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72화





그렇게 간 곳은 노래방이었다.


"설이 너 노래 잘 불러?"
"....몰라?"


윤지가 옆에 다가와서 물었지만, 솔직히 이 몸으로 노래를 불러봤어야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갑자기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윤 설 노래 개못불러."
".....너가 뭘알아."
"아니까 말하지. 초등학교땐 가창시험이 없었냐 바보야"
"....."


옆에서 시비거는 것 같은 백승호에 아무말도 안하고 쳐다만봤다.
내 원래 몸에서는 음치라고 할 정도로 못 부르진 않았던 것 같기에 믿을 수 없었다.
옆을 둘러보니까, 백승호의 말이 사실인건지 나머지 애들도 웃음을 참는 듯해보였다.

'어느정도길래 저렇게까지 하는거야..'

혼자서 노래를 부를 일이 그렇게 있지도 않고, 특히나 그 집에서는 더 그럴 일이 없었기에 내가 노래실력을 알리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저 반응들을 보니까 조금 심각한 모양이었다.

'얘네 설마...'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네 혹시 나 노래부르게 하려고 노래방가는거 아니지?"
"....아니지.. 설마 우리가 그것떄문에 가려고 하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눈도 안 마주치는거 알고는 있는지 궁금했다.
뭐 내가 안부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노래방에 도착해서는 각자 음료수 한 캔씩 들고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갔다.
예상외로 평범한 노래방에서 노는게 신기했다.
그 눈빛을 어떻게 읽은건지, 옆에서 성 준이 얘기했다.


"왜?"
"아니 너네랑 분위기가 안 맞아서."
"....설이는 너무 우리를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딱히 그런게 아니라..."


너무 정곡을 찔려서 그런건지 순간 당황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를 열심히 띄워주는 윤지와 성준 덕분에 어색할 것 같았던 공기가 전혀 어색해지지 않았다. 그냥 친한친구끼리 놀러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윤지는 노래도 잘 부른네'

막불러도 누가들어도 잘부른다고 할 것 같은 윤지의 노래실력에 감탄했다.
그렇게 박수를 치며 감상중이었는데 내게로 리모컨이 내밀어졌다.

나는 왜 내게 이걸 내미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설이 노래 안하려고?"
"....어 나중에"
"그러고는 안할거지 너"


쓸데없이 예리한 이도하에 의해서 나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노래 한 곡을 예약했다.
예약을 안하면 집요하게 계속 쳐다볼듯한 모습에 하긴했는데, 아까 애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진짜로 부르기 싫었다.

'웃으면 죽여버릴거다 진짜로.'

혼자서 다짐아닌 다짐을 하며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언제 벌써 내 차례가 온건지 모르겠다. 김태겸한테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괜히 노래 못하는 사람이 발라드 부른다고 설치면 쪽만 당하기에 나는 리듬이 신나는 노래를 예약했었다. 그리고 이런 노래는 절대로 혼자 부를 수는 없기에 나는 윤지에게 슬쩍 다가가서 마이크를 건냈다.
윤지는 내 눈빛을 읽은건지 같이 부르자고 해주었다.

그렇게 노래가 시작되고 윤지가 먼저 첫음을 내고, 내가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옆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엄청들렸다.

나는 웃음을 참는 듯한 애들을 한명씩 째려봐줬다.
자기들이 부르라고 해놓고는 이렇게 웃으면 서운하니까 말이다.

내 눈빛을 읽은건지 애들이 다 무표정을 했다.
나는 마이크를 입에 갖다붙인 그대로 소리를 쳤다.


"걍 웃어 나쁜놈들아."


내가 말을 내뱉자말자 어떻게 참은건지 다들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보였다.
윤지도 웃느라고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다.

내가 들었을 때는 저정도로 웃을만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정말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자 애들은 그걸보고 더 웃었다.

노래부르니까 스트레스 풀리는 느낌이 확 들었다.
잘 부르진 못해도 노래방을 찾는 이유가 이거구나 싶었다.

20분정도 지나니까 다른 애들 시선은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서비스로 받은 20분정도를 더 부르고 나서야 노래방을 벗어났다.
노래방을 벗어났는데도 아침일찍 만나서 그런건지, 생각보다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진짜 할 거 없겠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애들은 또 언제 계획을 짜놓은건지 나를 끌고 직진했다.

'노래방도 재밌었으니까 뭐.. 믿어도 되겠지..'

나는 어차피 노는 장소도 모르는데다가 잘 놀지도 못하기에 애들이 이끄는대로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볼링장이었다.


"...볼링장?"
"밥 먹고 노래불러서 소화시켰으니까 , 운동겸 볼링치자."
",,,,,"


볼링은 한 번도 경험이 없었다.
윤 설의 몸은 잘 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구기종목은 안그래도 잼병인데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볼링을 잘 칠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볼링을 쳐보고 싶은 마음에 애들을 따라갔다.


"팀 짜자."
"지금 우리가 몇 명이지? 딱 6명이네."


성 준이랑 윤지는 엄청 친해진 느낌이었다.
둘 다 분위기 메이커라서 그런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나보다.

팀을 짜자는 분위기에 그냥 간단한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한 번에 나뉘어져서 각자 볼링공을 가지러 갔다.

뭘 들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 온건지 옆에 백승호가 서있었다.


"왜?"
"그거 너무 무거울 걸?"
"...그런가.."
"너 안그래도 약한데 그걸로 하게?"
"......그러면 뭐해야 하는건데?"
"받아"


백승호는 내 손에 있던 공을 다른 공으로 바꿔주었다.
확실히 내가 들기에는 이 공이 낫겠다 싶었다.
나는 고맙단 말을 하고는 내 자리에 섰다.

옆사람들이 치는 자세를 잘 살펴서 따라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노력과느누 다르게 거터가 됐다.

이번에는 애들이 아까처럼 웃진 않았다.
오히려 김태겸은 내가 거터가 되서 돌아오니까 자기가 더 속상해 보였다.

처음에는 얘가 제일 별로였는데, 지금보니까 진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역시나 나 빼고는 다 볼링을 잘 치는 것 같았고, 나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팀이 지는데 한 몫 했다.

경기시작전에 지는 팀이 밥을 사기로 했었기에, 내가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이겼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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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도 눈깜빡할사이에 다 쳐버렸고 우리는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눈 앞에 있는 까페에 들어갔다.


"우리 일단 오늘 모인게 놀려고 모인게 아니잖아."
".....놀려고 모인게 아니었나..?"

"그랬나?"
"몰라.."


내가 말하자 나머지 애들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얘네는 오늘 모인 이유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윤지는 모를 수 있어도,,. 너네가 모르면..하..'

나는 아파오는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모인 이유에 대해서 얘기했다.


"연극 때문에 모인거 아니야?"
"...아 맞다."


진짜 까먹은 듯한 얼굴을 하는 애들에 그냥 말을 아꼈다,


"맞다. 연극 설이가 주인공 됐더라. 언제 그렇게 된거야?"
"...사정이 있었지..."


윤지가 자는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윤지는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하여운은 바뀐거 알아?"
"...일단 비슷하게 말하긴 했는데, 걔가 먼저 안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괜찮다고 한다고 하면 어쩌게?"
"...그럼 일단 양보해야하나..?"


나는 양보할 생각도 없었지만, 일부러 양보하려는 척 말하며 앞의 애들에게 물었다.
얘네는 내가 무슨소리를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듯 했다.


"아니.. 여운이가 주인공이었으니까, 괜찮아졌다고하면 내가 억지부릴수는 없는거 아니야?"
"뭐래. 걔가 안한다고 했다며, 다리부러졌으면 몇일만에 괜찮아질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지"
"너 안한다고 말하기만 해."


백승호가 되게 무섭게 얘기했다.
개겨볼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그냥 하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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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15 17:38 | 조회 : 2,02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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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im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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