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것들은 늘 그랬다.
쉽게 칼날 같았고 쉽게 울었고 쉽게 무너졌다.
이미 병들었는데 또 무엇이 아팠을까.

/허연, 지층의 황혼

병은 없다. 그는 또 자기 자신을 속였다. 작은 소리와 함께 책이 덥혔다.

그가 책을 덥고는 방을 나선다. 전장에서 몇주째 헤매고있다. 바일럼은 여태 이런 전장을 수도없이 다녔다는 생각에 그녀석이 고생을 하는 것도 생각 되었지만 딱히 자신의 일은 아니였다. 짜피 그녀석의 일인데 자기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였다.

"언제까지 묶어둘꺼야 이 씨발 진짜.."

날을 세운 말 하나가 공기를 갈랐다. 생각을 그만두던 크라운은 이내 책을 탁자에 두고는 의자에 묶여져있는 바일럼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노려보는 꼴이 사나운 맹수같은 기분이 들어 이게 정말 내 동생이 맞는지 아니면 짐승새끼인지 구분도 안가었다.

"이거 풀라고오! 전장에서 까지 이럴꺼라고!!"

"쨍알쨍알 시끄러워, 조용히 해"

큰 소리를 내는 바일럼의 다리사이에 발을 넣더니 힘을 주어 꾹 눌렀다.
작게 앓는 탄식을 내고는 허리를 구부렸다. 긴 보랏빛 머리칼을 쓸어내고는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추고는 턱을 우왁스럽게 잡으며 들어올렸다.

"큿...이거 안치워? 어디에 발을 올리는거야 죽고싶냐?"

"말버릇은 여전히 더럽구나."

사나운 눈매. 그 눈매가 늘 가슴을 옴켜쥐듯 아려왔다. 그것이 나의 이였다. 그 존재 자체가 나 자신에게는 독이였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그가 너무나도 미운 그가 미워하려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그였다. 벌레를 유혹하는 육식식물같이 멀어질 때면 다시 자기자신을 끌어당겼었다. 이것은 자신이 가져서도 품어서도 안돼는 감정이였으며 자기자신에게 상처를 입힘과 동시에 그에게서도 상처를 입혔다. 이것의 그만의 치료방법이였으며 그의 병이였다.

"헉, 악..으윽.."

힘을주고있는 발에 버둥거리지고 못하는 자기자신을 내려다 보며 오늘도 또한 다시 자기감정을 죽여나가며 그는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너가 증오스러워"




너를 좋아해.

평생 그에게 전달하지 못 할 어느 병든 마음을 가진 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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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01 00:46 | 조회 : 2,52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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