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저녁길. 평소라면 사람이 많이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길이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지나가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난 홀로 길을 걸었다.
몇 분이 지났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의 맞은편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람이라 확신할 수 가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기한 나머지 나는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가려는 발걸음을 떼는 순간 깨달았다.
길 맞은편에 있는 저것은 내 여동생 이였던 것이다!
모습이 많이 달라져서 순간 나는 나의 눈을 의심 했지만 내 머릿속의 생각이 눈앞에 보이는 그녀는 나의 여동생이 맞음을 알렸다.


하늘하늘한 옷과 반바지는 그렇다 해도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과 손에 들고 있는 끝 쪽이 둥글게 말린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 지팡이는 나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마법소녀 코스프레? 설마.


....그럼 혹시 진짜 마법소녀?


내가 이런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마법소녀나 마법소년이 실존하며 그들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사람들을 구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기 때문에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마법소녀와 마법소년 내용 밖에 실리지 않는다.


물론, 나는 마법이니 뭐니 하는 데에는 흥미가 없다.
아니. 흥미가 없어졌다. 그날 그 사건 이후로부터.


“아차”


소연은 어두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윤이 있었던 건너편 도로로 조심히 건너갔다.
그닥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무렵, 가로수 옆 풀숲에서 무엇인가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소연은 한참을 서 있다가 주위를 살피고는 조심히 반짝거리는 그것을 주웠다.


“에이 뭐야. 열쇠고리잖아. 왜 여기 떨어져 있지?”


아. 그러고 보니 소윤이의 이상한 나무 열쇠에도 이것과 같은 열쇠고리가 있었지. 혹시 소윤이가 떨어뜨린건가?


잠시만..소윤이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열쇠.. 방금 그 나무 지팡이랑 모양이 비슷..아니 똑같잖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자’


소연은 혹시 모르니 열쇠고리를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소연이를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소년이 있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마법소년인 것이 틀림없다. 그 소년은 소연이를 한 동안 지켜보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팡이에 앉아 이내 하늘로 높이 올라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날 밤.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소연의 잠을 깨웠다.


“으음”


소연은 피곤하다는 듯 손으로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갔다.


“무슨 소리였지?”


소연은 가족들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히 또 조심히 집안을 살펴보았다.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연은 소윤이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윤이의 방문 앞에 다가가니 작게 소곤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연은 조금 무서운지 침을 삼키고는 소윤이의 방문을 살짝 열어 그 틈으로 안을 보았다. 소연이가 살펴보고 있는 방 안에는 소윤이가 혼자 방 가운데에 서있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아직 안잤었나?’


소연이 긴장을 풀고 들어가려는 그 때, 소윤이 한숨을 쉬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스칼렛 (Scarlet), 레포르마티오 }


그러자 그녀의 옷이 오늘 길에서 보았던 하늘하늘한 옷으로 바뀌었고 공중에서는 나무 지팡이가 생겨났다.
그녀의 변신은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고 싶지 않은 듯 했다.


“하아.. 또 밤에 일이라니..”


소윤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는 자신의 방에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위험해!’


그것을 처음부터 전부 지켜보고 있던 소연이 놀라서 소윤의 방에 있는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소연은 창문 밖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뛰어내린 흔적도.


“하하..정말 마법소녀였어”


소연은 창가에 주저앉아 작게 중얼거렸다.
자기 자신도 믿기지 않은지 한동안 앉아있더니 조금 지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