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편] 아가페 1편

"제니트.....어서 그 숲에서 나오렴.....페하가 기다리시잖니..."
".........."
"어서 나오지 못할까!! 너에게 우리 왕국의 미래가 달렸단 말이
다!
너희들도 빨랑 들어가서 잡아오지 못해!!?!!"

검은 숲을 앞에 두고 왕과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공주가 이 숲으로 도망쳤다만, 마력이 농밀하게 가득찬 숲이기에 아무도 섣불리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페하....저희 중에 마력에 적성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는데........"
"지금 그게 문제야??!?? 6번째 황제 자리가 달렸다고?..!!! 목
숨을
걸어서라도 저 년을 데려와!!!!!"

화로 가득찬 왕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 숲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은 병사들을 궁지로 내몬다.

"이래도 나오지 않겠다는거냐, 제니트??!!......하....하하....내가 너무 흥분했군..할 수 없지....내가 직접....말해주마.......숲을 완전히 포위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게해!"
"..넵!!"

왕은 말을 타고서 숲의 경계선을 따라 이동한다. 얼굴에는 비릿한 웃음을 품은 채로....

얼마 지나지않아 왕은 긴 숲의 중간쯤에 도착했다. 오른손에 들었던 마석을 입 주변에 가져다 댄다. 그리곤 숲을 향해......답지 않게 차분한 태도로 말을 시작한다.

"제니트....내 딸이여 좋은 말 할때 순순히 나오거라. 그럼 옆에있는 윈스톤도 목숨만은 보장해주지."
".........."
"........."
"그래....좋다...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었지? 내가 알려주마. 네 어머니가 얼마나 추악한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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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천계에서 한 명의 천사가 태어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아리엘. 역시 천족답게 황금이 자라난 듯한 아름다운 머리칼과 호수를 담아넣은 듯한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아리엘은 천계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이였다.

신분제도가 엄격한 천계에서는 천 년에 한 번쯤 나올 천재가 아닌 이상 신분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그런 능력을 가진 아리엘은 보통의 천사들처럼 조용하게 자라갔다.

그러나 아리엘이 20살쯤 되었을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각성시켰다.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였다. 애초에 악마가 아닌 종족이 마력에 적성을 가진다는것 만으로도 신기하지만, 아리엘은 그 힘을 각성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제어되지 못한 마력이 폭발했고 순간적으로 검은 공기가 분출해 집안을 뒤덮었다. 아리엘의 부모님은 사색된 얼굴로 겨우겨우 그것을 정화시켰다.


천족은 악마들을 매우 증오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이 그러하시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은 그들에게 언젠가 악마들을, 세상의 질서를 깨트리는 악을 모두 정화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어째서 직접 하지 않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신의 말은 곧 법이니까.

그렇기에 악마들의 주된 힘인 마력은 그들에게 악, 그 자체이다. 세상의 대부분이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그러니 아리엘의 힘이 고위 천족에게 알려졌다간 죽음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부모님은 절대로 마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어린 아리엘에게 신신당부했다.


  아리엘은 명랑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로 자랐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창문 밖 저 멀리에 보이는 왕성을 궁금해했다. 도데체 어떤 곳이길래 우리같은 천민은 들어가지 못하는 걸까. 저 안에는 어떤 귀중한 것이 있을까. 소녀는 권력이 알고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리엘은 혼자서 왕성에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구경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 불가능한 것은 아니였다. 그동안 몰래 연습했던 마법들을 사용하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부모님에겐 친구들과 소풍을 다녀오겠다는 거짓말을 한 뒤 그녀는 홀로 길을 나섰다.

몸을 투명화하여 들어가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가까이서 본 천계의 성은 정말 아름다웠다. 탑 꼭대기에 세워진 신의 동상이 왕성을 더욱 빛내주는 것 같았다. 처음보는 광경을 실컷 눈에 담은 뒤, 드디어 성의 중심부로 들어갔다.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는 무능한 천족들을 속으로 조금 비웃으며 여유롭게 날아 안쪽으로 도착했다. 그리곤 자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질문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시작했다. 성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화려했다. 처음보는 꽃과 풀들이 조화를 이루어 정원을 장식했고 뚫린 천장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금상첨화였다.

행여나 소리가 날까 입을 틀어막고 감상하던 그때, 소녀의 눈에 한 그루의 나무가 들어왔다. 그 나무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소녀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어째서 성안에 정원이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한채 그저 그 나무를 계속 바라보았다.

마치 그 나무를 장식하기 위해 빛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뿌리부터 잎까지 전부 새하얗고 스스로 반짝이는 듯한 그런 나무였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아름다웠고 소녀는 마치 그 나무를 사랑하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녀는 넋을 놓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무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 아름다운 나무가 상처를 입을까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손끝이 작은 보석에 닿으려는 순간 누군가 아리엘의 손목을 낚아챘다. 깜짝 놀란 아리엘은 실수로 투명화를 해제해버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모를 수 없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천계의 왕, 플로스였다.

아리엘은 그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천계의 수호자이자 ''''''''''''''''''''''''''''''''''''''''''''''''''''''''''''''''''''''''''''''''''''''''''''''''''''''''''''''''''''''''''''''''신의 조각'''''''''''''''''''''''''''''''''''''''''''''''''''''''''''''''''''''''''''''''''''''''''''''''''''''''''''''''''''''''''''''''' 을 소유한 단 한명의 천사. 신에게 사랑받았으며 신만을 위해 살아간다고 불리는 자. 그런데 어떻게? 라는 물음이 아리엘의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그는 아리엘을 마치 오물을 보듯이 내려다 보았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가 경멸의 빛으로 가득 찼다. 나무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아리엘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행색을 보니 천민인데 이곳까지 들어오다니 재주가 아주 좋군. 신의 나무는 그 누구도 만져선 안된다는 걸......몰랐나? 아무리 천민이라해도 천족이라면 그정도의 지식은 소유할 수 있을터인데...... "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아리엘은 살의를 느꼈다.

"내 눈을 속일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다니 천사를 그만두고 악마가 되기로 마음먹었나보지?"
"........."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악마를 미워해요? 어째서 인간들에게 악마는  세상의 악이라고 세뇌하는거에요? 자신들은 악이 아니라서? 정화의 힘과 마력이 다를게 있어? 정화도 말만 그럴듯하지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 것들을 소멸시키는 이기적인 힘이잖아?


"좋아, 천사이길 포기한 자에게 내가 정의의 빛을 내려주지"

플로스는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그 힘은 더러운 것을 소멸시켰다. 그 힘은 아리엘의 오른손목과 날개와 고리를 소멸시켰다. 손목이 사라진 자리엔 피도 흐르지 않았고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매끈할 뿐이였다.

손목이 사라지니 아리엘은 그대로 밑으로  떨어졌다. 아리엘은 자신의 어딘가가 망가지는 소리를 들었다. 천계에 대한 동경과 천족에 대한 사랑이 이루고 있던 순수한 마음은 부조리를 깨달았다. 여전히 플로스는 그녀를 죽일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떨어져 누운채로 성을 살펴보던 아리엘은 무언가 한가지를 알아차렸다. 성 안에는 정원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정원은 그저 저 독재자가 사랑하는 나무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이였을 뿐이다. 아리엘의 시야에 다시 하얀 나무가 들어왔지만 더이상 그 나무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사랑해왔던 걸까. 천계는 분명 세상의 어느곳보다 아름다운 곳인데, 사랑이 가득하고 신의 총애를 받는 축복받은 나라인데.....''''''''''''''''''''''''''''''''''''''''''''''''''''''''''''''''''''''''''''''''''''''''''''''''''''''''''''''''''''''''''''''''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서 신의 사랑이 사라지니 그동안 보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그 광경은 아리엘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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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06 22:02 | 조회 : 782 목록
작가의 말
시작의 끝

아리엘= 제니트의 어머니, 하그니스 현재 국왕의 두번째 아내, 윈스톤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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