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카밀라의 죽음 (2)- 순수악

(에밀리아 시점)
"재밌네... 난 아밀론이 저렇게까지 다이애나를 아낄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나는 허탈한 듯 영혼 없이 하하 하고 웃었다. 나는 정말 그를 사랑했다 생각했는데... 아직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은건가? 글쎄... 나는 잘 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저기에는 다이애나의 시체가 있는데... 그거라도 보고 싶었나보네. 심지어 전염병까지 걸린 상태였는데."
"별 할 말이 없네."
"..."
"저 자식... 저러다가 전염병까지 걸릴 거 같은데. 그럼 어떡할거야?"
"..."
"..."

나는 머리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다.

"버려야지."
"매정하네."
"어쩌겠어, 난 살아야지. 난 나까지 죽고 싶지는 않은 걸."
"아직 잘 지키고 있네. 절대 사랑에 지배 당해서는 안돼."
"...응, 잘 기억하고 있어."

그는 나를 끌어안고는 속삭였다.

"알지, 응? 사랑에 지배 당하는 건 몰락의 길이야. 나도 그랬으니까. 너도 그러면 안되는 거 알지? 나도 널 사랑하다가 몰락했으니까."
"응, 알고 있네."
"좋아,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는 경쾌한 정장 구두 소리를 내며 날 떠났다. 나는 다이애나의 가게 앞에 선 채로 가게 앞에 있던 다이애나의 사진을 보았다. 그녀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어떡하지..."

그녀를 관찰하고 관찰해봐도 하나의 생각만이 들었다.

"대체, 대체 왜... 그녀를 사랑하는 거야?"

내가, 내가, 내가 더 아름다운데... 내가 더 지위가 높고, 내가 더 능력 있고, 내가 더 매력 있는 존재 아니었어? 내가 가장 아름다운 존재 아니었냐고!

"하..."

나는 그녀의 액자를 바닥에 던졌다. 액자의 유리가 콰직! 하고 깨지며 그녀의 사진이 길 바닥의 물웅덩이에 빠졌다. 사진은 물에 젖어 너덜너덜 해졌다.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

난 들고 있던 양산으로 사진을 꾹 찍고 구두로 사진을 마구 밟았다. 그녀의 사진에서는 알 수 없는 새까만 잉크가 나왔고 그 잉크는 물 웅덩이를 까맣게 물들였다. 마치... 깨끗했던 나의 마음이 더럽혀진 것처럼. 그가 나타나면서부터. 그가 날 유혹하면서부터.

"아아..."

양산에 묻은 물기를 툭 털고 떨어지는 햇빛을 막으며 양산을 폈다. 밝은 주황색의 양산은 그녀의 사진에서 나온 잉크 때문에 더러워졌다.

"더럽게, 정말... 겨우 평민 여자가 그러기는..."

나는 그가 있을 방향을 보며 눈 웃음 지으며 말했다.

"사실 날 사랑한 거잖아. 그치?"

*

(3인칭 시점)

"소리쳐라! 그들을 향해서!"
"와아!!!"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함성과 비명 소리. 그들은 하얀 깃발을 들고 왕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각 잡히지 않은 모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귀족들은 물러서야 한다!"
"옳소!!"
"왕족들은 국민들에게 사죄하라!"
"사죄하라!!"

그들의 우렁찬 함성소리는 왕족들까지 겁 먹게 했다. 왕과 왕비는 피난 준비를 하고 왕자와 공주는 이미 시위대에게 공격 당했다. 시위대의 손에 들린 것은 하얀 깃발과 농기계, 그리고 어디서 가져온 지 모를 군대의 총까지.

"살려줘! 나는... 평민들을 무시하지 않았어! 난 귀족도 아니라고!"
"그쪽 지금 그 정장에 저택은 뭐지? 당신 오헬리 백작 아닌가?"
"아...아..."
"죽여라!!!"

그들은 창으로 그의 심장을 찌르고 발로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들의 함성소리는 아군 마저 공포에 떨게 하였다.

"분노한 군중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자!"
"들려주자! 분노한 군중들의 목소리를! 그들에게!"

그들은 귀족과 왕족들의 사치와 차별, 비리에 분노한 평민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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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12-10 01:35 | 조회 : 35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