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아아...우리 소연이, 정말 망가져 버렸구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저 인형을 자기 동생이라고 믿는거야? 그렇게까지 사람을 신뢰하지 못했던 네가? 우리가 몇 번이고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 나를 회피하고 시험하던 그 차가운 시선은 어디로 가버린 거야? 난 네 그런 싸늘한 시선에 반해 버렸는데, 이러지마 소연아,

너를 향한 내 사랑이 식어버릴 것만 같잖아. 혹시라도 정말 그럴까봐 무서워져. 이제 너를 버려버린다면 어쩌지? 네가 없는 내 삶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내가 너를 창남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내 목이 죄여와, 더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하하, 아직 너를 버릴 순 없어, 행복해. 우린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

네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동생도 아닌 것의 죽음에 오열하며 나를 증오하는 그 눈빛, 흥분 되게 자꾸 왜 그래, 나 힘들어지게...

***

저것은 내 동생이 아니다. 머리로는 이미 이해하고도 충분한 저 매치 안 되는 몸. 내가 동생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남매의 사이가 틀어진 것도 아니었으므로, 부모님이 홀연히 사라지신 후로 기댄 것은 서로에게만 이었으므로. 그럼에도 눈에서 흘러 넘치는 눈물은 그치라고 해서 그칠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소연에게서 흐르는 눈물은 몇 년간 뭉치고 쌓여 빠질 새도 없이 다시 흘러와 썩어버린 죽음에 대한 소연의 기대였다. 몇 번이나 호수에게 배를 얻어 맞으며 자기 내장이 터지는 상상을 하며 죽길 바라고, 날카롭거나 모서리 따위가 보이면 머리에 부딪혀 보거나 손목, 목 따위에 가져다 대며 끊임없이 문질렀던 과거.

또 그 모습을 들킬 때마다 가혹한 벌이 내려지곤 했었던, 하나의 사람으로써 존엄성을 잃어버린 소연에게 있어 죽음은 자유를 위해 가장 극단적이고도 택할 수밖에 없던 수단이었던 것이다.

아아, 끔찍해… 이렇게 동생도 못 보게 하고 다시 감금 시킬 것이었으면 당장에라도 찻길로 뛰어들어 죽어버렸을 텐데…

주변엔 흐느끼는 소연을 둘러싼 싸한 공기가 맴돌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그 사이 경호원들 속에서 나타난 호수가 소연의 머리채를 거세게 잡아챘다. 소연은 고통에 의해 비명만을 호소할 뿐이었다.

반항기랄 것도 없는 머리채 잡힌 것에 대한 고통에 의해 호수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던 것인데도 호수는 다른 손에 쥐어져 있었던 주사 바늘을 소연의 뒷목에 주입했다.

갑자기 가빠지는 숨에 소연은 괴로워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추욱 늘어진 호수의 몸뚱이를 흘겨보더니 그대로 소연을 고꾸라뜨려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쳐주면 돼?

호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 한 마디. 그리고 길 모퉁이에서 아무 일도 없던 듯 나오는 한 사람. 소연의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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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03 14:33 | 조회 : 5,124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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