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 헤티하 5

병사는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10M가 넘는 거리도 들을 수 있었지만 극도의 흥분 상태에선 가까이 있는 두 병사들의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흐흐흐. 왕에게서 나온 헤픈 웃음소리와 입이 헤벌쭉 하게 벌어진 품위가 없는 신오의 얼굴을 보게 놀란 두 병사는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떨어뜨렸다.

으칭-. 바닥에 떨어지면서 들린 쇳소리에 신오는 정신을 번쩍 차리자 순식간에 엄숙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바로 뒤로 돌지 않고 눈동자를 살살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두 병사가 모든 걸 지켜보았다. 신오는 헛기침을 크게 하고서 두 병사 앞으로 한발짝 다가갔다.


“보았느냐.”


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보았느냐.”

“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신오의 희번덕거린 눈빛을 본 한 병사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마를 땅바닥에 붙이고서 두 손을 맞대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다른 병사도 그처럼 똑같이 했다.


“평생 비밀로 하겠습니다. 위대하신 헤티하 4세. 4세. 4세.”

“평생 비밀로 하겠습니다. 위대하신 헤티하 4세. 4세. 4세.”


왕국의 왕에게 충성을 바칠 때 하는 말을 두 병사는 지하 감옥이 귓전을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신오는 몸을 돌리고서 계단을 올라갔다. 예드린의 입술이 닿은 콧등을 매만지며 올라갔다 멈췄다를 반복하며 자꾸만 시선이 지하 감옥을 향했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라며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신오 님.”


애반 경의 목소리였다. 어둡고 좁은 계단에서 불쑥 나타난 애반 경의 모습에 신오는 흠칫 놀랐다. 턱 끝에서 아래로 정갈하고 곧게 뻗은 애반 경의 흰 수염을 한번 잡아당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소심한 복수를 하고는 기분 좋은 듯 신오는 미소를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용족의 최대 약점인 콧등이 아직도 간질거리기도 하였기 때문에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지?”

“정중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지하 감옥에 내려오지 마십시오.”


신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리분별이 분명하기로 유명한 르와느 제국의 최고 지식인 애반 경의 제안은 곧 법과 같았다.

그가 추진했던 발의는 백성들에게 힘들지 않은 편안한 삶을 누리게 해주었고, 몇 천 년 동안 헤티하 가문의 왕권을 탄탄하게 강화해 온 것은 분명하다. 헤티하 1세 때부터 옆에 있었던 애반 경의 부탁은 명령과 다름없었다.


“앞으로? 지금 나에게 ‘영원히’라는 단어를 주입하는 것이냐?”


지하 감옥을 밝게 비춰주는 촛불이 알 수 없는 바람에 세게 흔들렸다. 꺼지지 않은 두 세 개의 촛불의 불씨는 다시 불이 켜졌지만 밝았던 좁은 공간은 한 순간에 어두워졌다.


“이게 다 신오 님을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신오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애반 경을 밀어내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애반 경은 주위에 꺼진 촛불에 불을 키우며 싸늘한 시선으로 지하 감옥을 내려다보았다.

데자뷰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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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13 14:36 | 조회 : 1,629 목록
작가의 말
nic38305977

댓글을 써주시면 좋겠어요ㅠㅠ 재미가 있든 없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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