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다현이 이야기

-외전(다현이의 단란한 신혼생활)-





" 선우씨!! 일어나아. 아침이야. "

" 아.. 피곤해.. "

" 술떡이 된 선우씨가 나쁜거야. "


선우는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다현의 허리를 껴안았다. 다현은 몇 번 머리를 쓰담아주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네 화들짝 놀래서 밖으로 향했다.


" 현우야~ 아빠! 아빠 해봐. 아~빠. "

" 아하! "

" 방금 아빠라고 한거야?! "

" 아하! 아하! "


선우는 감격했다는 듯이 현우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적거리며 둥가둥가~ 하고 놀고 있었다. 다현은 선우의 머리를 딱! 때리며 넥타이를 바로 매주었다.


" 어딜 들어도 아하. 인데? "

" 아빠야~ 아빠! "

" 고집은... 얼른 출근해~. "

" 응. 오늘 뭐 할거야? "

" 오늘? 아, 하랑이가 현우 보러 온대. "


그 말에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코트를 입었다. 결혼한 지, 벌써 일 년째. 현우가 태어난 지 벌써 5개월 째였다. 선우는 목도리를 끌어올리며 그렇게 됐네.. 하며 차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곧 있으면 결혼 1주년인데, 사실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신혼을 보낼 틈도 없이 현우가 태어나서 둘은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않겠다는 다현의 의견에 동의해서 모든 집안일을 맡기고 있지만 조금 벅차보였다.


" ...가정부라도 구해야 하나... "


선우는 그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탔다.






-






" 우리 현우가 미인을 알아보나보네~ "

" 무슨뜻이야 그거? "

" 너만 보면 막 웃잖아. "


하랑을 보며 꺄르륵 웃는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현이 말했다. 확실히 현우는 순하고 잘 웃는 편이지만 유독 하랑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 아무리 그래도 미인은 좀.. "

" 복에 겨운 소리 하기는. 현우는 엄마인 나보다 너가 더 좋나봐. "

" ..그럴리가 있냐? 너 휴학건은 어떻게 됐어? "

" 한 학기만 더 다니면 된다고 하셔서 천천히 하려고~ "


그 말에 하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랑은 어느샌가 자신의 품에서 잠이 든 현우를 내려다 봤다. 다현을 닮아서 동그랗고 귀여운 눈매에 선우를 덧 발라논 얼굴. 사랑스러운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끔은 아이가 가지고 싶기도 했다.


" 제하 오빠랑은 여전히 뜨거워? "

" ...싸워서 어머님네 집으로 도망왔어. "

" ...싸웠는데 왜 거길가? "

" 음.. "


하랑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왜? ..그냥? 애초에 그만큼 싸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힘든 몸을 이끌고 밥을 차렸더니 반찬투정하는 제하가 미워서 반 장난으로 나 시댁갈꺼야! 하고 나왔던 것이 어쩌다보니 벌써 삼일 째 연락두절인 상황이다. 이 인간은 뭐 하는데 연락이 없어? 싶어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길 이틀. 여전히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 그만해라~. 그러다가 또 울고불면서 부등껴 안고 열띈 밤을 보낼거면서. "

" ...울고불면서는 아냐. 아마도. "

" 됐고, 있을 거면 나 저녁하는 동안 현우 좀 봐줘. "

" 선우형은 언제와? "


어느새 호칭이 형으로 바뀌어있었다. 첫째는 제하가 '선우씨'를 싫어했다. 그리고 둘째가 어색함이었다. 선우나 하랑, 둘 다 씨를 붙여서 부르는 것을 어색해했기에 둘은 과감하게 호칭정리를 했다. 하랑은 현우를 안은 채로 쇼파에 누웠다. 그리고 제하에 대한 서러움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박 제하. 나쁜 놈...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해..?






-






" 그러게 하랑이한테 잘해. "

" 아.. 얄밉게 자는 모습도 예뻐. "

" 밥 먹고 갈거야? "

" 아니, 얘(하랑이) 데리고 먼저 갈게. 고맙다. "

" 뭘, 나도 하랑이가 현우랑 놀아줘서 훨씬 편했어. "


그 말에 제하가 하랑에게로 다가가서, 일단 현우와 자는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현우를 안아서 다현의 팔에 올려주었고, 하랑을 안아 들었다. 우움.. 하고 소리를 냈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 ...하랑이 살쪘네. "

" 이제 60넘었어? "

" 얘 이제 뱃살이 찝혀!! 많이 먹인 보람이 있다니까~. "

" ..남자들은 왜 그렇게 뱃살에 집착해? "


제하는 글쎄다~ 하며 손을 흔들고 나갔다. 다현은 현우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디예요? "

[ 응. 가고 있어.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

" 음.. 밥 먹고 산책해요. "

[ 하랑이는? ]

" 갔어요. 제하 오빠랑 싸웠대서 방금 다시 이어주고 보냈어요. "


전화기 너머로 아유, 새끼. 나이가 몇 살인데 삐져? 라는 말이 자그맣게 울렸다. 그에 다현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얼른 끊고 빨리 오라며, 보고싶다고 했다. 그 말에 선우는 가볍게 나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가로운 날이여서, 더 그가 보고 싶어졌다.






-







" 현우를 하랑이네 맡기고 둘이서 데이트라니! "

" 좋아? "

" 당연하죠! 꺄아~ 얼마만이야. "


사실 선우는 다현에게 항상 미안했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살 빼고 가장 예쁘게 입는 웨딩드레스도 그녀는 7개월의 볼록한 배와 통통해진 몸으로 입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것도 매력이라며 일부로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어서 볼록한 배를 강조했다. 재대로 된 신혼 여행도 현우와 셋이서 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 때도 둘이 아니라 셋이라서 좋다며 웃었다. 입덧을 하고 첫 임신에 끙끙 될 때, 선우는 안절부절해하며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는 생명의 고귀함을 새삼 느낀다며 웃었다.

그래서 항상 고맙고도 미안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1주년인 오늘, 현우를 하랑네에 맡기고 둘은 놀이공원으로 데이트를 하러왔다.


" 저거! 저거 타요! "


다현은 놀이기구 하나를 가리키며 선우의 팔을 잡았다. 그도 웃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






" 이런데는 언제 예약한거예요? "

" 글쎄~. 자, 뭐 먹고싶은지 골라. "


고급 레스토랑으로 온 선우와 다현은 오래간만의 외식이라며 들떠 있었다. 그러고보니, 결혼 이후로 음식은 오롯이 다현의 몫이었다. 선우도 입이 까다롭지 않았기에 다현이 해준 음식은 뭐든 잘 먹었다.


" 다현아. "

" 응? "

" 너 왜 그렇게 예쁘냐. "


선우는 턱을 괴고 열심히 고기를 썰던 다현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스물 아홉으로 달려가는 다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가 살짝 쑥쓰러워하며 얼른 먹으라는 듯이 손짓하자, 선우가 그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어떻게, 임신 후에 몸매도 안 망가지고. 피부도 예쁘고, "

" ..서..선우씨.. "

" 불안하게 그러지마. 아, 진짜 누가 납치하면 어떻게.. "


부드럽게 말하는 그의 음성에 온 몸이 녹을 것만 같았다. 따뜻한 손이 볼을 쓰다듬자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선우는 안 주머니에서 흰 색 봉투를 꺼내서 다현의 앞에 올렸다.


" 일 주년으로 뭘 할까 엄청 고민했거든... 어디를 가볼까? 뭘 해볼까... "

" 어.. 이거.. "

" 제주도 가자. 현우 데리고 셋이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우리는 항상 셋이어서, 이젠 셋이 더 익숙한 것 같애. "

" 오빠아... "


다현은 가끔씩 선우를 오빠라고 부른다. 아내로써 존중의 의미로 존댓말을 쓰지만, 친근한 '오빠'도 나쁘지 않았다. 선우는 종이봉투에서 여행 코스가 적힌 종이를 보며 미소짓는 그녀의 앞으로 주먹만한 분홍색의 케이스를 내밀었다.


" 응? 이건 뭐야? "

" 커플시계. 내가 골라서 조금 투박할지도 몰라.. "


다현은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열였다. 나란히 앉아 있는 커플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거추하게 뭔가가 많이 달린 시계가 아닌, 심플하고 우아한 디자인이었다. 선우의 취향과 다현의 취향이 고루 섞여 있었다. 그 때, 한 종업원이 와서 그녀에게 장미 꽃을 전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어느샌가 그녀의 손에는 장미꽃이 한 가득 들려 있었다.


" ..아아.. "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이벤트를 받고 울지 않을 여자는 이 세상에 없었다. 연애 기간도 굉장히 짧았고, 한 눈에 반했다!로 시작된 둘의 결혼은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위태로웠다. 자유도, 여유도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둘은 언제나 웃으며 지냈다. 불평과 불만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씻기듯 사라졌다. 여전히 서로를 보면 설레고, 서로의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했다.

그래서. 그래서, 다현은 울 수 밖에 없었다. 처음해보는 육아와 결혼은 그녀에게도 어려웠다. 서러울 때도 많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그런 서러움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선우가 항상 자신에게 미안해한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기에 눈물만 쏟아냈다.


" 아.. 물론 울어도 예쁘긴한데... 그렇게 우니까 마음이 아린다. "


고마움과 미안함, 감춰져있던 서러움이 터져나왔다. 선우는 얼른 다현의 옆으로 가서 그녀를 안았다. 장미꽃이 둘의 얼굴을 간지럽혔고, 주위에서는 울지마.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 고맙다. 나랑 결혼해줘서. "


선우의 진심어린 말이었다. 둘은 가만히 얼굴을 마주보고 입을 맞췄다. 일 주년의 조용한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한편, 하랑이네에서는...


" 현우 잠들었네~. "

" 응. "


제하가 현우를 안고 있던 하랑을 뒤에서 껴안았다. 하랑이 피식 웃으면서 몸을 뒤로 기울려서 그에게 기댔다.


" 우왁. 무거워~ "

" 몰라. 살 찌운사람이 알아서 책임져. "

" 헤헤. 이따 밤에 얼마나 살 쪘는지 확인할게. "

" ..변태. "


제하는 변태라도 좋다며 웃었다. 새근새근 잠이 든 현우를 본 하랑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 ...애기 가지고 싶지 않아? "

" 음~. 가끔은? "


하랑의 입에서 역시.. 라는 말이 울렸다. 그러나 제하는 얼굴을 그의 어깨에 대며 말했다.


" 너 닮은, 나 닮은 애기. 근데 이젠 싫어. "

" 응? 왜? "

" ...신 다현 보니까 알겠더라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를 그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


하랑이 낮게 웃었다. 제하다웠다. 그의 일 순위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던지 하랑이었다. 그랬기에 하랑의 일 순위도 당연 제하였다. 그걸 서로가 잘 알고 있어서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 기대고 서서 창밖만 바라봤다.


" ...있잖아. "

" 응? "

" 부산, 갈까? "

" ...그럴까? "

" ..이번에는 월화수 안돼. "


하랑의 단호한 말에 제하가 왜에!! 하며 고개를 들었다. 단호한 그 말에 충격받은 듯이 멍하니 하랑을 바라봤다.


" 그 때도 월화수 였잖아! 금토일!!! "

" 싫어어! 사람 많아! "


둘은 그렇게 사소할 걸로 말다툼을 하다가, 깬 현우에 의해 놀라서 얼른 현우를 달랬다. 그러다가 둘은 웃음이 터져서 큭큭거리며 웃었다. 제하가 하랑을 안고 그 목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헤헤. "


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소한 문제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 싸움이 부질없다는 것은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었다. 얼마전 싸웠다가 사흘간 떨어져 있던 둘은, 다현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다시 붙었다. 하랑이 눈을 떴을 때는 옆에서 책을 읽던 제하가 보였다. 그를 보자마자 서러움에 눈물이 터졌다. 펑펑 우는 하랑을 본 제하가 낮게 한숨을 쉬고 그를 안았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며 그를 다독였다.

약물이 거의 빠져나가서 일상적인 생활이나 공부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하랑은 가끔씩 악몽을 꿨다. 아직까지는 여린 하랑이라서, 제하는 매번 져주는 쪽이었다. 그러나 불평따위는 없었다. 짜증이 나려다가도 하랑을 보자마자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 비타민이라며 하랑을 안고 있을 때는 온 몸이 축 늘어질만큼 좋았다.

둘은 한동안 껴안고 있다가, 현우를 데리러 온 다현네를 맞이했다. 제하는 선우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며, 빨리 침대로 가야하니까 얼른 꺼지라고 장난삼아 말했다. 하랑이 그를 때리듯 말리며 둘을 배웅했다.


" 자~. 그럼, 우리는 침대로 갈까요? "

" 흐음.. 도대체가 형 머리에는 뭐가 들어있는 거지? "

" 하랑이와의 섹스, 하랑이와의 관계, 하랑이와의 키스, 하랑이,하랑이, 그리고 하랑이. "


하랑이 피식 웃으며 왜 제일 먼저가 섹스냐고 투덜댔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안아오는 제하를 거부하지 않았다.

서로를 잘 알기에, 선우와 다현도, 제하와 하랑도 밤이 깊어짐과 함께 서로에게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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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14 14:35 | 조회 : 3,869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오메가 편을 만들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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