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_결혼식 (完)

1달 뒤-

"결혼식은 단촐하게 묘족식으로 하기로 했어"
"언제야? 나도 초대해줘!"

시끌벅적한 경찰서 안. 태호의 결혼이야기가 한창이다. 결혼식은 2월 26일. 한달 남은 결혼식에 사람들은 초대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아우, 시끄러워!!"
"치, 묘족 부인 좀 보자구요"

빼꼼-
"저... 저기요.."
"에, 준?"
"와아-- 태호 와이프님 오셨다아---"

준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난장판이 된 경찰서 안.

"주..준... 어떻게 온거야?"
"으응, 강 형사님이 초대해 주셨어"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준 때문에 태호는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이었다. 물론, 속으로는 강 형사를 어떻게 굴릴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

"한 태호 군은, 백 준 군을 사랑하고 아껴 줄것을 맹세합니까?"
"넵"
"백 준 군은, 한 태호 군을 아끼고 펴생 바라볼 것을 맹세합니까?"
"예"
"이제 두 사람은 묘족의 나무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준과 태호는 거대한 묘족의 나무로 다가갔다. 묘족의 나무를 통과한 부부는 백년가약을 맺게 된다.

"우와, 준!!! 이거 봐!"
"푸흐, 태호 형, 애같아요"
"이런 거 안 신기해하는 니가 더 신기해"

두 사람은 두손을 꼭 잡고 묘족의 나무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다. 묘족의 나무는 두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주었다. 손 쉽게 나무로 들어온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뿐이었다.

"다음엔 뭐해?"
"몰라요, 저도"
"에?"

묘족의 나무 안에는 커다란 수정구슬이 자리잡고 있었다. 신기한 듯 수정구슬에 손을 댄 태호는 비춰지는 영상에 움찔- 몸을 떨었다. 옛날 모습이 나왔다. 태호의 아기 떄 모습과 학교 때 모습, 그리고 시간여행을 하며 지금까지의 모습이 비춰졌다. 태호는 아련한 모습으로 영상을 바라보았다.


-

"태호 형..."
"으응? 아, 미안."
"묘족의 나무가 과거를 보여주면서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는 건가봐요"

준 역시 수정 구슬에 손을 댔다. 우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준의 어린시절 역시 지나갔다. 태호는 엄마미소를 지으며 그으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한참 수정구슬을 구경하다가 이층으로 올라간 둘은 또 한번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와..."
"되게 좋다, 역시 묘족식 결혼이 더 내 스타일인 거 같아"
"헤헤, 그러게요"

멋드러지게 꾸며진 방과 커다란 욕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읏챠"
"아앗, 형! 뭐하는 거예요?!"
"한 판 뛰셔야죠, 부인"
"으, 이게 놓아요!"
"허니문 베이비, 나 완전 기대하고 있답니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예요?"
"사랑합니다, 준"
"저...저도요"
"사랑해, 준. 이제는 이 손 놓지 않을게"
"저..저도, 놓지 않을게요"

뜨거운 그들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40 년 뒤-

"여보세요?"
-한 태호 부장님 댁 입니까?
"그런데요"
-오늘 오후 1시 반 총상에 맞으셔서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전화를 받던 준이 주저 앉았다. 늙은 나이에도 여전히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준. 그리고 그런 준을 부축하는 두 사람.

"엄마? 무슨 일이예요?"
"너네 아빠가... 아빠가.."
"어디 병원이래요?"
"전화 받아보렴.."

태호의 두 딸이었다. 딸들은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이런 일 한 두번 있나요, 뭘"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오늘은 왠지 불안하구나"


"한 태호씨 가족분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저어... 곧 사망하실 것 같습니다...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상태라서요."

의사의 말을 들은 준이 태호의 손을 부여잡았다.

"형, 나...나 왔어..."
"후욱... 준, 왔구나.."
"형, 어떻게 이래... 내 손 놓지 않겠다며!!!"
"후욱...후욱... 준, 사람 일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니..."
"형, 죽으면 나도 따라갈거야.."
"후욱... 준..."
"형, 사랑해... 백 준이.. 한 태호를 죽을 만큼 사랑해"
"나..도... 너에게.. 마지막 말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또렷했던 마지막 말과 달리 태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행복했던 생이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7-01-26 14:03 | 조회 : 2,272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