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과 남자

"예뻐"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귀여운 남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당시 나는 17살의 남학생이었고, 아버지가 일하시는 회사에 아버지를 뵈러갔다가 그런 짓을 당했다,





*





"아, 아빠아..."

"퉷! 이봐, 류씨! 빨리 안갚으면 이 이상 진도 나갈테니까 그리 아슈!"

"아들놈아~ 이번주 까지 5억이다, 응?"


한 때 대기업에 다니시던 아버지께선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시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달은 사업 실패로 빚은 미친듯이 불어났고, 그걸 참지 못한 어머니는 어느 순간 우리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께선 돈을 버는 족족 빚을 갚는데 쓰느라 대학 학비조차 대줄 상황이 아니라 내가 알바를 해 보았지만, 아버지께선 아무래도 사채에까지 손을 벌리신 듯 했다. 덕분에 대학은 졸업도 못해 고졸이요, 이 나라에서 고졸을 받아줄 상냥한 회사는 없다.

이제 5일밖에 남지 않았다. 5일동안 5억을 갚아야한다.


"5억... 5일 동안..."


문 밖으로 나와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되풀이 해 보았지만 그런다고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전단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봐요! 거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웬 훤칠한 남성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내 키가 그리 작지는 않다고 생각했건만, 이 남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듯 했다.


"저, 저요..?"

"네! 혹시 알바할 생각 있으세요?"

"... 네..?"


그 남자가 싱긋 웃으며 내게 권유했다. 아르바이트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의 웃음에 홀린 듯 했다.


"돈은 원하는 대로 드릴게요!"


남자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돈을 원하는 대로 줘? 정말? 이상한거면 어쩌지? 하지만 5일 동안 어떻게 5억을 준비해...

그 순간 눈앞에서 쓰러진 아버지가 스쳐지나갔다.


"저... 얼마까지 가능한가요..?"

"얼마까지 원하시는데요?"


바로 말하기엔 민망해 우물쭈물 거리다가 겨우 입을 벌려 말했다.


"......5억.... 이요..."

"흐음... 5억이라...."


남자는 잠시 턱을 짚으며 고민하는 듯 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좋아요."

"네..?"


어....? 정말....?


"대신 알바해야 할 날이 늘어날 텐데..."

"괘,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





꽤 화려한 겉모습이었지만, 안은 나름 단정하게 꾸며진 오피스텔이 퍽 취향이었다. 근데 왜 오피스텔에 온거지?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저, 저기..."

"아, 그러고보니 5억정도면... 한 5주 정도 일할래요? 돈은 후불로"


후불? 아, 안돼. 5일 뒤 까비 5억이라고 했는데...!


"아니면 일주일에 1억씩이어도 상관없고."

"아..."


어쩌지? 지금.. 아니 5일안에 5억을 갚아야 하는데...


"왜?"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우물쭈물 하던 사이, 그가 부엌쪽으로 걸어가서 냉장고를 열더니 마실 것을 내왔다. 나는 잠시 그가 내온 음료를 마셨다.


"저기.."


나는 한참을 더 우물쭈물 거리다가 그에게 말을 하기로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호, 혹시 선불은..."

"선불?"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역시 안되는구나...


"미, 미안해요... 흑... 그게 아버지가 돈을... 흑... 흐윽.."


순간 눈물이 나왔다. 이제 5일 뒤면 아버지가 어떻게 되실지 몰라...


"제발... 흑..."

"울지마.."


그가 갑자기 날 끌어안아주었다. 왠지 모르게 드는 안도감에 그의 품에 안겨 울면서 그에게 사정을 말했다. 그는 가만히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 어쩌면... 날 이해해 줄지도 몰라...


"힘들었겠네"

".... 네......"

"... 그치만 선불은 힘들겠어"

"..네?"

"그쪽 사정이 안타깝긴 하지만.. 당신이 내 돈을 떼먹고 도망친다면?"

"아, 아니에요!"

"흐음..."

"정말이에요! 진짜... 진짠데..."


아,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고 눈웃음을 짓더니 알겠다고 말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가까이서 보니 목줄이었다, 그것도 쇠사슬이 달린.


"이걸 차"


그가 내게 목줄을 내밀었다.


"이, 이걸... 왜.... 그, 그 일하러도 가야하는데... 이걸 차면..."

"괜찮아. 일은 여기서 할 거니까"

"아..."


그가 내 목에 목줄을 채웠다, 내가 목줄을 풀려고 하자 그가 여유롭게 내게 말했다.


"5억"

"......"

"필요 없어?"


필요해... 필요하다고....


"..그렇게 힘든 건 아니야. 뭐, 게이 매춘업이라면 알겠지?"

"게...이 매춘...업?"

"아, 뭐... 몸파는 직업이지."

"... 그게 뭔데요?"

".. 직접 해 보면 알아. 그러고 보니 초심자한테는 힘들려나?"


그가 나를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몸 판다는건 그거야.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거지."

"... 그, 그건 남자랑 여자랑... 그럼 여기 여자가.."

"아- 니-. 여자는 필요 없어"

"그럼 어떻게.."

"네가 여자 역할을 하는거야"





*





그가 나에게 씻고 오라고 했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샤워를 하고 샤워가운을 입고 침대에 앉았다. 그는 잡지 몇개를 내게 가져왔다. 그에게 말로만 들은 남자가 남자와 하는 장면이 가득 들어있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두려웠다. 무서워...


"저, 저기... 이걸 꼭 해야 하는건지..."

"당연하지. 5주야. 5억을 받고 5주만 하면 된다고"


5주동안 이걸 해야한다니. 잡지속의 남자들은 모두 기분좋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괜찮은걸까...


"괜찮아"

"......"

"이리와"


그가 날 한손으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뭐야, 지금 뭘 하려는거야...

그가 이번엔 침대에 날 눕혔다. 내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가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다.


"..미, 미안해요... 내가, 내가 5주안에 꼭 5억 다 갚을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갚을테니까..."


그가 가만히 날 내려다 보았다.


"그러니까아..."

"나랑 하자"

"네....?"

"그러면 오늘 내로 5억 줄게. 하지만 5주동안인건 변함없어."


그가 내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다리벌러, 류 민"





*





"... 뭐, 그렇게 됬으니 이제 빚은 청산입니다~"

<.. 제 아들은요..?>

"... 흠... 글쎄에..."

<너무.. 정말 너무하신것 아닙니까?!>

"너무해? 내가? 뭘?"

<제 아들이 그렇게도 탐이 나덥니까! 그래서 회사에서 쫓아내고! 억지로 빚이나 만들고!>

"...근데?"

<근데라니.. 지금 무슨..!>

"당신이 아무리 날뛰어도 나를 어떻게 할 순 없어"


처음 봤을 때 부터

정해놨거든.


"그녀석은 내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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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06 14:03 | 조회 : 1,731 목록
작가의 말
아린낭

무슨 썰일까요... 도저히 ㅆ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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