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외전 - [차승현]의 시각(5)

잠든 것을 확인했지만 혹시 중간에 깨서 또 울면 어쩌나 싶어서 끌어안고 잤다. 물론 순수하게 안정감을 주려는 목적이었다. 중간에 옷이 잡아 당겨지는 감각에 한 번 깼는데 내 옷을 꼭 잡고 자는 모습에 차마 어쩌지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더니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당황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에 푹 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일어났니?”
“으힉-! 아, 넷! 죄, 죄죄, 죄송해요! 빨리 떨어지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뇨! 그, 어제는! 죄송했어요!”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차피 다 내가 좋아서 한 거고.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저렇게 당황하는 걸 보니...

“어제 기억은 나는가보네?”

내 질문에 갑자기 멍해지기에 침대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또 정신 놓고 있네. 아,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기억났나봐?”
“아, 아뇨!”
“그래?”

아닌 것 같은데? 거짓말 하는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지. 침대에서 내려왔다. 찔리는 부분이 있는지 눈을 찔끔 감는 모습이 귀여웠다. 같이 찡그려진 콧등을 살짝 쥐었다가 놔주었다.

“에?”
“사랑해, 아진아.”
“네?”
“사랑한다고, 너.”

갑작스러운 고백에 이해가 잘 가지 않나. 아니면 예상을 못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인건가.

“네에에에에--?”
“솔직히, 이렇게 놀라는 반응을 원한 건 아닌데 말이야.”

퍼뜩 놀라서 물러서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어제는 저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더니 막상 내가 좋다고 고백하니 기겁하는 것은 뭐야.

“아, 그러면 고마워요?”
“넌 참, 이상한데서 맹하다니까.”
“그러면요?”
“사랑해요.”

게다가 답변도 이상하다. 고맙다가 아니라 저도 사랑해요.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맹한 반응이 나와야 아진이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좀 놀려볼까.

“어제처럼 형아 사랑해요- 해봐.”
“제, 제가 언제...!”

그래도 장난에 바로 반응이 들어온다. 잔뜩 흥분해서 아니라고 말하려던 아진이가 멈칫하더니 서서히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어, 완전히 기억한 건가. 그리고는 눈을 꼭 감더니 자그마한 입을 천천히 벌린다.

‘키스하고 싶다.’

“혀, 형아...”
“응~”
“사, 사, 사...”
“뭐라고?”

‘귀여워...’

엄청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랬더니 발끈해서는 큰 소리로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사랑해요!”
“…………”

나를 보고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개를 슬며시 드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선뜻 손을 내밀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젠 너도 허락한 거다?

“에...?”
“나도, 사랑해-”

금방이라도 깨어질 유리 공예품처럼,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힘을 주어 안았다. 발갛게 달아오른 귓가에 아이가 안심하도록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어 말했다.

“읏...”

이제야 자각한 건지. 또 울고 있었다. 우리 아진이 완전 울보네- 그렇게 계속 울면 머리 아플 텐데. 눈꺼풀에 살며시 입술을 대었다.

“평생, 같이 있어줄게.”
“흐윽-! 흡!”
“사랑해. 사랑해 아진아.”

눈물을 닦으려는 손을 붙잡았다. 자꾸 손대면 쓰라릴 거야. 그리고 그대로 손바닥에 입술을 맞두었다. 전날 도장을 찍었던 바로 그 자리에. 아진이에게서 눈을 때지 않으며 살짝 핥았다.

“흣,”

달콤한 반응에 절로 흥분이 되었다. 이제 그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맞대기 바로 직전,

지이이잉- 지이이잉-

“……………”
“……………”

지이이잉- 지이이잉-

“……받아요. 급한 전화면 어떡해요.”
“……미안.”

전화한 놈 죽여 버릴까. 그래도 착한 우리 아진이 봐서 일단 참는다. 어깨를 감싸던 손을 푸는 대신에 허리를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슴에 기대오는 작고 가벼운 무게감에 슬쩍 웃었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용건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4명이 강아진이라는 분을 내놓으라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네, 와보셔야 할 것, 피해!]
“흠...”

고등학생이라면 아아, 저번에 보고 받았던 녀석들인가. 살짝 불안한지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모습에 안심하라고 가볍게 웃어주었다. 별 것 아니니까.

[죄송합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떻게 할까요.]
“내가 가지. 일단 끊어.”
[예.]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모든 열기는 식어있었다. 그것도 문제지만 가장 문제인 것은 지금 내가 나가봐야 갰다는 것이다. 난처한 상황에 머리를 쓸었다.

“아마... 그 녀석들인가 본데, 미안해. 잠깐 가봐야겠다.”
“미안해요...”
“네가 왜 미안해 해? 남의 집에 함부로 쳐들어온 녀석들이 잘못한 거지.”
“그래도.”
“일단 가봐야 할 것 같다. 넌 여기에 있어.”
“같이 가요. 그래도 제 일이잖아요.”

그래도 자신이 연관된 일이니 따라 나서겠다는 진지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아직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나가다니, 걱정이 되어 내 것이라 좀 크겠지만 겉옷을 걸쳐주었다.

“가지.”
“네.”

차를 타고 나서 생소한 환경이라 어색한지 눈치를 보는 모습에 걱정하지 말라 면서 손을 잡아주었다. 손을 잡아주자 빙긋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들과 마주쳤다. 다들 한가락 하는 집안의 아들들이라더니 기대한 것 이상으로 실력들이 좋았다.

그런데 여러 마리가 몰려온 것을 보니 정보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는데? 혹시 아진이가 말려들까 봐 걱정되어 뒤로 물렸다.

“이거이거, 4명만 온 게 아니라... 아주 패거리를 끌고 왔네.”

전화한 놈 누구야?

“아진아~~~~ 내 꺼~~ 슬우 왔찌요!!!”

떨어져 짓밟힌 개나리 꽃잎색의 머리를 한 놈이 웃으면서 옆의 상대를 쥐어 팼다. 기분 나쁘게 웃는 녀석에게 아진이가 마주 웃어주었다. 기분이 정말 나빠졌다. 누가 누구 거라고?

“앗, 나의 아기 고양이! 조금만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이번에는 고추장 머리였다. 녀석은 입이 찢어지게 웃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저 주둥이를 완전히 찢어주고 싶었다. 아기 고양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한 대 쳐줄까 고민이 되었다.

“괜찮습니까?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마치, 저번에 단 둘이 있었을 때처럼 요.”

상한 진흙 머리를 한 녀석이 말했다. 네 주제에 갈색이라니. 특히 도발하듯이 나를 보면서 웃어 보이는 것이 아주 가관이었다. 호오- 둘이 있었다고? 바닥을 치는 기분과는 다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시발, 안 비켜? 야! 강아진! 너 시발, 내가 아무나 홀리고 다니지 마랬지?! 저번처럼 당하고 싶어?”

당해? 날이 무딘 칼날 색의 머리를 한 녀석이 욕을 지껄였다.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씹었다. 이...

“미친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표하는 아진이를 보았다. 좀 유치하기는 한데, 저 녀석들에게는 이게 제일 효과적일 것 같아서.

“아진아.”
“네?”
“아진이는 누구 꺼?”

최대한 잘생기게 웃었다. 아진이가 멍한 얼굴을 했다. 반하는 것은 좋은데, 대답 좀 해볼래?

“승현이 형이요.”
“잘했어.”

단번에 기분이 최고조로 끌어올려졌다. 잘했다는 뜻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주위에서 놈들이 경악해서는 지랄했다.

“아진이는 내 꺼야!”
“내 아기 고양이야!”
“내 것에서 당장 손 떼시죠!”
“시발! 너 내 꺼 건들지 마!!”

‘죽일까.’

하지만 내가 나서기도 전에 내 사랑스러운 연인이 먼서 선수를 쳤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대박이란 말이야.

“이 미친놈들아----!!!”

푸핫-! 귀여워 미치겠네. 회상에서 벗어나 아직도 침대에서 꼬물거리는 제 연인을 바라보았다. 잠이 많아서 큰일이네.

“아진아, 이제 일어나야지.”

네-

3
이번 화 신고 2017-02-23 20:04 | 조회 : 3,858 목록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엉엉엉어어ㅓ엉엉어엉 이렇게 아진이는 승현이랑 이어졌지만 사대천왕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V* 꺄항? ...지송합니다. 제가 지금 혼신의 힘을 다하느라 진이 빠져서...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