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오프라인-2

저녁 알바를 하는 곳은 피시방으로 부터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한 갈비집이었다.

막 식사를 마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어느 갈비집 설거지를 끝낸 참인듯 잘 닦여진 그릇들과 식기들을 진열대 올려놓던 여한은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한 가게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가게 앞치마를 벗었다.

가게주인은 앞치마를 벗고 나온 여한에게 냉장고 안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여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 이거라도 마시거라 저녁은 먹었니?"

"아..감사합니다..저녁은 먹고 왔어요."


여한은 가게 주인이 준 음료수의 뚜껑을 열고 홀짝 홀짝 음료수를 마시며 무뚝뚝한 어조로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딱히 특별할것 없는 대화였다 요즘 생활이 어떻다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동생들을 잘 지내고 있는지..뭐 그런 일상적인 대화였다.


"그래 두 동생이 벌써 고등학생이? 둘다 남자였지? 징글 징글 하겠네 싸우지는 않아?"

"맨날 치고박고 싸우긴 하죠 예전엔 둘이서 덤벼도 끄덕도 안했는데 요즘엔 한명도 감당하기 힘들어요."


계속 무뚝뚝했던 여한은 동생의 이야기를 하자 약간이나마 밝은 모습을 보이며 나름 톤이 올라간 어조로 가게 주인에게 대답을 했다.


"그런 두 남동생을 키울려면 부모가 아주 고생하겠ㅇ..아..미안하네 내가 말 실수를.."

"..괜찮아요 고의로 그러신것도 아닌데요.."


동생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부모님 이야기로 넘어가자 가게 주인은 말은 괜찮다고하지만 다시 안색이 어두워지고 어조 또한 다시 무뚝뚝한 어조로 돌아간걸 보면 전혀 괜찮지 않은 모양이었다.

손에 쥔 음료수는 손과 함께 떨려오고 여한의 동공은 확장했다 잠시 무언가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음료수는 감사했습니다 내일 또 오겠습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생각을 하던 도중 다시 밝았던 얼굴이 어두워진 여한은 거기서 대화를 끝내고 음료수를 다 마신후 짐을 챙긴후 가게 바깥을 나가면서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어..그래 조심히 가거라."


가게 주인은 터덜 터덜 돌아가는 여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시방 점원이 그랬던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미안해서 어쩌나..그보다 빨리 기운을 차렸음 좋을텐데..가여운것.."


가게 주인이 눈에 담긴 여한의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이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




삑 삑 삑 삐리릭!!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고 도어락이 열리고 문이 열리면서 여한이 들어온다.

집안은 꽤나 널직했다 거실 하나 베란다 두 개 화장실 두 개 한 사람이 아닌 적어도 네명 이상의 가족이 살만한 크기의 집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부엌과 작은 방 한쪽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 여한은 그러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여한은 아무 말 없이 집에 들어와서는 풀썩 소파에 몸을 눕히곤 천천히 손을 들어 리모컨을 집고선 티비를 틀었다.


삑!


"자기야 이제 내 마음을 받아줘."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티비에선 요즈음 유행하는 연속극인 잉여의 사랑이라는 걸 방영하는 중이었다.


"..."


꽤나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드라마에서 나오는데에도 재밌게 보는지 남자는 멍한 눈빛으로 드라마를 계속 시청했다.

얼마나 시청을 했을까? 저 불이 켜진 작은 방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벌컥 열리며 누군가 나왔다.


"아 씨 형! 티비 틀지 말라니깐! 나 공부해야한단 말이야!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단 말이야."


덩치로 보면 소파에 누워있는 여한보다 더 크고 힘도 세 보이는게 약간은 무서워보이는 인상이지만 런닝 차림이 동네에서 보는 아저씨만 같아 친근하게 느껴지는 한 남자가 나타나 말했다..아 수능을 쳐여한다는 걸 보니 아저씨는 아니지만 아저씨 처럼 보이는 겉 늙어보이는 수험생이었다.


"..몰라 귀찮아."

"..아나 갑자기 왜 그러는데? 알바하는데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티비를 끄라는 동생(형이라고 부르는 상황으로 봐서)의 말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채 귀찮다고 말을 하자 여한의 표정을 보던 동생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물어보며 걱정을 했다.

여한은 동생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있다가 툭 내뱉듯이 대답을 했다.


"..막내는 아직 안오냐?"

"아직 10시잖아 야자 끝나고 지금쯤 오는 길 이겠지 왜 학교에서 또 막내가 사고쳤대?"


동생은 또 다른 동생이 있는 듯 막내가 사고를 쳐서 표정이 그 모양이냐고 물어보았지만 여한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다.


"..나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병문안 가니깐 아침은 알아서 챙겨먹어라."

"..부모님 문제야?"


알 수 없는 여한의 말에 둘째 동생(밑에 동생이 또 있다고 하니깐)은 부모님 문제라고 하자 여한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지고 말았다 정곡을 찔린 모양인가 보다.

둘째 동생은 살짝 한숨을 쉬곤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는 말을 남기곤 티비는 계속 봐도 되니 소리만 줄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


계속 어두웠던 남자의 표정은 둘째 동생이 남긴 말을 듣고선 살짝이나마 얼굴이 풀어진채 리모컨으로 티비의 음량을 줄이곤 계속 시청했다.

어느새 잉여의 사랑이라는 드라마는 끝나고 짤막하게나마 뉴스가 흘러나올때 쯔음 또 한번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이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체형은 남자보다야 작은 편이었지만 호리 호리한 몸매에 이목구비가 잘 갖춰진 얼굴을 가진 교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좀 불량하게 보이는게 자칫하면 일진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왔냐 꼬맹아."

"아 그 호칭은 쓰지 말자 형 언제적 호칭이야.."


이 소년이 막내인지 소년은 꼬맹이라고 부르는 여한의 말투에 그 호칭좀 그만 쓰라는 불만을 토해냈다.

막내가 들어온 소리를 들었는지 작은방에서 문이 열리면서 둘째 동생 또한 방밖으로 나와 막내를 맞이해주었다.


"여 꼬맹이 왔냐?"

"아 좀 나만 보면 맨날 꼬맹이래!"

"네가 워낙 쬐그만해서 그렇잖아? 나야 워낙 커서 그렇다치지만 170 중반 밖에 안되는 우리 큰 형보다 작으면 꼬맹이지 뭐."


방밖으로 나온 둘째 또한 막내를 꼬맹이라고 부르면서 손으로 자신의 키와 남자의 키 그리고 막내의 키를 비교하며 놀렸고 막내는 그런 둘째의 도발에 그대로 넘어가 교복도 제대로 벗지도 않고 집안으로 들어와 둘째에게 덤벼들었다.


"크큭 우리 꼬맹이 화 많이 났졍?"

"아씨 덩치만 큰 놈이 꼬맹이라고 그만 부르라고!"


두 동생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여한은 말릴 생각은 전혀 없는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관람?을 하다가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뉴스를 보았다.


"네 최근 가상 현실 게임들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게임들과 앞으로 나올 가상 현실 게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뉴스에서 앞으로 나올 신작 게임들과 이전에 있던 게임들을 소개한다? 어디 예능 프로도 아닌 뉴스에서? 예전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전과는 달리 높아진 게임에 대한 위상과 게임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이를 가능케해주었다.

여한이 했던 아스타로트라는 게임도 가상 현실 게임의 일종이었다 꽤나 구식이긴 해도 가상 현실 게임의 시초라고 봐도 된다.


"이번에 나오는 게임들은 총 7가지로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32개국에 수출 될 예정으로..


이번에 나오는 신작 가상 현실 게임들은 다양했다 자기가 직접 몸을 움직여 춤을 추는 댄스 게임 좀 괴이하지만 사람이 아닌 좀비가 되어 도시에서 살아남는 좀비 생존 게임 등 여러 게임들이 소개되어지고 있었다.

여한은 소개되는 게임들을 관심있게 지켜보았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다 관심을 가져봐야 뭐하나 할 수 도 없는 게임들인데 말이다 아스타로트의 경우는 돈벌이가 되기에 매번 비싼 팬텀 이용료를 치루고 하는거지만 다른 게임들은 돈벌이가 되지 않기에 할 이유도 할 수 도 없었다.


"응? 요번에 나오는 게임들 왜 이렇게 다 이상하냐 나 같으면 저딴 게임들은 죽어도 안하겠다."

"..큭 오랜만에 너랑 나랑 생각이 맞네 동감이다."


티비에서 고개를 돌린 여한을 본 막내는 이런 게임이 뭐가 재밌냐고 능청을 떨기 시작했고 둘째 또한 그런 막내의 말에 동감을 했다.


"시끄러워 벌써 11시다 여훈 넌 공부나 하고 여환 넌 자기나 해."


투덜거리기는 했어도 웃으면서 두 동생한테 말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둘째와 막내..아니 여훈과 여환은 잘자라는 말과 함께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거실엔 여훈과 여환의 형인 여한만이 남았다.

두 동생이 방에 들어가는 동안에도 뉴스에서 신작 게임을 소개하는 건 끝나지를 않았다.


"...거참 더럽게도 기네."


두 동생이 방으로 들어가자 다시 어두워진 얼굴이 되었고 다크 써클이 짙은 썩은 눈은 멍하니 티비를 볼 뿐 이었다.

뉴스는 벌써 20분째 신작 게임을 소개하고 있었다 소개하는건 7가지이지만 하나 하나 소개 할 때마다 세세하게 소개를 해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다.


"이제 마지막 신작 게임의 소개인데요.."


그래도 끝은 있는지 화면에 7번째 신작 게임이라는 자막과 함께 게임 제목이 떠올랐다.


[이보]


"...!?"


'이보' 그 단어 하나가 동공에 들어오고 뇌가 인식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분이 전신을 감싸온다 아주 꺼림칙하고 불쾌한 기분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게임이니 만큼 완성도가 높은 가상 현실 게임인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인 '유니티'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의료나 생명공학등 각 분야별로 유명한 이 기업이 드디어 게임 산업에도 영역을 넓힌것입니다 일단 이 이보라는 게임은..

"..젠장.."


여한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이상하게 변한 몸의 변화를 막으려고 애를 썼다.

이유없이 몸이 떨려온다 맥박은 불안해지고 호흡은 가빠진다 심장 소리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보라는 단어를 듣고선 시작된 몸의 변화였다.


'..어째서..'


여한은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킨채 홀로 고민을 해보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더 이보..처음 듣는 단어였다 애초에 이보라는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들어본적도 없는 단어였다.


"후우.."


힘 없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던 여한은 그냥 피곤해서 요즘 여러 일 때문에..지쳐서 힘들어서 그러는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곤 몸을 진정시켰다.

여한은 몸을 진정시키는 동안 이보라는 게임에 대한 설명은 거의 다 끝나고 있었다.


"아 그리고 대기업이자 다국적 기업인 유니티에서 출시하는 게임이니 만큼 한가지 대단한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그건 바로 추첨을 통해 요번에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최신형 팬텀과 이보 패키지를 단 100여분에게 드립니다! 채택 방식은 유니티에서 제공하는 유니티 제품들을 사시면 사신 분들중 무작위로 100여분이 채택되는 방식입니다!"

"..."


그 비싼 팬텀을 100대나 준다니 대단한 이벤트라고 볼 수 있지만 그냥 상술일 뿐이었다 팬텀 100대 수십억의 거금이 들지만 이득이 남는 장사였다.

유니티가 제공하는 그 100여명 추첨 이벤트 중 어쩌면 자신도 그 100여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시켜 충동 구매를 하게끔 하는 거였다.


'그래도 운 좋은 놈은 되겠지.'


그 운 좋은 놈 중 여한 자신은 제외하는 전제 하에 말이다.

유니티 제품은 한국 뿐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팔리는 유니테 제품이었다 한국 국민 몇천만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몇억 혹은 몇십억의 인구가 함께하는 이벤트라는 말이다 그 중에서 백명이면...수능에서 찍어서 만점맞기보다 더한 극악의 확률일것이다.


'빨리 자기나 해야지 새벽 알바에 늦으면 안되니..'


뚝!


여한은 리모컨으로 티비를 끄고선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자신의 방이 따로 있긴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파에서 잠이 오게 되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마..그 사고 이후로..하아 그냥 자자.'


여한은 다시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자 애써 잡념을 떨쳐내며 잠을 청했다.


.....



띠디디딩 띠디디딩 띠디디디디딩!


모닝 벨소리가 울리면서 여한의 눈꺼풀이 치켜떠졌다.

겨울은 커녕 제대로 된 가을도 되지는 않았지만 유독 아침엔 추운 초가을의 쌀쌀한 날씨가 여한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


"후우.."


쌀쌀한 날씨로 얼은 몸을 녹이기 위해 바닥을 뒹굴 뒹굴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 몸을 푼 여한은 씻기 위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옷을 벗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세수를 하던 도중 유난히 피곤해보이고 약간 과장해서 볼까지 내려온 다크 써클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여한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몸은 고된 알바로 대부분 뼈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몸을 보고선 말이다.


"이게 시체야 사람이야.."


4시간씩 하루에 세개의 알바에 팬텀에서의 돈벌이 생활로 쉴 시간은 많지 않았다 팬텀에서의 돈벌이 생활은 게임이니 나름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 할 수 도 있겠지만 피로만 누적될 뿐 스트레스 해소나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처음 일주일은 깡으로 버텨내었지만 한달 두달 세달째 이 생활을 지속해 지금의 시체와 같은 몰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안할 수 도 없고.."


두 동생들도 하루와 다르게 말라가는 여한의 모습을 보며 일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을 하고 싶을거다 하지만 내가 일을 그만두면 생계가 끊어지기에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는건 여한 혼자 밖에 없기에 일을 해야했다.

자신의 비참한 몰골을 바라보던 여한은 자기도 모르게 자조어린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몸을 씻고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두 동생들은 아직도 자고 있는지 거실로 나온 여한의 귀에 두 녀석이 코를 고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후 힘내자 적어도 둘째 녀석 고등학교..대학까지 졸업시킬때까지.."


세 달동안 이 생활을 하고 죽을 지경인데 이제 곧 대학에 진학할 둘째를 졸업할 때 까지? 거기다가 대학비는?

스스로 힘을 내려고 말한 말이지만 덕분에 더욱 답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은 여한은 애써 힘내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옷을 입곤 바깥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여한은 새벽 알바를 하는 장소인 주유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전날 밤 동생들에게 말한 병문안의 장소인 이성 병원이 그 목적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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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3 09:46 | 조회 : 1,768 목록
작가의 말
nic65620829

오류나 문제사항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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