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쭙쭙- (떡대수)


아침 8시 47분




"-...아! 서인아!"



"ㅇ...으응..."



"나 지금 일하러가."




175cm는 조금 넘어 보이는 남자는
아직 잠을 떨치지 못한 서인을 흔들며 말했다.




"추우니까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 알겠지?"



"으응-... 아게써..."




서인은 대답하고는 이불 속으로 꼬물꼬물 들어갔다.

살짝 보이는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다가 남자는 바쁜지 서둘러 나갔다.



"아, 나 오늘 늦게 온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서인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깊은 잠에 빠진 서인에게 들릴 리는 없었다,








* * *










1시가 조금 지난 지금에서야 서인은 담요를 걸치고는 방을 나왔다.

꽤나 큰 담요지만 180cm이라는 큰 키 때문에 담요는 무릎까지 왔다.

배가 고픈지 빨간 팩을 몽땅 들고 작은 빨대와 함께 거실로 갔다.




"세팩밖에 없네. 이따 원이가 사오겠지"




소파로 가다가 테이블에 팩과 빨대를 두곤 커튼을 촤악- 하고 쳤다.




"엿같은 햇빛"




옛날 뱀파이어들처럼 햇빛을 받으면 죽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고 방금 일어났는데 밝은 빛을 보기 싫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뿌듯하다는 듯이 웃곤 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뾰족한 송곳니로 살짝 뜯었다.

그다음 빨대로 콕 찔러서 쭉쭉 마셨다.

한 모금 꿀꺽하더니 맛있는지 두 손으로 꼬옥 잡고 마셔댔다.




"하아- 진짜 맛있어. 이거 비싼 거 같은데..."




이미 다 먹은 팩을 뚫어져라 보다가 모르겠다며 다른 팩도 뜯어 마셨다.

서인은 어느새 세 팩을 다 마시고 기분 좋은 듯 웃었다.


TV를 켜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영화가 하는 채널에서 멈췄다.

딱 방금 시작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라서 집중해서 봤다.

시리즈라 약 5편 정도 있었는데 한 번에 몰아서 방송해주는 듯했다.

서인은 소파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편하게 영화를 봤다.






영화가 모두 끝났고 서인은 기지개를 쭈욱 펴서
10시간을 넘게 앉아있었던 몸을 풀어줬다.




"몇시지? ...히익-! 벌써 12시야?"




현관을 잠깐 보고는 아직 오지 않은 재원을 걱정했다.

아침에 늦게 온다고 했지만 그걸 못 들은 서인은 핸드폰을 들고 재원에게 전화했다.

전원이 꺼져있는지 신호가 가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움찔했다.




"배고파... 근데 먹을게 없는데..."




한참 부엌을 뒤적거리다가 몸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밥솥에는 밥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과일과 반찬, 채소도 잔뜩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 몸이 받아주지 않아
자주 뱉어내서 이젠 아예 먹지 않는 서인이었다.


겨우 소파로 돌아가서 담요를 꼬옥 안았다.




"하아... 우윽- "




쪼그려앉아 떨리는 몸을 안았다.

요즘 제시간에 배를 채웠다고 이 정도도 못 참는다니 서인은 어이가 없었다.

숨이 더 가빠지면서 이러다간 이성을 잃고 밖으로 나가
지나가던 사람의 목을 뜯을 것 같았다.




"재, 아악... 재워나..."




띠리릭-


그 순간 도어락이 열렸고 내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왔다.




"서인아- 이제야 와서 미안ㅎ..."



"하아- 읏... 뭐야악..."



"서인아? 서인아! 상태가 왜 이래! 어디 아파?"










* * 서인 시점 * *








재원이는 나를 보더니 신발을 벗다 말고 뛰어왔다.

차가운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서 안절부절 못 하는 게 꽤 볼만했지만 심장 쪽이
찢어질 듯 아프고 목이 탈 것 같은 고통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았다.

담요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재원이의 옷깃을 잡았다.




"ㅂ, 배고... 윽- 고파..."



"팩은? 다 마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재원이는 시계를 보더니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셔츠 단추를 조금 풀었다.




"물어"



"으윽... 에? ㅁ, 뭐를.."



"지금 집에 있는 피라곤 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급한 대로 내 피 줄게."




조금 놀래서 토끼눈을 하고 재원이를 봤다.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니 답답한지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며 자신의 목에 들이밀었다.

얼른 물라고 재촉하는 재원이.

물면 아픈데... 진짜 아픈데...

하지만 나도 점점 한계인 건지 떨리는 입을 열었다.




"미, 안해..."



"괜찮아. 읏-"




혀로 조금 핥다가 송곳니로 재원이의 목덜미를 물었다.

움찔하더니 내 머리를 잡던 손으로 날 쓰다듬어주었다.

물었던 송곳니를 살짝 빼고 송골송골 나오는 피를 빨았다.

동물의 피는 팩으로 많이 먹었지만 인간의 피는 먹어본 적도 많이 없고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반 정도 놓고 쭙쭙- 피를 마셨다.






"후아- 이제 배불러"



"ㄷ, 다행이네"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재원이는 힘이 없어 보였다.

나는 놀라서 안절부절못했다.

밴드와 연고를 들고 와서 함께 소파에 앉았다.

연고를 살짝 짜서 내가 문 상처에 살살 문지르고 밴드를 조심스럽게 붙여주었다.




"서인아"



"응?"



"나도 이제 배고파"




나는 '아! 밥 차려줄게!'라며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말은 그게 아니라며 무릎 위에 날 앉혔다.

손이 슬금슬금 내 옷을 만짐으로써 확신하게 되었다.


'배고픔 = 뭘 먹고 싶음 = 옷 속으로 손이 들어옴 = 먹을 거 = 나...'


내 표정을 보더니 맞다는 듯 재원이는 씨익 웃었다.




"워, 원아 많이 피곤하잖아. 오늘 말고 내일 하자, 응?"



"괜찮아. 한 번만 할게."



"으아아-... 그럼 내가 위에!"



"한 번 수는 영원한 수다. 이거 몰라?"




재원이는 날 소파에 눕히더니 셔츠의 단추를 마저 풀었다.

내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손을 막았지만
어디서 힘이 나오는 건지 꿋꿋하게 내 바지를 벗겨냈다.


ㄴ, 나보다 키도, 몸도 작으면서 뭔 힘이 이렇게 세!

결국 포기한 나는 재원이의 목에 팔을 두르고 웃으면서 말했다.










"살살 부탁해. 그리고 딱 한 번만이야!"



"푸흐- 알겠어. 살살은 하겠는데 한 번은...... 못 지켜"



"그... 그럼 안 해! 잠깐, 잠깐만! 우으응... 하앙! 거기 누, 누르면... 히익-!"






수위는 작가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껄껄)









@ 한 일주일 안에 쪼꼬미수로 오겠습니다.




쀼룻-

9
이번 화 신고 2017-11-23 14:44 | 조회 : 8,816 목록
작가의 말
뀨루욱

오늘 자다가 밖이 시끄러워서 나가보니까 브라덜이 수능 치러가네요. 하이파이브하고 몰래 사둔 초콜릿이랑 떡 주고 보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다른 수능치는 학생분들도 좋은 결과있길 바래요오! 뀨룩이가 응원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