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 하나의 소설책

“투둑, 투두득-.”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뛰는 나의 심장소리와 조화롭게 어울려, 마치 연주를 하는 듯하다. 아주 서글프고도 기쁜 연주를 말이다. 그렇게 정신을 놓고 빗소리를 감상하던 와중에, 물비린내와 뒤엉켜 코끝을 강하게 찌르는 퀴퀴한 썩은 내가 방 안을 가득 채워 맴돌았다. 창문을 살짝 여니, 비가 들이쳐 방바닥이 점차 젖어갔다. 어느새 방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였고, 퀴퀴한 냄새를 물비린내가 덮어 사라졌다. 여름날이라 그런가, 고인 빗물은 차갑다는 것 보다는 기분이 나쁘도록 미지근했다. 아마 지금쯤 사람들은 땅 속에 묻혀, 이 미지근한 빗물을 맞으며 젖어가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불쾌해지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살짝 아려온다. 그 사람들이라 한다면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고모가 되고, 고모부, 이모, 이모부가 되며, 친구들이 된다. 내 주변 모든 사람이 그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참으로 아름답고 흰 국화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유골함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뼛가루가 되어 담겨있는




나의 아버지 말이다.




일생을 마치고, 더 이상 온전히 남아있는 살이라곤 목 쪽에 듬성듬성 남아있는 것뿐인 어머니가 침대 위에 누워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그렇게 아무 힘없이 누워 썩어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꼭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는 고대 유적의 미이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몰골이 꽤나 흉측하게 변해서는, 파리가 앵앵 거리며 날아다니다가 눈에 앉아도 절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또한, 입 안에서는 끔찍하게도 싫고 혐오스러운 구더기들이 들끓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 헛구역질이 연달아 나왔다. 이 지긋지긋 하고도 더러운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방문을 열고 서재로 향했다.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 마다 내리는 비는 더욱 거세졌고, 그에 따라 나의 기분도 바닥을 쓸었다.


발을 들어 첫 번째 계단에 내딛자, 얼마나 조용했었던 것인지 삐꺽거리는 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렸다. 이러다가 피가 혈관 속에서 이동하는 소리 또한 들리지 않을까 하며 홀로 농을 하고선 피식 하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 웃음이 나의 마지막 웃음이 되리라.







*







무엇인가 큰 다짐이라도 한 듯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자 삐끄덕 소리가 발을 내딛는 박자에 맞춰 울렸다. 서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나의 심장소리는 더 요동쳤고, 그에 따라 등골이 서서히 서늘해지며 동공이 흔들렸다. 왜 이러는 것 일까나. 망설여지는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으응. 분명 둘 다 해당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 편으론 아니길 바랐다. 다짐했었던 것을 이 지경까지 와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서재의 문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하며 열리더니 수많은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책들이 눈에 띄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한정되어있다. “그러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더랍니다-!” 와 같은 해피엔딩은 넌더리가 나며 짜증이 치솟는다.


눈에 보이는 밝은 분위기의 책들은 모두 철창에서 빼내어 방바닥으로 집어던졌다. 그러던 도중, 온갖 책들이 널부러진 바닥에 내 시선을 이끈 책이 하나 있었다. 검정색 바탕의 긴 생머리의 뽀얀 피부를 가진 어여쁜 여성 한 명이 그려져 있는 책이었다. 제목은 “관절인형 이야기” 였다.


관절인형이라.. 이젠 인형이란 단어에도 넌더리가 난다. 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제목을 이렇게 성의 없이 지었을까.. 달랑 관절인형 이야기. 무슨 백설공주 이야기도 아니고 말이지. 촌스럽다. 괜스레 코웃음을 치며 표지부터 넘겨본다. 작가의 말... 읽을 필요가 없다. 난 오로지 나의 목적에만 의식이 가 있다. 작가의 말을 건너뛰고 목차를 보았다. 챕터별로 이야기가 나누어져있다. 아마 읽는데 시간이 꽤나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나의 손은 챕터1 페이지를 폈다. 그리곤, 첫 문장부터 읽어 내려간다.




“옛날 옛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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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12 22:22 | 조회 : 961 목록
작가의 말
손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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