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 호텔 최상층의 아침

매일 아침 7시쯤이면 눈이 떠지지만, 덜 깬 잠과 침대의 포근함에 미련이
남아 몇 분을 더 이불 속에 파 묻혀 누에고치 속의 누에가 되는 나의 버릇.

엄마(- 늘 '어머니' 라고 불러야 했지만)는 늘 아침부터 게으름 피우면 하루종일
간다며 이불누에가 된 나를 향해 매일같이 잔소리 하는 게 싫었지만 이젠 가끔
그게 그리워지는 건, 이제 더 이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가끔은 황청처럼 들리는 것 같아,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힘내라고
그렇게 옆에서 말 해주는 것 같아서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어요.
침대에서 나와 미리 준비된 세숫물로 세수를 하고 환기를 시킬 겸 방의 창문을 열어
아침바람을 맞아봅니다. 세수한 직후라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뭔가 상쾌해지는 기분이 난 너무 좋습니다.
이제야 생각났는데 어제 저녁, 선 로이즈 2번가에서 주문했었던 드레스가 도착해서 오늘 처음 입게 되어서 어쩐지 오늘,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뜨고 설레였던것 같네요. 선 로이즈는 관광지구 맞은편에 있는 넓은 거리로 어느 정도 유명하고 실력 좋은 의상실과 모자, 장신구, 구두, 옷감상점들이 늘어선
곳으로 '콧대 높은 손님과 콧대 높은 상인들' 이란 말로 유명하죠.
아……. 이제 세수도 했으니 옷 갈아입어야겠네요. 화장대 의자 위에 있는 흰나비 무늬의 푸른 상자 안엔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 드레스가 고이 담겨져 있을 테죠.
옷걸이에 입던 잠옷을 벗어서 걸고 새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꺼내서 입습니다. 처음엔 유모가 도와줬지만 이제 코르셋도 혼자 입는 버릇하니까 혼자서도 제대로 입게 되러다구요.( 물론 입는 코르셋도 페티코트도 간소한 디자인이니까 가능해요.)
나의 몸은 전체적으로 가는 편이지만 보통 여자들과 달리 그...... 통허리 인지라
드레스 라인을 위해서 코르셋은 어쩔 수 없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 다행이지. 옛날 같았다면 이미 살아있지도 못 했을걸요?
숨 쉬는 건 고사하고 갈비뼈와 척추가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허리를 조이고 제 엉덩이의 두 배쯤 되는 파니에나 페티코트를 입는데 그 것도 드레스 모양
유지하려고 강철이나 고래 뼈로 만든 걸로 입기도 했다니 세상에 이런 기인열전이 어디 있어요. 실제로도 코르셋으로 호흡곤란이나 내장파열로 사망하는 일도 적지 않아서 코르셋 금지법도 있었다고 하니 말 다한 거죠.
거울을 보며 전체적인 실루엣을 점검하고 화장대 위의 상자를 열어 드레스를 확인해봅니다. 드레스를 꺼내다 상자 안에 깃털로 된 모자장식을 덤으로 넣어줬을 그루일부인의 센스에 감동을 하며
드레스를 입어봅니다. 군청색은 붉은 나의 머리카락과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색상과 디자인이 차분하고 기품 있는 멋을 내주어서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화장대에 앉아 정말로 간만에 머리를 틀어 올려보고 화장한 뒤,
엄마가 돌아가신 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엄마의 유품중의 하나인 진주목걸이를
해봅니다. 생전에 기분 좋은 일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항상 이 진주목걸이를 하고 계셨는데, 오늘 이렇게 이 목걸이가 생각난 걸 보면 오늘 제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요. 옥상정원 속 나의 집에서 나와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항상
저 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심히인 직원들이 보입니다.

비서 겸 밀실관리자인 뮬리 양은 집무실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고
호텔 안내를 하는 아니스 양, 청소부 베이리 군, 아침에 우편배달을 오는 필리아 씨, 심부름 꾼 노미어 군, 밤 새 잠 못 이루다가 객실로 돌아가는 장기투숙자 필몬씨…….
오늘도 항상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네요.

"안녕 하세요, 샤코나 양."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 샤코나 씨."
"안녕하세요, 미스 일렘."

"모두들 좋은 아침 이예요."

직원과 손님에게서 인사를 받고 더 좋아진 기분으로 1층 중앙회의실로 내려와서
아침조회를 시작하려합니다. 그 전에 모두와 함께 구호 한 번
외칠게요. 다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 이곳은 최고의 호텔, 우리는 최강의 직원!"


이렇게 오늘도 호텔 루비버드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모두 오늘이 좋은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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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6 02:29 | 조회 : 551 목록
작가의 말
An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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