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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손이 배를 위아래로 쓸었다.
따듯한 손이 배를 쓸자 천천히 온기가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수현에게 기대자 탄탄한 상체가 등뒤로 느껴졌다.
자신과는 다른 육체에 이유없이 닿는건 오랜만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

뒷목에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입욕제 가져올게. 씻고있어."

노곤한 느낌이다. 찬공기가 감도는 화장실이지만 마치 태양아레 이불을 깔고 누워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지금 당장 잠들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수진은 천천히 옷을 벗었다. 손은 더이상 떨리지 않았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벗자 창백한 피부와 갈비뼈가 도드라진 가슴이 적날하게 드러났다.
거울로 비춰진 모습을 보자 비서가 생각났다.
안을때마다 엉덩이 뼈가 아프단 소리를 해대며 편의점 도시락을 사다줬다.
도시락은 수백만원에 작은 접시 몇번 나오는 레스토랑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기계로 찍어낸 달콤한 달걀말이, 자로 잰듯한 직사각형 밥, 기림이 많은 튀김.
그와 함께 도시락을 먹는 날이면 어는 쉐프가 만든 음식도 좀처럼 목뒤로 넘어가지 않았다.
적은 음식을 먹고도 소화제가 필요 없었다.
지방대를 나와 이 회사가 어떤 회산지도 모르고 산떠미처럼 쌓인 자격증과, 자기딴엔 비싸다고 생각한 정장을 입고 면접을 왔을때 모두가 그를 무시했다.
하지만 수진의 눈엔 너무나 예뻐보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얼굴이지만 그게 좋았다. 사적인 감정을 끌고오면 안되지만 첫눈에 반했다.
압박면접을 받는 상황에서도 당당한 그의 얼굴이 좋았다, 손 떨림을 감추기 위해 바지위로 꼭 쥐고있는 주먹이 귀여웠다, 대답을 다 하고나면 작게 숨을 내쉬며 주름진 바지를 피는 작은 동작이 사랑스러웠다.
바지를 벋자 아랫배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순진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원래 변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비밀을 알아버렸다.
수진이 영원히 감추고자 했던 더러운 일을 알아버렸다, 그걸 자신도 즐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버렸다.
비서는 수진을 탓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 있을 때 울었다.
회사엔 어는곳에나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옥상위에서 혼자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찢어질것 같았다.
어는 날 비서는 수진을 어딘가로 대려갔다.

"부탁이 있어."

수진은 자신이 무언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뭐든지 말만해."

수진은 그날 아랫배의 아슬아슬한 부분에 문신을 했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문향의 그림이 남아있다.
비서는 그걸 보며 행복해 했고, 할 때는 아팠지만 그가 좋아하니 수진도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수진은 그 몸으로 다른 조직의 간부에게 안겼다.

'설마 그 사람이 할머님께 말할 줄이야.'

문신을 하고 만난 간부는 그 사람 한 명 뿐이었다.
방실방실 웃는 그가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지 않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런 일로 자신을 괴롭힐 줄은 몰랐다.
거울을 통해 본 배꼽 아래 문향이 오늘따라 도드라져 보인다.
손끝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그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체향, 온도, 숨결, 목소리, 귀옆에서 나직하게 사랑한다 말하는 그.

'이러면 안 되는데.'

아래서부터 욕구가 올라온다. 따스했던 몸은 점점 뜨거워졌고, 욕구가 이성을 지배하려했다.
수진은 비틀거리며 문고리를 걸어잠그고 욕조로 들어갔다.
차가운 감각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진은 찰나동안 고민했다.
오랜만에 본 동생에게 이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리웠다. 어재까지 보던 그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과, 언제 남에 의해 지워질지 모르는 문신이 불안했다.
수진은 욕조에 등을 대고 앉았다.
그때 문이 철컹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
"들어오지마."

수진은 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형. 문열어."

더이상 대답하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출수없다.

"..."

문고리가 여러번 돌아가는 소리를 내다 멈췄다.

'갔나.'

수진은 감각을 자신에게 집중했다.
가만히 있는 한 손으로 문신을 쓰다듬었다.



화장실 문이 열렸다. 문고리는 바닥에 떨어졌고, 나무로된 문은 섬뜩하게 부서졌다.

"형."

아수라장 너머로 입욕제를 들고있는 수현이 보였다.
수진은 몸을 웅크리고 수현을 못 본척했다.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수진이 고개를 돌린체 대답했다.

"아직 하는 중이야. 나가."

볼이 붉어진 수진이 명령조로 말했다.
수현의 손에 있던 동그란 입욕제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가루로 변배 바닥에 흩뿌려졌다.
수현이 마른 세수를 했다.

"벌써 그 새끼가 그리워?"

뭉개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수현이 성킁성큼 수진에게 다가왔다. 파편이 수현에게 밣히며 또다시 우드득 소리를 냈다.
수현은 샤워기를 들어 뜨거운 물을 수진에게 뿌렸다.

"뭐하는 거야!"

수진이 샤워기를 뺏기위해 손을 뻣었지만 반대로 잡히고 말았다.
수진은 서둘로 다른 한 손으로 부풀어오른 아래쪽을 가리고 수현을 노려봤다.
수현은 수진을 끌어당겼다. 말랐다 해도 성인 남성이였다. 수진은 반쯤 일어서진 체로 수현에게 안겼다.

"입."

수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현이 입을 맞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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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4-11 22:49 | 조회 : 1,169 목록
작가의 말
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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