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이거 니가 한 거야?"
"네!"
"그래, 니가 아니면 어떻게..."
새까맣게 태워버린 볶음밥을 보며 태호는 심란했던 생각이 다 날아가버리는 듯 했다.
"준, 너 다시는 요리 하지 마라. 아니, 아예 주방으로 들어오지 마"
"헤헤, 이거 먹을 수는 있어요!"
"버려"
"네에? 그래도... 아깝잖아요.."
"버려"
"네에..
단호한 태호의 말에 시무룩해진 준이 볶음밥을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에 버려버린다. 태호는 푹- 한숨을 쉬고는 소매를 걷어 다시 저녁 준비를 한다.
"먹자"
"우와, 이러니까 우리 신혼부부 같다, 그죠?"
"이상한 말 하지 마라"
시뻘게진 귓바퀴를 보며 준은 더더욱 놀려대기 시작했다.
"왜요, 딱! 아내, 남편!"
"큼, 밥이나 먹어"
"치, 안 넘어 오네"
"설거지는 니가 해"
"주방 물바다 되는 꼴 보고 싶은신가 보죠?"
"그럼 내가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다 내가 해?"
"대신 저 청소하잖아요"
"시끄러, 설거지는 니가 맡아 해"
"네에"
"설거지 다 했어요!"
크게 소리질러도 답이 없자, 거실로 향한 준은 풋 웃었다. 쇼파에 퍼질러 자고 있는 태호가 너무 귀여워 보였다. 태호의 머리를 정리해주다가 털썩 주저 앉아버린 준은 쇼파에 기댔다. 웅얼웅얼 잠꼬대까지 들렸다. 아, 이 사람 진짜. 경찰 맞아?
"다행이다, 형. 그렇게까지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좋은 인연 만났어."
허공에 대고 말하는 그 모습이 비 맞은 강아지 마냔 처량해보이기 까지 한다. 형, 형, 무심한 나의 형. 나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운 형. 근데 미워할수가 없어.. 어떡하지?
"정말로, 이 사람에겐 미움받기 싫어..."
형, 나 이제 정말로 내 마음을 주어도 될 것 같아요.. 이 사람이면, 나를 받아줄 것만 같아요.
"형의 말은 틀렸어. 난 버림 받았지만 다른이를 사랑할 줄 알아. 형이랑 달라."
쓸쓸한 혼잣말이 방 안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