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은 눈물이 많아요




“지호의 첫 교생실습을 축하하며!”


시끌벅적한 대학가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과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이
첫 교생실습을 축하겠다는 좋은 뜻으로 둔갑해 마음 편히
술을 들이붓는 중이다.


“이건…축하할 일이 아니야아…”
“그래봤자 고딩이야 고딩 쫄지마”
“나보다 키…훨씬 클 거야… 난 난쟁이 똥자루거든…”
“…키…키가 뭐가 중요하냐!”
“남고라서 더 무서워… 잡아먹히는 건 아닌지…”


다들 신난 분위기였지만 당사자만 걱정이 한가득 이였다.
울상을 지으며 술을 홀짝 홀짝 마시는 모습이
꼬리를 내리고 귀가 쳐진 시무룩한 강아지 같은 모습에 귀여워
계속 방긋방긋 웃는 상우의 모습에 한숨을 크게 내쉬는 지호.


“지호 축하주 한잔 딱! 어?”
“어? 아니야 괜찮아 나 내일부터 출근이라서 적당히 먹고 가야해 계산은…”
“선배님~”


분위기 메이커인 동기의 말에 시선이 집중이 되어버렸고
온갖 과일소주 그리고 그냥 소주 맥주가 가득한 대야 안에 든 술
저거 마시면 취하는 건 둘째고 배불러서 죽을 거야….


“오오오오오-!!!”
“야 반만 마셔 반만”


원샷을 해버렸다. 그 덕에 배 터져서 죽을 거 같아…!
취한 척 하고 집에 가서 쉬어야지 이러단 내가 죽어…


“뭐야 지호 벌써 갔어?”
“그런가봐 지호야 일어나봐 야 김지호”
“으으응~~”
“어디가! 야! 같이가 택시 잡아줄게”
“혼자 가꺼야!”


취한 척 엎드려있다 상우의 손에 붙잡혀 일어나
도망치듯 계산을 하고 튀어나오다
키가 무척이나 큰 남자의 명치에 머리가 부딪쳤고
뭐냐고 날카롭게 묻는 바람에 소심해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땅만 보고 이야기했다.


“씨발 뭐야”
“…어…집에…가는…사람…이요오오…”
“여자야 남자야”


큰 손으로 내 턱을 들어 얼굴을 보는
그 남자의 눈을 마주 칠 수가 없었다.
늑대 앞에 서 있는 한 마리의 양이 된 기분이야.


“여자야?”
“…나…남자요…”
“근데 키가 왜이래”
“…”


술기운 때문인가, 콤플렉스인 키 이야기를 해서 눈물이 흘렀고
그 남자는 당황을 해 어쩔 줄 몰라 했다.
다 큰 성인남자가 고작 키 이야기했다고 우는 모습에 말이다.
고개를 들어 술집 안을 힐끔 보곤 날 힐끔 보곤
내 손목을 잡아 맞은편 술집으로 들어갔다.


“울지 말고 짜식 키 작다고 우는 거 아니야”


안주를 시키고 술이 먼저 나와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울지 말라고 달래는 그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집에 가야하는데 뭔가 휘말렸어 거절할 수 없는 표정으로 보니까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그쪽은 크니까 모르는거에요…”
“작으니까 귀여운데”


자주 남자인 친구 후배 선배들한테
그리고 군대 갔을 때 선임들한테 까지 들었던
귀엽다는 말과는 다르게 들렸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더욱더 취하는 거 같았다.


“니가 여자보다 더 예쁘고 귀여워”
“…그럼 뭐해요 난 남자에요…….”
“아쉽네.”
“…네?!”
“아쉬워 여자였으면 바로 꼬셨는데”


당황스러웠다 아무렇지 않게 표정하나 안변하고
저렇게 예쁜 미소로 웃으며 말하는 그 이상한 남자에
말에 얼굴이 화끈 화끈 거려 홍당무가 된 거 같아
술만 마셨다.


“후우-!”


취해서 고개를 테이블로 빼꼼 내밀고 앞머리를 바람으로 후후 불며 인상을 썼다.
눈에 찔려서 따가워 한 행동 이였는데
‘지금 꼬시는거야?’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큰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줬다.

놀라서 동그래진 이름 모를 너의 갈색 눈동자가 너무 예뻐
그래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네, 원래 안 그러는데.


“쪽”


살짝 입에 뽀뽀를 하니 더 동그래진 눈으로 날 빤히 바라보는
눈, 그리고 빨개진 볼이 너무 귀여워
처음 본 남자애 인데 반했나봐. 내가.



1
이번 화 신고 2016-05-31 22:02 | 조회 : 5,667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커밍아웃이 들어있는 노트북이 콜라와 함께 사라졌어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