고통은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욱 컸다.

그런 마음에 하는 수 없이 루젠은 마지막으로 에르미온의 입천장을 핥아낸 뒤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귀에서 머물던 손도 함께였다.

루젠이 한 걸음 에르미온에게서 비켜 서 주자, 휘청이던 에르미온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힘없이 넘어지려 하는 그의 몸을 루젠은 본능적으로 달려와 받쳐 안았다.

온 몸의 체중을 모두 루젠의 팔에 실은 채 에르미온이 루젠을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자 에르미온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바람에 수정같이 반짝거리며 맺혀 있던 눈물이 그의 코끝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그의 얼굴의 홍조 위로 머금은 눈물을 닦아 주는 루젠의 손가락이 지나갔다.

에르미온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지만, 루젠은 다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에르미온의 귀에 바람이 스치듯 속삭였다.

“이제, 아까 아프던 건 괜찮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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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4 06:16 | 조회 : 1,08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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