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 : 시작



저는 지금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멘탈 붕괴라는 건데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간단히 설명해드리자면 온 세상이 새하얘지고 쾅쾅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인데,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아, 왜 멘탈이 붕괴되고 있냐구요? 그거야 설명하기 어렵지 않죠.



때는 바야흐로 3시간 전. 폭풍과도 같았던 시험을 무사히 끝마치고 스마트폰을 꺼내 밀린 웹툰을 정주행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죠. 그 기쁨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웬만한 초고교급의 절망이 부럽지 않더라구요. 언제든지 이상한 곰 탱이가 나와서 저를 스카웃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죽고 죽고 또 죽고. 분명 제가 기억하는 만화는 말이죠, 개그였단 말입니다? 모 거시기라는 제목의 만화처럼 개그와 시리어스가 교차하는 만화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래도 간간히 시리어스는 보이고 있었지만 개그로 포장되어있어서 괜찮았는데, 이번에 빠방하고 터저버렸습니다.



일단은 애정하던 두 여캐가 죽었습니다. 이름은 레이디와 세월이구요. 살짝 발암이 없잖아 있었지만, 중요한건 예뻤습니다! 그런데 뒈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작가님이 얘네들을 왜 죽였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정말 왜 죽인 걸까요. 분명 그리기 어려워서가 분명합니다. 너무 예뻐서 죽인 거라구요.




농담은 그만할께요. 뭐, 사실 짐작은 당연히 갑니다. 그도 그럴게 모든 만화의 기본이잖아요.




‘권선징악’이라는 것은.





다 그런 거죠. 착한 놈은 항상 이기고 나쁜 놈은 항상 죽거나 패배하죠. 당연한 만화의 법칙입니다. 실제로 저도 착한 주인공이 나쁜 악당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내지르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왜 죽은 걸까요, 그들은.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들은, 그리고 그들이 속해있는 조직인 ‘나이프’는 극악무도한 살인집단입니다. 살인은 식후 운동 정도구요, 테러 같은 건 그냥 여가 활동 같은 겁니다.



아무리 만화에서 좋게 포장하려고 한들, 살인자라는 건 절대 변하지 않아요. 가상이라고 해도 그들이 죽인 것은 명백한 사람입니다. 그 손에 쥐어진 죗값은 결코 씻을 수 없겠죠. 오직 죽음 외 에는요.



하지만 말이죠. 뭔 상관입니까. 그런 알 수 없는 엑스트라 따위.
어차피 작중에서 비중이라고는, 나이프는 살인마이다 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그런 엑스트라 따위에게 그 정도 무게가 있을련지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이기적인 인간이에요. 요는 제 선에 있는 사람들만 지키면 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엑스트라 따위는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지키고자 하는건 예로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이죠. 가능하다면 도와주고 싶어요. 당신들이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이대로 가면 분명 나이프는 전원이 몰살 당하고, 스푼에게만 해피앤딩이 찾아오겠죠.



저는 스푼도 좋아해요. 나가라던가, 서장님이라던가 귀능이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말이죠, 역시 나이프가 좋다는 겁니다.



문뜩 초등학생 때 엄마 몰래 즐겨 보던 패러디 소설이 생각납니다.




“저도 하고 싶네요, 트립 이라는 거.”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모든 사망플래그를 꺾고, 모두에게 해피앤딩을 가져다 주는, 그런 거 말이에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죽게 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를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어차피 만화니까 말이죠. 저는 노력할 겁니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체를 밟고 올라서더라도.




절대로, 지킬 겁니다.







..라고 생각했는게 방금 전 일 같은데, 어쩐지 뭔가가 이상합니다. 일단 여긴 제 방이 아니에요. 뭐죠. 납치당한 건가요?



금발의 예쁜 언니가 저를 바라보고 말을 겁니다.



"내 말, 알아들을 수 있겠니?“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라는 생각을하며 고개를 끄덕거려봅니다. 그러자 금발의 여성은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인 체 저를 쓰다듬으며 말합니다.



“내 이름은 메두사, 그리고 네 이름은 제이미(jamie)."



“제이미..?”


제이미? 제 이름은 그게 아닌데요. 그나저나 정말 제가 아는 분을 닮으 신거 같습니다. 이를테면 방금까지 보고 있던 만....


?!



“그래, 제이미. 영물화 한 걸 축하해. 그리고”






-이 나이프에 어서와.




오, 세상에. 만약 여기가 엄청난 고퀄리티 코스프레 행사장인데 제가 지금 몰카를 당하고 있는거라던가, 아니면 이영싫이 영화화되서 제가 주연으로 캐스팅 되서 찍고 있는데 촬영중 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잊은 게 아니라면말이죠. 아무래도 저.



이영싫 세계로 와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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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22 08:38 | 조회 : 2,367 목록
작가의 말
눈꽃쿠키

질러버렸다..! 이제 잠수타면 되는 건가요)해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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