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세레스트, 기억이 없는 나를 여태 돌봐준 사람. 눈물이 많고, 상처도 많은 사람. 내 모든 걸 알고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이게 전부가 아닐텐데.

그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여태 봐왔던 그는 언제나 헌신적인,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종종 그가 답답할 때도 있다. 자신의 의견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용기가 없는 건지, 자신감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든지 일단 내 의사를 물어본 다음 행동한다.
내가 묻지 않으면 절대 본인이 먼저 자신에 대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좀 더 욕심부려도, 제멋대로 해도 괜찮은데.

그가 자주하는 말은 대부분 이렇다.

' 미안해요. '

' 난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는 안 돼요. '

' 나같은걸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전부 내가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다. 그가 왜 그렇게 자신을 깎아내리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 좀 더 알고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과거에 대해 물으면, ' 듣지 않는 편이 좋을 거에요. ' 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언젠가 한번 그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 누구나 욕심은 있겠지만,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안 되는 거겠죠. '

그 때는 갑작스러워서 대답을 못 했지만, 나는 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욕심을 드러내는 쪽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만 하는 것도 상대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지니까.

세레스트는 나를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꽉 붙들고 있지 않으면 그 쪽에서 먼저 놓아버릴 것 같았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그를 떠나버린다고 해도 절대 나를 붇잡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그건 절대 내게 미련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거다. 역시 그가 날 좋아할 리가 없지, 라며.

그를 안심시키고 싶었다. 그는 언제나 불안해한다. 마치 자신은 모든 것에게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처럼,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처럼.

네가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면, 내가 온전히 네 것이 되어줄게.

처음엔 사랑은 아니었다. 그저 내게 친절한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던 것 뿐이지, 좋아한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의 곁에 좀 더 있고 싶고,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그의 전부가 되고싶었다.

그가 내게 힘든 일을 숨기지 않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는 그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게 세레스트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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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3 21:07 | 조회 : 578 목록
작가의 말
라미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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