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_환생의 길을 걷다.

태호의 장례식 3일 뒤-

"나도 이제 떠나가겠구나..."

솔직히 3일이란 시간을 버틴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늙어서도 빠짐없이 정기를 넣어준 태호의 덕이 컸다. 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발이 부스스-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묘족의 죽음은 늘 같다. 소리소문도 없이 이 세상에서 흔적을 지우는 것.



"여긴 어디지?"

똑같은 세상이었다. 아직 죽지 않았던가? 그건 아니다. 최대가 3일이었으니... 자신의 눈 앞에는 공중전화가, 손에는 500원짜리 동전만이 쥐여있을 뿐이다.

"이게 무슨...."
"사...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닥쳐"

짜악- 거칠게 뺨 때리는 소리가 났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달빛에 잠깐 비친 얼굴은 자신이었다. 30년 전의. 그제서야, 준은 깨달았다. 30년전의 과거로 온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강간 당하기 직전의. 동시에 태호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했다던.

"그렇군. 신의 장난인가. 농간인가. 또다시 그 아픈 사랑을 할 것이냐는 선택지를 내게 쥐어준 셈인가."

이대로 신고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그저 강간당하고 죽임을 당할 터 였다. 신고를 하게 된다면 또 다시 태호와 마주치겠지.

"풋- 너무 쉬운 선택 아닌가?"

준은 망설임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신고를 마친 직후 자신의 몸은 또다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

"푸하하하!! 제 말 맞죠?"
"쯧, 진짜로 선택 할지는 몰랐는데"
"우리 준이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나, 참, 도대체 저 얼빠진 놈이 뭐가 좋다고..."
"뭐라고요?"
"어이, 어이, 준 깼어"
"어, 준~"
"이게 무슨..."

일어나보니, 무의 공간에서 태호는 '누군가'와 투닥투닥 말다툼을 벌였다. 그 누군가가 신임을 깨닫게 된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에잉, 쟤가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이래봬도 2번이나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이루어낸 사랑이라구요!"
"시끄러워"
"지금 이게 무슨..."
"아아~ 신이랑 내기 했어. 과연 니가 누구를 선택하는지. 뭐, 내가 이겼지만."
"내기에서 졌으니 소원 들어주마. 그래서, 소원이 뭐지?"
"당연한 거 아닌가? 다음 생에서도 준과 함께 였으면 좋겠어!"
"그건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니다만... 너넨 어차피 돌고돌아 또 만나게 될 운명이니."
"엣? 우리 운명인건가?"
"시끄럽고. 자자, 이제 환생해야지?"
"왜 내 말만 무시야, 맨날!"
"흥, 너 마음에 안 들어."
"나도 신이 만들었거든!"
"그 신이 나거든!"
"둘이 참...."

처음 만난 신은 은근 유치했다. 태호의 수준과 딱 맞았달까.(물론 준의 시선으로만.)

"저는 어디로 환생하게 됩니까?"
"아, 너는 송 수랑이라는 이름으로 환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나는!!"
"너는 안 공현이라는 이름... 어...?"
"왜? 무슨일인데?"
"흥미롭군. 일단 내려가 봐"

휘적거리는 손짓에 두 사람은 그대로 환생의 길을 걸었다. 홀로 남겨진 신은 싱긋 웃어보였다.

"한 사람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라 ... 결국 또 두사람은 해피엔딩이네"

신, 아니 작가는 또 다시 웃는다. 새로운 시작의 길에 또다시 둘을 데려다 놓았다. 두사람은 또 다시 해피엔딩을 찾기 위해 헤메이겠지. 그게, 너희의 운명이다.


-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 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드라마 '도깨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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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31 13:40 | 조회 : 2,241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이소설은 전작 '순수공X타락수'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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