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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몰래 들어가 읽던 책에서는 그랬다.
'신은 모두를 사랑한다'

'퍽'
질퍽한 소리와 함께 내가 오늘 아침 만든 스파게티가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지금 그걸 스파게티라 만든거니?"




오늘도 어김없이 루루카 아줌마의 구박이 시작되였다. 스파게티 맛이 어떻냐니, 청소상태가 불량하다, 말 먹이를 아직도 왜 아직도 안 챙겨줬냐는 등, 하나하나 트집잡았다.


"아무튼 아침 다시 만들어"


루루카 아줌마는 문을 세게 닫고는 나가버렸다. 책은 다 맞는 말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 야 신은 이 불쌍한 소녀를 그냥 나두겠나.
다시 만든 아침은 루루카 아줌마의 입맛에 맞았는지 조용히 먹어댔다. 하지만 루루카 아줌마의 딸, 미셸의 입은 그러지 못했다.


"얘, 너 오늘 씻었니?"
"........"
"어우, 사람 집에서 가축냄새가 난다 야~ 하긴 넌 가축이지?"
"................난, 가축이 아니야."
"마굿간에서 자는 게 가축이지, 사람이냐?"
"................."
"야, 말냄새가 나니까 좀 깨끗이 씻고다녀! 냄새가 고약해서 원"



더이상 같이 있어도 좋은 말이 나오지 못할 걸 알기에, 말 먹이를 주러 밖으로 나갔다. 문 너머 루루카아줌마와 미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쟤는 인형이야 뭐야. 표정이 변하지가 않아. 감정이 있긴 한거야?"
"냅둬, 쟤가 있으니 편하잖아. 실컷 부려먹어."
"그래도 난 쟤 볼 때마다 섬뜩해. 죽은듯한 눈이라고 저건."



미셸은 학교를 가고 루루카 아줌마가 친구를 만나러 간 지금 이 때가 나에겐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이 오면 항상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고는 한다. 판타지, 로맨스, 추리 소설 등등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가끔씩은 책의 주인공처럼 사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게 망상을 하고 난 뒤 현실로 돌아오면 더욱 비참해지곤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은 나에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늘도 두근대는 마음으로 서재를 둘러봤다. 여전히 루루카 아줌마와 미셸이 손끝하나 건들지 않아 깨끗한 책들은 자신을 읽으라는 듯이 자태를 뽐내었다. 나는 그 중에 판타지 소설 하나를 꺼내었다. 내용은 부모를 잃고 뒷골목에서 가난하게 자란 주인공에게 한 악마가 나타나 욕망을 이뤄주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의 욕망이 차차 이루어지고 점점 행복해져갔다. 집중해서 책을 읽는 도중에 루루카 아줌마의 모습이 창문으로 보였다. 예상보다 금방 돌아온 것이다. 나는 허겁지겁 책을 꽂은 다음 서재를 나와 청소하는 시늉을 했다. 루루카 아줌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또 트집을 잡기 시작하였다. 루루카 아줌마가 뭐라 하셨지만 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까진 읽던 책의 뒷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굿간 천장의 창문으로 보이는 달을 보았다. 오늘따라 푸르게 빛나고 있어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읽었던 소설에서 악마가 처음으로 등장할 때도 푸른 달이 빛났다. 소설에서처럼 악마는 욕망을 이뤄준다면 나에게도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어....일어..."


"...?"


"어이~ 일..나!"


누군가 날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칠흑처럼 까만머리에 보석처럼 빛나는 붉은 눈의 소년이 나의 위에 앉아있었다.



"...?"




당황해 멍해있는 나에게 소년은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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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5 06:34 | 조회 : 440 목록
작가의 말
mindo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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