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19화

"이건 뭐랄까..."

둘이 써온 가사를 봤다.
1절과 2절이 전혀 다른 가사...

"조별 과제 안의 각개전투인가..."

"무슨 비유가 그러냐.."

"아니 이건 뭐.. 팀플 안의 갠플이랄까...."

가사를 직접쓰면 좋은 점은 노래를 부를때 노래가사가 더 와닿고 자신이 쓴 가사이기에 감정을 전달하기 쉬워진다. 그런점에서는 이 가사는 좋다.

"아무리 그래도 통일성이 있어야 같은 노래라고 보지..."

어쩌지 고민하며 다시 가사를 읽었다.
그러다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무리봐도 고지한이 쓴 가사는 가온이를 생각하며 쓴거 같았기 때문이다.

"너때문에 내가 인내심을 기르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해."

생글 생글 웃는 얼굴을 때려주려다 또 한번 참았다.

'참아. 제발. 가온이가 슬퍼하잖아...!!!'

이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몰래 몰래 만나다 결국 사귀기로 했는지 가온이는 이젠 친구와 남자친구의 경계를 만들었으니까..

'알아. 알지만...'

서운한 감정은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닌가 보다.

"자식떠나보낸 부모 마음이 이런걸까..."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거 부터 봐."

"야! 유유빈! 그게 어떻게 그런거라는 한단어로 축약이 될 수 있는거야! 니가 내 맘을 알아!?"

"몰라. 집중해."

단호한 유유빈 때문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후.. 그래 뭐 어차피 이렇게된거 부분 부분을 빼고 이어지는 구절을 만들어보자."

가사를 읽다가 문득 유유빈을 봤다.

"왜?"

"아니.. 뭐..."

얼마전까지는 사랑노래 하나 못부르던 녀석이 왠 사랑노래를 써왔나 싶어 다시 시선을 종이로 돌렸다.
봄바람의 가볍고 살랑거리는 느낌이 들어가면 좋을거 같은데...

"흠..."

그대라는 봄이 와요. 나를 가득 안아주는.

"흐으으으음..."

봄바람이 불어와. 날 가득 채워줘.

"뭐. 너네는 어차피 지금부터 쓸모없으니까. 이 가사를 계속 생각하면서 노래 연습이라도 해. 중요한건 계속 가사를 생각하면서 이미지화 하는거야. 알았어?"

"응~!"

종이를 복사해 나눠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도 그 종이를 계속 보고 있자 유유빈이 다가온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있어?"

고개도 안돌리고 배 위에 올려진 곰돌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글쎄. 최대한 가사는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머리아파."

유유빈은 그대로 내 옆에 눕는다.

"뭐야. 비켜 왜 옆에 눕는데."

"내 침대니까 니가 내려가."

"뭐이자식아?"

뭐라고 하려던 틈에 유유빈이 내 곰돌씨를 뺐어가 끌어 안는다.

"야!"

몸을 반쯤 일으켜 항의 하자 유유빈은 곰돌씨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반쯤 돌아 눕는다.

"냄새나."

울컥.

"야! 우리 곰돌씨는 꽃돌이거든!? 냄새같은거 안나! 날리가 없잖아!"

얼마나 자주 목욕을 시켜주는데 감히 냄새난다는 말을 하는가!

"나."

유유빈은 그 말을 하고 얼굴을 부비작 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간다.

"너랑 똑같은 냄새야."

순간 뇌회로가 정지됐다.
내가 냄새 난다는 소리인가..

"나 잘씻고 다니거든??"

화가나서 곰돌씨를 뺐어 이번에는 내가 곰돌씨를 꼭 껴안고 돌아누웠다.
그러고나서 고개만 돌려서 말했다.

"불꺼!"

유유빈은 날 한참 쳐다보더니 풋 하고 웃어버린다.

"알았어."

그러고는 순순히 불을 끄고 와서 내 옆에 눕는다.

한참뒤.

"자냐?"

유유빈의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았다.
유유빈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렇게 한참뒤 서서히 잠이 들려고 할때.

"곰돌이 좋은 냄새가 나. 너랑 똑같은.."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이 확 달아났다.
유유빈은 그 이후로 아무말이 없었다.
잠이 든건지 아니면 깨어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곰돌씨를 더 꼭 끌어안고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그날밤 꿈에는

'유유빈...?'

'이리와봐.'

날 부르는 유유빈의 목소리에 다가가자 유유빈이 날 꼭 끌어 안는다.

'야..! 답답해..!!'

아까 곰돌씨한테 했던 것처럼 내 머리에 부비작 거린 녀석은 만족 스러웠는지 말한다.

'좋은 냄새..'

살짝 떨어진 녀석은 싱긋 웃으며 내 볼을 잡고 그대로....

"야 일어나. 지각해."

"으악!!!"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유유빈을 퍽 치고 일어났다.

"야!"

소리치는 유유빈을 냅두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그래?"

유하형이 걱정스럽게 물어봤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화장실로 도망갔다.

"대체 무슨 꿈이야 그건...!!!"

화장실에 주저앉아 한참뒤에서야 나는 화장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2
이번 화 신고 2020-03-13 21:41 | 조회 : 1,290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