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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138년 현재, DMMO-RPG라는 단어가 있다.
(Dive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의 약자로, 사이버 기술과 나노테크놀로지의 정수를
모은 뇌내 나노컴퓨터 네트워크---뉴런나노인터페이스와
전용 콘솔을 연결해,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체감형 게임을말한다.
다시 말해 게임 세계 속에 실제로 들어간 것처럼 플레이하
는게임이다.
수없이 개발된 그런 DMMO-RPG 가운데 찬란하게 빛나
는한타이틀이 있었다.


위그드라실YGDRASIL.



그것은 12년 전인 2126년 일본의 한 개발사가 만반의 준
비를 갖추고 발표한 게임이었다. 위그드라실은 당시의 어떤
DMMO-RPG와 비교해도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어마어마
하게 높은’ 게임이었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클래스의 수는 기본 클래스와 상위
클래스를 합치면 가볍게 2000개가 넘는다.
모든 클래스는 15레벨이 최대이므로, 종합 레벨 한계인
100레벨에 도달할 때까지는 적어도 7개 이상을 겸직해야만
한다는 뭇이다. 게다가 전제조건만 만족하면 이것저것 맛만
봐도 된다. 미음만 먹으면 효율은 떨어지지만 1레벨 직업을
1007R 겸직하는 것도 기능하다. 다시 말해 일부러 그렇게 만
들지 않는 한 100퍼센트 똑같은 캐릭터는 나올 수 없는 시스
템인것이다.
이 자유도는 비주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별도로 판매하
는 크리에이트 툴을 사용하면 무기와 방어구의 외견이며 내
부 데이터, 캐릭터 비주얼, 플레이어 하우스의 상세한 설정
까지도바꿀수있다.
그런 세계로 여행을 떠난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것은 광대
한 랩. 아스가르드, 알프헤임, 바나헤입, 니다벨리르, 미드가
르드, 요툰헤임, 니블헤임, 헬헤임, 무스펠헤임으로 이루어진 9대세계.
광대한 세계, 방대한 클래스, 얼마든지 묻어고칠 수 있는
비주얼.
이처럼 일본인의 장인정신에 로켓 연료를 쏟아 넣은 듯한
장난감이었기에, 훗날 ‘비주얼 인기 라 불리는 현상을 일으
킨것이다.
그러한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일본 국내에서
DMMO-RPG라고 하면 위그드라실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명가를 얻기에 이르렀다.
---그러나그것도한세대 전의 이야기.
*
실내 한복판에서 흑요석의 광채를 뿜어내는 거대한 원탁.
41개의 호화로운 좌석이 이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대부분공석이었다.
한때는 전원이 앉던 자리에 지금 보이는 실루엣은 단둘뿐.
하나는 금색과 보라색으로 테두리를 장식한 호화로운 칠
흑색 아카데믹 가운(Academic Gown)을 입 었다. 목멀미 부
분은다소장식이 과도한것 같았지만그것이 오히려 묘하게
어울렸다.
1징물과시작 15다만 그 위로 드러난 머리는 가죽도 살도 붙지 않은 해골.
뺑 뚫린 공허한 눈구멍에는 검붉은 빛이 있었으며 머리 뒤에
는새까만후광같은것이 어른거렸다.
또 다른 자리에 앉은 자 또한 인간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끈적거리는 덩어리였다. 콜타르를 연상케 하는 표면은 푸들
푸들 움직이며 1초도 같은 모O}을 유지하지 않는다.
전자는 옐더 리치 (Elder Lich)-매직 캐스터 (Magic
Caster)7} 궁극의 마법을 추구하여 언데드가 된 존재--중
에서도 최상위인 오버로드(Overlord). 후자는 엘더 블랙우
즈(Elder Black Ooze), 슬라임 종 가운데에서 최강에 가까
운강력한산성 능력을 지닌 종족이었다.
양쪽 모두 최고 난이도 던전에서 몬스터로 이따금 볼 수
있으며 오버로드 계열은 최고위에 속하는 흉악한 마법을 구
사하기 때문에 , 앨더 블랙우즈는 무기와 방어구의 성능을 떨
어뜨리는능력이 있어서 기피 대상으로유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 몬스터가 아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였다.
위그드라실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은 인간,
드워프, 엘프 등으로 대표되는 기본 인간종. 고블린, 오크,
오우거처럼 외견은 추악하지만 인간종보다 성능 면에서 우
대를 받는 아인종(亞A樓. 그리고 몬스터 능력을 보유했으
며 능력치도다른종족보다높지만다OJ'한면에서 제약을받는 이형종(異形樓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상
위종족까지 포함하면 전체 종족 수는 총 700종에 이른다.
당연히 오버로드도 엘더 블랙우즈도 플레이어가 찍을 수
있는 이형종의 상위종족 중 하나이다.
그 두 사람 중 오버로드가 입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을
했다. 한 세대 전의 최고봉 DMMO-RPG라 해도 대화에 맞
춰 표정을 바꾸는 것까지는 기술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헤롱헤롱’ 님. 위그드라실 서비스
마지막 날이긴 하지만, 솔직히 진짜로 외주실 줄은 몰랐거든
요”
“그러게요. 진짜간만이네요, ‘*모몬7}' 님
엘더 블랙우즈도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대답하기는 했지
만 오버로드에 비하면 패기가 혹은 생기라 할 만한 것이 없
었다.
“현실세계에서 전직하신 후로는 처음이니 얼마나 지났죠?
... 2년쯤 됐나요?’
“。뉴- 그쯤 됐나 보네요. 우와~ 벌써 그렇게 됐구나
어떡한다. 요즘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시간감각이 이상해졌
어요
“그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닌가요? 괜찮으세요?’
“몸이요? 완전 빡세죠. 의사한태 갈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그 직전이에요. 진짜 도망가고 싶다니깐요. 그래봤자 먹
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 노예처럼 채찍질당하면서 필사
적으로 벌고 있죠, 뭐
“우와 ...
오버로드---모몬가는 머리를 슬쩍 빼며 질렸다는 제스처
를보였다.
“진짜,죽겠어요
완전히 질린 모몬가에게 추격타를 가하듯,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감이 깃든 헤롱헤롱의 어두운 목소리가 날아들었
다.
현실세계의 업무에 관한 불평은 더욱 기속했다.
기본 개녕도 없는 부하 이야기 어제와 완전히 달라진 기
획서, 할당량을 마치지 못해 받아야 송F는 상사의 추궁, 일이
너무 바빠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나날, 생활리듬이 어긋나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체중 증가, 나날이 늘어나는 약.
결국 혜롱혜롱의 푸념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모몬가는 어
느새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 이야기를 기피하는 사람도 많
다. 가상세계에까지 현실세계를 꿀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그
기분도이해가간다.
그러나 여기 있는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속한 길드--플레이어끼리 모여 개설해 조직하고운영하는 팀--아인즈 울 고운의 가입 규칙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사회인일 것 . 그리고 둘째는 이형종일 것.
그런 길드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업무에 대한 푸념이 화
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길드 멤버들도 이를 받아들
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아인즈 울 고운의 일상 풍경이라고
도할수있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자 헤롱헤롱에게서 흘러나오던 탁류가
점점맑아졌다.
“ ...... 죄송합니다. 푸념만 늘어놓고. 저쪽에선 이런 얘기
잘못하거든요
머리로보이는부위를꿈틀거려 머리를숙이려 하는헤롱
혜롱에게 모몬가가 말했다.
“괜찮아요, 헤롱헤롱님. 그렇게 피곤한데도 억지로 와달
라고 한 건 저였잖아요. 푸념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드리고말
고요”
헤롱헤롱에게서, 조금 전에 비하면생기가 돌아옹 희미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몬가님. 저도 로그인해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니 기쁘네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저도 기뻐요
‘ ...... 하지만 이젠 그만 .. .
헤롱헤롱의 촉수가 허공에서 무언가를 건드리듯 움직였다. 콘솔을 조작하는 것이다.
“아, 정말.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모몬가님
모몬가는살짝숨을내쉬었다. 내면에 떠오른감정을들키
지 않기 위해.
“그렇군요. 유감이에요정말, 즐거운 시간은 금방 흘
러가네요
“사실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요
“아~ 피곤하시구나. 얼른 아웃해서 푹 쉬세요
“진짜 죄송합니다모몬가님, 아니, 길드장님은 어떻
게 하실 거예요?’
“전 서비스가 끝나서 강제 로그아웃될 때까지 남아있을까
해요. 아직 시간도 있으니 어쩌면 또 다른 분들이 와주실지
도모르고요”
“그렇구나하지만 솔직히 이곳이 아직 남아있을 줄
은생각도못했어요
이럴 때 표정을움직이는 기능이 없다는것은정말다행이
었다. 만약움직였다면 얼굴이 일그러진 것이 한눈에 보였을
테니까. 그래도 목소리에는 감정이 드러날 테니 모몬가는 입
을 열 수 없었다. 한순간 치민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모두 함께 만들었기에,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유지했던 것
인데, 동료 중 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너무나 많은 것이
한꺼번에 치밀어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도 생겨나는 법 . 다만
그런 감정도 헤롱헤롱의 다음 말에 무산되었다.
“길드장으로서, 우리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모몬가님
이 유지해주셨던 거군요. 고맙습니다
... 다 함께 만든 거잖아요. 누구든 언제든 돌아올 수 있
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길드장이 할 일인걸요 1"
“그런 모몬가님이 길드장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게임을
그만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거겠죠다음에 만날 때는
위그드라실 II 였으면 좋겠는데
“II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 그래도 정말, 그렇게
되면좋겠어요
“그때는 꼭 다시 만나죠! 그럼 이젠 진짜진짜 졸려서 ..... .
아웃할게요. 마지막에 만나서 좋았어요. 즐캠하세요
한순간 모몬가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이내 마지막 말을
건냈다.
“저도 덕분에 즐거웠어요. 즐캠하세요
감정 아이콘 중 하나인 스마일 마크가 헤롱헤롱의 머리 위
에 반짝 떠올랐다. 위그드라실에서는 표정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할 때는 감정 아이콘을 조작한다. 모몬가
도 콘솔을 조작해 같은 아이콘을 띄웠다.
헤롱헤롱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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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25 22:42 | 조회 : 2,034 목록
작가의 말
후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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