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였다

‘더러워’

그의 말이었다. 10년간 짝사랑해오던 이였다. 대학시절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저를 처음으로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었다.

성격도 좋고 다른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그를 동경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경하는 마음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고 커져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곁에 머무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속이느라 무던히도 애썼다. 그리고 모든 것을 그에게 맞췄다. 그 결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인기가 많은 그답게 수많은 여자 친구를 사귀었고 그때마다 그는 그녀들을 데리고 와 자신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데이트를 할 때면 곧 잘 자신을 불러내서 그녀들에게 눈총을 사기도 했다.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져 술을 진탕 마시고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 하소연 할 때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뻐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 무렵

그가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신부와. 상냥하고 웃는 모습이 예뻤던 그녀와 손을 잡고 꼭 식에 와 달라고 하는 말에 그저 그래 하고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답답한 마음에 술을 진탕 마신 것이 화근이었다. 본래 술도 잘 못 하는데다가 무리하게 마셨으니 취하지 않고는 배기겠는가?

그대로 그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놀라서 나온 그의 뒤로 그녀가 보였다. 그 순간 정신이 나간 나는 그에게 무작정 고백하고 말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얼굴이 굳었고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녀를 성급히 안아들고 병원으로 가면서 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들이 떠나고 한참 뒤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그렇게 10년간 품어왔던 사랑이 끝이 났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소매를 축축하게 적시며 흐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었다. 너무나 추해졌을 내 모습에 욕실로 가서 간단히 씻었다. 눈물도 어느 정도 멈추었다. 멈추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삼켜낸 울음이 내 마음을 깊게 파고 들어서.

또다시 흐르려고 하는 눈물을 간신히 멈추고 책장 앞으로 가 책을 꺼냈다. 그에게 남모르게 상처 받을 때면 항상 소설을 한 권 꺼내어 읽곤 했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주인공이 나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간단한 인소였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오글거렸을 대사들이 어찌나 절절하게 와 닿는지, 내가 많이 취하기는 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결말이 어정쩡하게 끝났다. 가뜩이나 실연당해서 슬픈데 이제는 소설까지도 그랬다. 하필이면 왜 이런 소설을 골랐는지 침대에 털썩 누우며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차라리 내가 들어가서 꼬시는 게 낫겠다!!”

그 말이 화근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그렇게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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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5 18:44 | 조회 : 7,07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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