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73화













몰랐지만 내 말에 백승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 얼굴도 굳어가는게 눈에 보였다.

왜 그러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해줬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애 얘기할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지을필요가 있나..'



내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 할 나는 그냥 앞에 놓여진 케이크를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래서 설아, 누가 진짜 왕자님인데?"

"...."





윤지에 의해서 이야기가 본론으론 넘어왔다.

배역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모인 건 맞으니까 빨리 정해야할 것 같긴 한데, 도저히 얘네들을 가지고 내가 배역을 어떻게 짜라는건지 머리가 아팠다.



앞에 앉은 애들의 표정은 기대를 엄청하고 있는 표정들이엉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왜 그런 표정들이야?"

"아까부터 쟤네 저런 표정하고 있었는데?"





내 말에 윤지가 빨리 대답해줬다.

저렇게 먹이를 기다리는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애초에 얘네 분위기가 이런 분위기들이 아니었는데.. 내가 읽었던 소설에서는 저런 애들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서 설아? 어떻게 할거야?"

".....그러게.. 어쩌지"





원래 소설 속이었다면 백승호와 하여운이 짝을 지어서 하는게 맞을 것이다.

백승호가 여기 소설 속의 남주였으니까 말이다.

하여운 말로는 남주가 따로 있다고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용 속의 남주는 백승호였다.



그렇다고 백승호를 택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안그래도 원래의 윤 설이 백승호를 엄청 좋아했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시선들을 받을 때마다 짜증나서 죽을 것 같았다.



또 나는 얘네 중에서 백승호랑 가장 어색한데, 그런 애랑 이런저런 짓들을 하려고 애쓰기도 귀찮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친밀도로 따지자면 성 준이지만, 얘는 이런 역할에 잘 어울릴까 싶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성 준이 매우 이국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는데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나는 윤지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냥 너가 해주면 안돼?"

"왕자 역할을?"

"응.."





내 말에 윤지가 난감한 듯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하면 나 축제날 학교 못 올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쟤네 눈 안보여?"





윤지의 말에 앞을 보니까 정말로 누구 하나 잡아먹을 눈빛이었다.

얘네가 아무리 윤설이랑 원래 친했다고 해도 친구사이에 이정도로까지 집착하지는 않는걸 나도 알고있다.



윤 설은 모르겠지만, 얘네들이 윤 설을 생각하는 시선들은 그냥 친구사이라고 정의내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에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나는 그냥 가장 원초적이고 공평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휴대폰을 킨 후에 앱스토어에서 룰렛게임을 다운받았다.



그 후에 룰렛칸마다 메인왕자역할의 후보들 이름을 다 넣었다.

애들도 이 방법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원초적이면서 가장 공평적인 방법이었으니까 자기들도 할 말이 없었나보다.



윤지는 옆에서 재미없다면서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카페 정 중앙에 놓은 후에 룰렛을 돌렸다.



룰렛은 가차없이 돌아갔고, 당첨자리의 룰렛 칸의 이름에는 이도하가 적혀있었다.

이도하면 생각보다 어색함도 없을 것 같고, 왕자역할에도 잘 어울리는 애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잘 뽑혔다고 생각하고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도하로 결정났네?"

"...그러게"





성 준의 시무룩한 말투를 나는 못들은 척 넘기며 웃었다.

이도하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했다.

하긴 그냥 연극의 역할을 정하는건데 나머지 애들이 너무 흥분한거였지 이도하같은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인데... 나는 그냥 웃었다.



순간 정적이 계속 일어나서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나는 그 어색함을 버티기가 그래서 잠깐 화장실에 갔다온ㄴ다고 말하며 일어났다.

애들은 내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손을 씻고 나서, 천천히 화장실을 나왔는데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언제 그렇게 익숙해진건지 누가봐도 성 준의 소리구나 하면서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바꿔줘? 이도하아아. 너 이런거에 관심없다고 했잖아."

"......꺼져"

"아아아.. 도하야? 준이 하고 싶다니까? 너 사람들 앞에 나서는거 별로 안좋아하는거 준이가 다 아는데?"

"시끄러. 안 바꿔."

"너 아까 걸렸을 때도 딱히 안 좋아했잖아. 응? 준이는 관심받는거 좋아하니까 하게 해줘"



"내가 할게. 성 준 쟤는 너무 촐싹거려서 안맞아."

"뭐래 우리 태겸이는 조용히 해, 너 얼굴 날카로워서 왕자랑 안 맞거든?"

".......저 새끼가"



"백승호 학생은 할 말 없으신가요?"

"...시끄러. 애초에 너는 왜 여기에 있는거야?"

"우리 설이를 너네 사이에 혼자 끼워놓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너는 딱히 미련 없는거야?"

"있다고 해도 이도하 저 새끼가 바꿔줄 것 같냐?"





정말로 정신이 없는 소리들이었다.

이도하는 생각외로 자신의 역할이 마음에 드나보다.

절대로 바꿔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언제쯤 등장하면 될까 뒤에서 간을 보고 있었다.





"근데 설이 왜 안오지?"

"....나 왔지"





날 찾는 듯한 윤지의 목소리에 나는 얼른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전혀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무슨 얘기중이었냐고 물었다.

다들 딴청피우며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럴거면 좀 조용히 얘기했어야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가 다시 목구멍으로 말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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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났던 목적도 해결했고,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뭘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애들을 데리고 영화관으로 데려갔다.

아무말도 않고 애들은 다 따라왔다.



그렇게 다같이 매표소에서 영화표를 구매하고 영화볼 때 빠질 수 없는 팝콘을 사러 매점으로 향했다.





"무슨 영화표 구매한거야?"

"있어. 그런게"





윤지와 성 준이 둘이서 재밌는 영화로 구매해오겠다고 말하며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했는데 끝까지 무슨 영화인지는 얘기해주지 않았다.

솔직히 무서운 영화만 아니면 되었기에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매점에서 뭘 먹을지 대충 고민하고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주문을 하려고 섰다.





"설아?"

"....지훈이 형?"

"설이 오랜만이다. 엄청 보고싶었어."

"형 뭐해요?"

"알바하지.."

"여기서도 알바하는거에요?"

"아니, 아는 사람이 오늘이랑 내일만 대타로 해달라고 해서."

"....형 엄청 피곤해보여요."





지훈이 형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엄청 짙게 내려와있었다.

한동안 잠을 못 잔건가 싶을 정도였다.



내 말에 지훈이 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얼른 주문하라고 재촉했다.





",,,그럼 저 3번 콤보로 2개 주세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요."

"..뭐에요?"

"나 휴대폰 번호 바꿨거든,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는거야. 내 친구들 아무도 모를걸?"

"....고마워요."

"아니야. 나중에 전화해줘. 난 저기 점장님이 부르신다. 가볼게 설아 재밌게 봐."





지훈이 형은 전화번호만 주고는 사라졌다.

나는 그 전화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받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뒤에서 음흉하게 쳐다보는 윤지와 째려보는 애들이 상황설명을 바라는 눈빛이었지만 말이다.





"그냥 친한 형.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다네?"

"무슨 친한 형이 저런 표정으로 아는동생을 쳐다봐?"

"....무슨 표정인데..?"

"...하.. 됐어. 팝콘나왔다. 가지고 가자."





내 말에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백승호가 팝콘을 들고 앞장을 섰다.

..생각해보면 지훈이 형에 대한 부분도 내가 알아내야 할 것이 많은 듯 했다.



지금은 친하다고 생각되지만 처음 이 몸에 들어왔을 때에는 지훈이 형의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쁜 형 같지는 않아보였는데, 원래의 윤설과 어떤식으로 엮인건지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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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이런 영화인줄 생각도 못했단 말이야,.'



내게 이런 시련을 던져주고는 옆자리에서 잘만 보고 있는 윤지와 성 준의 얼굴을 한 대씩 쳐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런 무서운 영화는 빙의하기전에도 딱 질색이었다.

원래 윤 설도 좋아하지 않는지 몸이 거부하는 듯 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걸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최대한 열심히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김태겸은 내가 움찔거리는걸 눈치챈게 분명했다.



내가 움찔거릴때마다 자기가 더 놀래하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 멘탈도 깎여나갔다.

어떤 정신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괜찮은 장면에서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가 김태겸의 난방을 꼭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움찔거릴 때마다 얘도 같이 움찔거린건가..'



뭔가 미안해져서 슬그머니 손을 때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손가락이 한개가 튀어나왔다.





"..."

"자"





뭐냐는 식으로 쳐다봤는데 자라는 한 마디 하고는 화면으로 얼굴을 돌렸다.

딱 그 장면에서 아까 나왔던 귀신이 또 튀어나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손가락 한개를 잡았다.



같은 남자애인데 손가락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조금 자존심상할 만도 하지만, 내 정신이 자존심을 지킬 정신이 되지 못했다.

나는 그 손가락을 꼭 잡고는 고개를 파뭍었다.



잡을게 한개라도 있으니까 살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정말 정신차리기가 힘들었다.





"..뭐하냐 니네"

"......미안."





정신도 못차리고 손가락을 아까처럼 잡고 있는데 김태겸 옆에서 백승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내가 아직도 김태겸의 손가락을 잡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나는 얼른 손가락을 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그런 모습이 웃겼는지 김태겸은 옆에서 웃고 있었다.



잘생기지만 않았다면 한 대 쳤을 것이다. 민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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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9-23 23:12 | 조회 : 1,533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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