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알고싶어 잘라내었고 알지 못해 잘라냈다

“난 저런 사람들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그냥 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옆 테이블의 사람들을 보며 말을 꺼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옆 테이블을 보았다.
보이시한 분위기의 머리가 짧은 여자와 예쁘장한 여자가 마주보고 앉아 다정한 대화와 손장난을 나누고 있었다. 충분히 오해할 만할 정도로 다정했다.
잠시 동안 그들을 본 후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음.. 그냥 친구사이일 수도 있잖아.”

너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이 대화주제를 끝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저런 사람 있으면 완전 소름일 듯.”

그녀의 단호한 표정과 말투가 옆 테이블 까지 넘어갈까 불안했지만 그들은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다정했다.
잠시 어지럽혀진 머릿속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조금 긴장됐다.

“ 만약 우리 반에 있고 이미 친한 사람이라면?”

“ 싫어. 그런 생각하는 것도 싫고, 그런 애랑 같이 놀았던 것.. 아니 그냥 같이 있었단 것 자체가 싫어.”

“그런 애..”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뻔했다.

‘내가 왜 사과하려 한 거지? 난 잘못이 없잖아.’ 다시금 난 혼란스러워 졌다.

“야! 안들려?”.. “야!!”

내 생각에 파고드는 그녀의 목소리.

“어? 뭐라고?”

“뭔 생각을 하는데 대답을 못해?” 살짝 화난 듯 보였다.

“아.. 난 내 주변에 저런 사람들이 있다면 존중할 수 있을까하는..”

“그래서?”

그녀는 뒷말이 궁금했는지 내 얘기를 잘라내 버렸다.
그 덕분에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던 나는 정신이 돌아왔다.

“할 수 있어. 실수나 범죄같이 남한테 피해준 건 아니니까. 그저 그 사람의 취향일 뿐이니까.”

묘한 표정의 그녀를 보고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 그 사람의 취향을 무시하는 건 그 사람 자체를 무시하는 거라 생각해.”

‘ 나에게 나를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정해져 있지 ’ 뻔뻔한 내 대답에 웃음이 났다.

그러다 퍼뜩 고개를 들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내 대답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작게 웃고 있었다.

“ 그럼 그렇지 뭐 ”

어느덧 해가 지고 있는지 하얀 조명이 무색하게도 카페는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
집으로 가는 길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 왜?”

매일 걸려오는 전화가 살짝 지겨워 퉁명스럽게 받았다.

“ 너 걔랑 둘이서만 카페 갔다며? 뭔 얘기 했냐?”

모두 같은 반이라 그런지 둘이서만 놀아도 금방 모두의 귀에 들어간다.

“나 싫대. 내가 소름 돋고 주변에 없으면 좋겠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 뭔 소리야? 싸우러갔던 거야?”

많이 당황했는지 말이 빨라졌다. 생각하느라 뜸을 들이자 답답한지 계속 재촉해왔다.

“ 빨리 좀 말해봐! 뭔데?”

“ 음.. ” 뭐부터 말해야 할까
“ 난 그 애 주변에 있으면 안됐었던 것 같아. 무슨 고백도 전에 차이냐.”

허무함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친구는 생각중인지 대답이 없었다.

“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여자 둘이 있었는데 내가 봐도 연인사이 같더라. 근데 걔가 싫대.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도 친구 중에 있는 것도.. ”

말끝을 흐렸다. 아니 더 이어갈 수가 없었다.
목이 막혀왔고, 어느덧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시야마저 흐릿해 걷기 힘들었다.

“ 그만해 이제.”

친구의 침울한 목소리가 귀를 맴돌고, 목이 더욱 막혀왔다.

“ ..그래야겠지?”

그 동안 남 몰래 품고 있던 작은 희망은 사실 초라한 기대에 불과했다.
목이 점점 조여 왔지만 내 입으로 확실히 말해야할 것 같았다.

“이제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아버렸잖아 그 애 생각을. 내가 계속 좋아하는 건 그 애에게 피해를 주는 걸 거야.”
후련한 말과는 달리 내가 뱉은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내게 돌아와 꽂힌다.

친구는 위로하려는 듯 이것저것 떠들었지만 미안하게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바보같이 내가 남자였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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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6 19:08 | 조회 : 657 목록
작가의 말
온아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왔어요! 많이 지루해요,, 읽다가 잠드시면 안돼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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