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67화





나는 숨어서 지켜보던 우리 친구들과 눈을 마주친 후에 주저앉았다.
슬쩍 뒤를 보니까 하여운은 뒤를 돌아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얘네들이 들었다는 걸 하여운은 모를테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지금 알게되도 상관은 없지만, 나중에 알게 되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괜찮아 설아?"


은호 형의 말 때문에 순간 내 옆에 누가 있는지 깨달았다.
순간 너무 내 생각에 빠져있었다.


"설아..?"
"....."


'그냥 주저앉아버리긴 했는데, 이후의 일은 딱히 생각을 안 해봤는데....'

내가 대답을 안하고 쪼그려앉아서 고개를 밑으로 쭉 숙이고 있으니까, 자기들이 더 당황하면서 내 옆에 쭈그려앉아서 말을 걸었다.

나는 슬쩌 고개를 들었다.


"어.."
"너 울어?"
"아니. 안..우러.."
"..니가 왜 우는데?"
"..앙 웅다고.."


나는 고개를 다시 숙여버렸다.
그러자 백승호가 답답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나는 고개를 더 숙여버리고는 뭉개진 발음으로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백승호도 한숨을 내쉬면서 아무말도 안했다.

그러더니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언제부터 저랬는데 쟤는"
"...몰라.."
"알잖아 너. 왜 얘기를 안해줘? 우리한테 화난거 아직 안풀린거야? 차라리 화를내면서 욕을 하지 왜 자꾸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건데 너는. 왜 자꾸 우냐고"

이도하의 질문에 답을 해줬더니 김태겸이 내 얼굴을 들어올리더니 눈을 마주치며 얘기했다. 얼굴표정은 확실하게도 화가난 것 같았는데 들어올리는 손은 너무 다정했다.


"...아니야"
"뭐?"
"갈래."
"야!"


나는 벌떡 일어나서 뛰었다.
어차피 정류장에 가면 멈추겠지만 말이다.

소리를 들어보니까 다 따라오는 것 같기에 나는 얼른 정류장에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숙였다.


".....설아? 괜찮아?"
"......"


은호 형이 옆에 앉은 듯 했다.
다른애들은 없는 듯했다.


"애들은 갔어요?"
"아니~ 너 주려고 초코우유 사러 갔어. 여기 너 카드 받어"
"....제껄로 사도 되는데.."
"태겸이가 산다더라."
"..."


아까 대답이라도 다정하게 해줄걸 그랬나..싶었다.
김태겸은 은근히 여린 애인 듯 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고개를 들지 않고는 계속 앉아있었다.
은호 형은 그런 나를 기다려주는 듯이 아무말도 안 걸고 옆에만 있어줬다.

'아...언제 고개들지..'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나였기에, 나는 슬슬 고개가 아파왔다.
지금 은호 형이랑 애들은 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에 빠르게 괜찮은 척 할 수 없었다.

'너무 티나잖아...'


"설아.. 이거 마셔.."
"......."
"미안해."


내 앞에 주저앉아서, 조심스럽게 초코우유를 내게 내밀었다.
하도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랬던건지 내 목에 순간적 담이온 듯 했다.
그래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에 김태겸이 조심스럽게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뭐가 미안하다고 하는거지...?'


"미안해 설아."
"...."
"내가 널 순간적으로 기억 못 했다고 해도, 너를 그렇게 대하는게 아니었는데.... 제대로 사과도 못하고 미안해....."


아까부터 내가 오해하게 만들긴 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김태겸의 모습에 내가 더 미안해졌다.

내가 아무말도 안하자 옆에서 나머지 애들도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설아. 정말로 미안해."
"......아니야. 너네 잘못도 아닌데"
"....."
"이게 다 하여운이 나타나고나서부터라며.. 그러니까 너무 신경안써도 돼."


나는 애들을 보면서 웃었다.
그런데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진짜로 괜찮다니까 그러네.. 다들 표정이 너무 이상하다"


나는 크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자.. 그래서 설이가 용서한거야?"
"...그렇죠?"


은호 형이 대충 마무리 지어주는 듯 했다.
딱히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김태겸의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이는듯 했다.

계속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었다. 우는 것 같지는 않은데 침울함 그 자체였다.


"...왜그래?"
"....."
"태겸아?"
"..어"
"너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아니야... 그냥 속상해서"


용서도 했고, 화도 풀렸다고 했는데도 슬퍼보이는 김태겸의 표정에 뭐라 말 해줘야할지 잘 몰랐다.


"뭐가 속상한데?"
"너가... 당연히 아직 받은 상처 못 잊을 수도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아까 너가 뿌리치고 갈때 머리가 새하얗게 됐어. 설아 아직 내가 미워?"
"....."
"미우면 밉다고 해도 돼.. 이도하랑 성 준 쟤는 널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미워하거나 괴롭히지도 않았고, 백승호는 그냥 무시하기만 했었는데.. 나는 뭐에 쓰인건지 너 괴롭히고 화내고 그랬으니까.. 이해하는데.."


'얘 울겠다..어쩌지'

친구들 앞에서 우는게 얼마나 창피한건지 나도 알고있기에 일단 김태겸을 여기서 벗어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김태겸의 손목을 붙잡고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자 나머지 눈이 다 여기로 쏠렸지만.. 뭐 어쩌겠나 싶었다.

나는 멀지 않은 아까 그 놀이터로 다시 걸었다.
남아있는 친구들과 형에게 한 마디 던지고 말이다.


"저 얘랑 얘기 좀 하고 갈게요. 다들 먼저 가세요. 따라오지말고!"
"......."


나머지 애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일 연장자인 은호 형은 무슨 생각에 잠시 빠진 듯 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가 두고간 초코우유를 손에 들려주며 집에 도착하면 문자라도 남겨달라고 얘기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나머지 애들에게도 인사하고 김태겸을 끌고 놀이터로 갔다.
아까 쇼를 한 후에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들린 놀이터였기에 조금 민망헀다.

내 뒤를 보니까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빨강머리 사내가 있었다.
계속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보니까 미안하다고 하는 듯 헀다.


"......저기요?"
"...미안해...내가 진짜 미안해"


애들 말에 따르면 얘네의 자의성이 없었던 일들인데 자꾸 사괗는게 나도 싫었다.
나는 그네에 앉혀서 아까 내게 해줬던대로 고개를 들게 했다.


"눈물 자국 그대로 찍혀있어."
"........너도야"


나는 진짜로 운건 아니지만... 뭐... 비슷한 상황이긴 했으니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정말로 괜찮았다.

김태겸말대로 얘네가 기억을 찾기전에는 제일 윤 설이라는 사람을 제일 괴롭힌 애는 김태겸이 확실했지만, 요즘의 김태겸은 정말로 말과 행동 하나하나 다 나를 너무 생각하는 듯 한게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안해서 얼굴도 못 드는거겠지..'

사실 오늘 내 계획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애 한 명 달래줘야하게 생겼다.

김태겸은 내가 들었던 하여운 얘기를 계속 했다.
자신도 모르겠다며 정말이라며 떨면서 얘기를 하는 모습에 정말로 괜찮다고 했지만,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20분정도 지났을까 김태겸이 슬슬 정신을 차리고는 창피한지 눈을 못 마주치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얼굴 잡고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야 생각한건지 당황하면서 눈을 요리조리 굴리고 있었다.

나는 옆의 그네에 앉아서 얘기했다.


"그래.. 이제 괜찮아?"
"......."
"괜찮은가보네.. 나 너랑 언제 처음 만난거야?"
"어?"
"그 얘기들 아직 못 들었잖아. 너 얘기 먼저 듣지 뭐. 시간 많아?"
"....없어도 할거니까 걱정마."
"그래. 얼른 진정부터 하고. 너 코먹은 소리난다."
"......설아"
"응?"


되게 머뭇머뭇거리더니 내게 말을 꺼냈다.


"..혹시 아까 울었을 때, 내가 너 놀라게 해서, 막무가내로 얼굴 보이게 해서 화나서 도망간거야?"
"....어?"
",,,,,"
"아니야. 진짜. 원래 울면 다른 사람한테 보이기 싫으니까. 특히 친하면 더. 나 울면 개못생겼단말이야."
"......."


못 믿는 듯 한 모습에 진짜라고 여러번 얘기를 해줬다.


"....괜찮은데"
"어?"
"안 개못생겼어 그니까 모르는척하고 도망가지마.응? 나 진짜 무서웠어. 옆에서 애들도 다 나때문이라고 그러고.."


'....아 그 새끼들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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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6 00:05 | 조회 : 1,777 목록
작가의 말
gazimayo

5분 늦어따 ㅎㅇ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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