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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의식을 시작합니다!"


 점점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갑작스레 찾아온 인생의 전환점에 꽤나 능숙하게 반응한 나의 모습에 혼자 감탄하고 있을 때, 원로원의 쫄병 하나가 외쳤다. 이 막대한 공간에는 나와 아클레오, 쫄병 하나와 몇몇의 원로들밖에 없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한 마법진 위엔 내가 서있을 자리가 뻔하게 보였다. 그것을 보니 왠지 나락에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이 밀려왔다. 하…….


"자네, 괜찮나?"

"아, 예. 괜찮습니다."


 원로들의 시선이 느껴져 애써 표정을 펴니 어느새 아클레오가 내 앞에서 말을 걸어왔다. 친절함과 걱정이 묻어 나오는 따스한 말에 나는 괜히 이 중년 아저씨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지만,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루 아침에 악마 소환 의식의 제물이 되어 빌어먹을 원로원의 미끼로서 인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내 자신이 너무 불쌍했지만, 도망칠 것도 없었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 개겨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의식을 시작합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클레오는 발을 옮김과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주고서 몸을 일으켰다. 목표를 향해 걷자 점점 마법진의 한 가운데, 나의 자리가 가까워져 갔다.

 마침내, 나의 두 발은 주신을 상징하는 문양이 반듯하게 그려진 바닥에 닿아있었다. 긴장감에 절로 식은땀이 나고,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천계대천사의회, 스파티움의 대천사단장 아클레오, 생명의 대악마 비타 디아보루스 소환 의식을 거행하겠다."

"……."

"스파티움의 아쿠아 천사단의 행정관, 루스 아쿠아를 의식의 제물로 지정한다."


 지금, 내 남은 일생, 남은 청춘을 건, 고작 천사 하나를 얻기 위한 이 장대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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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9 13:17 | 조회 : 5,728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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