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늑대는 삐졌어요




“뭐…뭐하는…”
“아…”



속으로 생각하던 행동을, 실제로 그의 보드랍고 탱탱하고 통통한 볼살을
거친 손으로 꼬집고 있었다.
그 감촉이 너무 좋아 넋을 잃고 있었고,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더욱
간지러운 느낌을 주었다.





“바보 같은 김지호 이제 하다하다 학생한테 괴롭힘이냐…”



상우와 현수가 자주 자신을 괴롭힐 때 하던 볼 꼬집기를 학생에게 당해서
기분이 매우 나빴다 날 얼마나 무시하는지, 선생님이라는 자각이 없어 보였고,
자신이 너무 착하게 대해준 탓일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에 핸들에 머리를 박고선 한숨을 쉬었다.



“이한이 기다리겠다…”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집에선 TV소리가 들려왔고,
소파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 그의 눈초리가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아서 귀여웠다.
늑대같은 놈이 가끔은 강아지로 보였다.
지금 같은 순간에만 말이다.



“늦을 줄 알았는데 일찍 왔네.”
“보고싶어서”
“말로만?”



그의 말에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선 자켓을 바닥에 떨어트려놓고선
그의 무릎위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목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나와 같은 향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마에 혹났어 호해줘”



그의 혹이라는 말에 말을 더듬을 뻔해 말을 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그의 이마 혹이 난 자리에 살짝 짧은 키스를 하고선 그를 바라보곤
밝게 웃었다.


“지금 유혹하는 거야? 잡아먹어 달라고?”
“아…안 돼! 나 허리아파 죽을 뻔 했어. 평일엔 절 때 안 돼 약속 지켜!”
“누가 한댔나 왜 이렇게 오버해 오버는 하고 싶어?”



그의 능구렁이 같은 말과 입엔 날 놀리고 싶어서 입고리가 위로 치솟았고,
당황을 해 얼굴이 빨개지고 눈은 초점을 잃고 시선을 피해 허공을 바라봤다.
그런 내 얼굴을 손으로 감싸곤 입에 살짝 뽀뽀를 하며 내 입술을 혀로 핥는
그의 촉촉한 혀에서 맥주향이 났다.



“맥주!!!”



그의 어깨를 밀치곤 벌떡 일어나 바닥에 널브려진 자켓을 주워 옷 방으로 뛰어갔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는 뒷전으로 밀어두고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
오징어를 입에 물고선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로 향했다.



“너 지금 고작 이 맥주에 날 밀친 거야?”
“고…고작이라니! 내 하루의 엔돌핀이야”
“내가 아니라?”
“무…물론 너지…”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는 내 머리를 살짝 밀고선 날 노려보다
이내 콧방귀를 뀌고선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애는 애야 삐지고 있고



“강~이~한~~”



애는 내가 애인 게 분명했다.
애교를 떨며 한 마리의 순한 양처럼 늑대의 환심을 사려
애교를 떨고 있으니 말이다 이 나이에.


“삐졌어? 응?”
“말 걸지 마.”
“이한아~ 왜 삐지고 그래”
“…한번만 더 건들면 나랑 하는 걸로 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그를 흔들지 않고 귓가에 바람을 더 이상 불지 않고 조용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지호.
그런 지호의 모습을 곁눈질로 살짝 보곤,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번만 더 맥주에 날 2순위로 생각하면 가만 안 둬.”
“헤헤- 사랑해 진짜 많이”
“그래 나도 너보다 더 많이 사랑해”



10분 동안 잠을 자려 천장을 바라보며 입으로 중얼중얼 양을 세는
지호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자신의 품에서 자신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면 금방 잠드는 그가
이제 내가 없으면 양을 세며 잠을 청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점에 너무 좋았다.

그를 품안에 넣고 정수리에 턱을 대며 말을 하는 그의 음성이
머리에서부터 발끝으로 전율이 되어 찌릿한 느낌을 주었고,
이 따뜻한 느낌에 오늘도 금방 잠에 들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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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3 03:04 | 조회 : 2,615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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