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집에서 벗어나다(2)

"형 한테 차가 있을 줄은 몰랐네."

검은 옷만 있는 하늘 답게 차량도 검은 차다.


"빨리 가서 일 보고 빨리 집에 와야 하니까."
"아."

카르가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에게 팔 짱을 끼며 달라 붙었다. 그런 카르가 싫지 않아 하늘은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차키로 오랫동안 잠겨 있던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근데 형."
"응."
"형 정도면 장롱 아니야?"

차에 시동을 걸고 카르의 말이 무색하게 아주 부드럽고 여유롭게 운전해 빡빡한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오오. 아직은 아니다 이거야?"
"여유롭네?"
"뭐가?"

카르가 바깥이 신기한듯 창문에 달라 붙어서 바쁘게 걷는 사람들을 보고있다가 하늘의 뜬금 없는 말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친구는 내가 운전하면 끔찍하게 무서워 하거든."
"왜?"
"참고로 난 지금 절실하게 집에 가고 싶거든. 그러니까.."

카르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창문에서 떨어지고 조용히 등받이에 몸을 안착시켰다.

"안절벨트 매."

부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

시원한 도로로 나온 검은 차량은 순식간에 속력을 올려 도로 위의 무법자 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여! 왔냐?"
"응."
"옆에 이쁜 아가씨.... 저 미친 놈이 자비 없이 달렸나 보네요."
"지금 형 미친 놈이라고 한거예요?"

사교성 좋은 희철 답게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퀭한 카르에게 다가갔다가 엉뚱한 곳에서 화내는 카르에 의해 어정쩡하게 멈춰섰다.

"에..... 저 새끼.. 아니 하늘이가 운전하는 거 보면 미친 놈이란 생각 안드나요?"
"들긴 한데 그런 생각은 나만 할 수 있어요."

카르가 뚱한 표정으로 하늘의 팔을 껴안았다. 그 폼새가 연인을 보는 것 같아서 희철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너.. 이 새.. 아니, 도둑놈..... 미성년자를 꼬셔?!"
"나 집가고 싶어."

얼굴 까지 빨개져서 버럭 화내는 희철의 반응이 신경도 안 쓰인다는 표정으로 담담히 제 심정을 밝혔다.

"따라 오세요."

그 말에 화 내던 것도 잊고 뒤돌아 식은 땀을 흘리며 빠른 걸음으로 현장으로 하늘을 데려갔다.

'저 새끼가 집 가고 싶다고 발광하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한다....!'

희철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의 공포를 잊을 수 없었다.






'저 사람이야?'
'와. 진짜 잘생겼다. 중성적인 매력이...!'
'누군데? 연예인?'
'아니 스턴트 맨!'
'엥!... 저 얼굴이?!'

하늘이 촬영장에 진입하자 남녀 불문하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비주얼이 연예인의 뺨을 김치로 후려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관심이 하늘에게 쏠려 있다가 하늘의 손을 꼭 잡고 걸어 오는 카르에게 자연스럽게 옮겨 갔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뭐야? 아역배우야? 진짜 예쁘다.'
'근데 하늘씨 손은 왜 잡고 있데?'
'눈 색깔이.... 외국인 인거야? 아니면 렌즈?'
'바보야 렌즈겠지.'

둘이 화려한 비주얼로 촬영장을 소란스럽게 만든 와중에 영화의 감독이 코를 벌렁이며 하늘을 반겼다.

"하늘군!! 이야!! 반갑네."
".... 처음 뵙습니다만."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하늘의 반응에 짜증이 날 만도 하건만 감독은 코를 더 벌렁이며 흥분 할 따름이다.

"하하! 하늘 군 성격상 집에 가려고 하겠지? 자자! 촬영 시작하자구!"

단추구멍만한 눈을 번들거리면서 하늘을 훑는 눈길에 하늘의 눈이 찌푸려지려는 순간 감독이 뒤로 돌아 사람들을 각자의 자리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말에 하늘을 활홀하게 보던 사람들도 빠르게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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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23 02:53 | 조회 : 4,009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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