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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드세요."

"아, 예……."


 노예플을 즐기는 주인을 만난 것에 대한 절망감을 한참 느끼던 와중, 두터운 문이 열리고 한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계도 창문도 없어서 몰랐는데 벌써 식사시간이 다가왔던 모양이다.

 햇빛 한 점 없이 초롱불 하나에만 의지하다니, 보육원에서도 이런 취급은 받아보지 못했다.


"세루스라 하셨죠?"

"예에……."

"저는 다아보루스 님의 고위 보좌관, 아이테르너스 인페르나입니다. 아텔이라고 불러주세요."


 생각보다 평범한 요리를 손에 든 악마는 꽤나 정중한 태도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 한번 거창하다, 라고 생각하며 아텔의 외양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그는 어깨에 달린 검붉은 날개가 없었더라면 천사로 오해했을 만큼 선하고 고운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일단 은발이라는 특이한 모양새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수풀이 무성한 숲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텔의 녹색 눈동자는 좋은 인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아……네, 아텔."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니 잘 부탁드려요."


 잠깐. 아텔의 파격적인 외모 덕에 말할 타이밍을 잃었는데, 지금 한 가지 그가 이상하다 느끼는 점이 있었다.


"아니, 근데 왜 보좌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저를……."

"아아……제물 관리 담당이 저라서 말이죠."

"아……."


 구김살 없이 웃는 얼굴은 상냥함과 다정함이 가득했다. 왠지 마계와 어울리지 않는 따스함에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서 들려온 말은…….


"귀찮게 말이죠."

"……네?"

"귀찮아 죽겠어요. 제가 셔틀도 아니고 무려 보좌관인데 제물 따위의 식사 배달원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죠? 하하."

"하하……."


 어여쁜 미소를 지우지도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아텔은 살벌하게 말했다. 곱게 접혀진 눈에서 어른거리는 적대감이 왠지 나를 향한 것 같아 뻣뻣한 입매를 움직여 애써 웃어 보이니, 아텔은 사나운 기색을 감추더니 내게 말한 것이 아니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뭐야, 얘……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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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0 22:11 | 조회 : 5,593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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