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17화

"이호야?"

"형..."

"몸은 좀 괜찮아?"

"....네...."

이호가 감기에 걸렸다.
그때문에 우리집은 비상이 걸렸다.

"엄마!!! 엄마는 부엌 출입 금지인거 몰라!?"

"그래도 엄마니까 할 수 있어!"

"난 아직 살고 싶다고!!!"

"너 그거 무슨 뜻이야!"

이빈이가 아주머니를 질질 끌고 부엌으로 나온다.
아주머니랑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아무도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차릴게."

이빈이는 의아해 하며 내게 묻는다.

"형은 요리가 되요? 저녀석은 전혀 쓸모가없던데??"

유빈이를 가리키는 이빈이를 따라 유빈이를 쳐다보자 유빈이가 시선을 돌린다.

"원래 셋이 살때도 요리는 내가했어. 물론 이호가 한거보단 맛없지만..."

이빈이는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구세주!!!!"

그렇게 바통을 이어받은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호의 성격을 보여주듯 주방은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재료를 찾는것도 어렵지 않았고 이호가 메뉴까지 생각해놨는지 레시피가 있어서 크게 어렵진 않았다.

"야. 유유빈."

"왜."

"완전 벨붕아니냐? 니네집은."

"니네집도 몰빵형이잖아."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들어온 막내들은 고마웠지만 왠지 방해였다.

"대충 됐나?"

요리가 완성되고 식구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했다.

"응! 맛있어요 형!"

"정말? 다행이다."

"형도 와서 먹어요!"

"아. 나는 이호한테 죽 좀 가져다주고."

"네!"

죽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얼굴을 찡그린채 가뿐 숨을 몰아쉬는 이호가 있었다.

"이호야~ 일어나봐. 밥은 먹고 자야지."

곤히 자고 있는데 깨우는것도 그래서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잠시 쟁반을 올려놓고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았다.

"잘자네.."

미지근해진 수건을 이마에서 떼서 찬물에 담궜다 짜내고 이호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으응..."

차가운지 아까보다 더 인상이 찌푸려진 이호를 보고 있자니 이건 이거대로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손으로 이마를 만지자 갑자기 이호가 내 손을 잡아서 놀랬다.

"시원해..."

찬물에 손을 담가서 차가웠나보다. 이호는 내 손을 이리 저리 움직여 자신의 얼굴에 갖다댔다.
기분이 묘했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

"어리광쟁이네 우리 이호는."

손에 힘이 빠지고 다시 잠이 들었는지 내 손을 놓아버리는 이호.
나는 다시 수건을 들어 이마에 올려주고는 방을 나왔다.

"형은 좀 괜찮아요?"

걱정스레 이빈이가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단 좋아진거 같아."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다시 죽을 데워 방으로 들어갔다.

"안일어나려나.."

그냥 쭉 자게 냅둘까 생각하고 있을때.

"형..."

이호가 나를 부른다.

"내가 깨웠어?"

"아뇨... 그냥 눈이 떠졌어요."

"그럼 밥 먹고 약먹자."

이호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고 날 멍하니 본다.

"형이 한거예요?"

쟁반을 가리키는 이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쟁반을 올려줬다.

"먹어봐."

내 말에 이호는 날 가만히 보다 웃는다.

"형이 먹여줘요."

"뭐..뭐..?"

"손이 잘 안움직여서 그래요. 안되요?"

웃는 얼굴로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곁들여 말해 거절할 수가 없었던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워. 조심해서 먹어."

이호는 내가 해준 죽을 어린애처럼 잘 받아먹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웃자 이호가 왜 웃냐는 듯이 날 본다.

"너한테 이런 모습도 있는지 몰랐어."

이호는 가만히 미소짓더니 말한다.

"글쎄요. 저도 몰랐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 할때 이호가 내 손을 잡아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단다.

"맛있어요."

왠지 화끈 거리는건 죽의 열기 때문일까...

"어..얼른 나아야지! 너 아파서 완전 비상이었잖아."

"아..."

왠지 알거 같다는 듯이 이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요리라는게 엄청 힘든거잖아. 가끔은 대신 해주고싶은데 다들 너한테 길들여져서 내 음식은 썩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

이호는 내 말을 가만히 듣다가 씩 웃으며 말한다.

"형도 길들여졌어요?"

약간 이상한 뉘앙스여서 당황하자 이호가 대답을 바란다는 듯이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그..렇지..? 니가 한 음식 엄청 맛있잖아!"

당황해서 목소리가 커졌고 스탠드 빛이 약해서 어두운 방이 내 얼굴 상태를 잘 감춰줬기를 바라는 순간이었다.

"그럼 저는 형한테 길들여질래요."

"어...?"

"엄청 맛있어요. 이거."

"그..그래봤자 그냥 죽인걸..."

이호는 내게서 숟가락을 가져가 마지막 남은 죽을 싹 긁어 입에 넣고 마지막으로 물로 입을 헹구고서는 말한다.

"제가 한거보다 맛있었어요."

남이 해준 음식이 더 맛있고 자기가 한 음식보단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된건 아닐까 했지만...

"종종 해줄게. 아. 물론 죽 말고 다른거!"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오늘은 따로 자요."

"어?"

"감기 옮으면 안되잖아요. 아.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아냐! 아픈 사람이 침대써야지!!!! 나 바닥 진짜 괜찮아!"

오랜만에 누군가가 없는 혼자서 자는 밤이었다.
하지만 이호의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계속 들려와 왠지 안쓰러웠지만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심장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어.'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는 밤이었다.

다음날. 이호는 완쾌했고 이빈이가 울면서 형을 반겼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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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2-29 23:40 | 조회 : 1,360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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