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 Zero - Prolog

데레니 아도니스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빛 바랜 사진 한장을 매만졌다.

낡고 변색되어 정확한 빛깔을 알 수 없는 이 사진이 데레니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데레니는 희미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서랍속에 넣었다.

드르륵 소리가 들리며 데레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자 아래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고양이 에딘이 가르릉거리며 길다란 꼬리로 데레니의 다리를 휘감았다.

데레니는 몸을 비벼대고 있는 에딘을 보고 힘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레니는 에딘을 들어올려 품에 안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 까지 감도는 복도에는 완벽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데레니의 하이힐 소리와 데레니의 품속에서 기분좋게 가르랑거리는 에딘의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복도에 놓인 수많은 촛불은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타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초상화가 빼곡히 벽을 채우고 있는 복도를 한참 걸어가던 데레니는 어떤 초상화 앞에 멈춰섰다.

짙은 흑발에 하트모양 얼굴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하고 있는 여인은 차갑고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면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메리엔.N.아도니스'

선선대 가주인 메리엔 아도니스는 인체실험을 통해 인격을 지닌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를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 였다.

세상은 두가지로 나뉘어 그녀를 평가했다.

'세기가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 그녀가 이끌어낸 기술은 인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고,그녀는 위대한 혁명의 주인공이다. 조금의 희생이 있었지만 메리엔 아도니스는 희생당한 모든 이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위대한 일을 해냈고 실험에 사용된 이들은 희생자라기 보다는 혁명의 또다른 영웅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평가는.

'그녀는 세상에 다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싸이코패스 였다.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생명조차도 가볍게 여겼고 실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이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자식을 앗아갔으며 혁명을 이끄는 이가 아닌 테러를 일으켜 수많은 수많은 이를 학살한 자로 기록되어야 한다.'

데레니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꽉 쥐었다.

흰 원석을 나비모양으로 깎아만든 목걸이는 독특한 매듭으로 엮어진 줄에 달려 있었는데 그렇게 화려해 보이는 디자인은 아니였지만 시선을 잡아끌만큼 아름다웠다.

데레니는 에딘을 한손으로 품에 안은 채 벽에 고정된 금속판에 손을 얹었다.

'지이잉.. 우웅'

푸른빛과 붉은빛의 불빛이 엇갈리며 교차하더니 부드러운 음성이 울렀다.

'PQ - OS - ER - NA . 데레니 아도니스 , 지문인식 및 생체전기 인식 완료되었습니다.

육중한 기계음이 울리고 두꺼운 벽이 갈라졌다.

에딘은 어두운 복도에 갑자기 환한 빛이 쏟아지자 눈을 깜빡거리며 데레니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중앙 홀에 도착한 데레니는 분수대 앞 정중앙에 걸려있는 거대한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데레니 자신과 딸인 아네트, 사위 지셴 그리고 제리나와 제든, 리린.

거대한 화재로 인해 손녀인 제리나가 죽고 몇년이 지나지 않아 딸인 아네트가 죽었다.

어렸던 제리나는 3살 이였던 동생 제든을 구하다 죽었고 아니스는 단서를 찾아 진입했던 건물이 붕괴되어 죽었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 누가 건물을 붕괴하도록 지시했는지 ... 알고는 있었지만 밝혀낼 방법이 없었다.

목격자는 있었으나 그 누구도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죽음을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다.

에딘을 안고 있던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에딘은 괴로운 듯 야옹거리다가 폴짝뛰어 데레니의 품에서 빠져나갔다.

데레니는 몸을 쫙 펴며 기지개를 켜는 에딘을 바라보았다.

씁쓸한 여운이 감돌았지만 데레니는 에딘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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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4 22:52 | 조회 : 2,056 목록
작가의 말
나라콜라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학생이다 보니 시험이 많아서 수정을 빨리 하지 못했어요.. 그림은 그림작가님께서 완성하시는 데로 빠르게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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