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조짐 (1)

<신의 가르침에 축복이 있기를>


"이 말이 그곳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보고 중인 나의 부하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면야 한숨밖에 나오지 않겠지.

"그래, 벌써 그렇게나 널리 퍼져있다는 말이지···? 이제는 말릴 수도 없겠네."

매번 보고를 들어왔지만 조금 전에 한 보고가 제일 나를 힘들게 만드는군. 나 같은 걸 믿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나 역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텐데.


-이렇게 매일 보고를 들어봐도 내가 느끼는 것은 그저 그들에 대한 회의감뿐.


생물의 욕망이라는 건 매우 솔직하다.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듣다 보면 내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나에게 자신의 욕망을 부딪쳐 오니까.

가끔은 세계정복 같은 이상한 것도 나온다. 딱히 해도 아무런 상관은 없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루라고, 그런 건.

"이것으로 개인적인 보고는 종료입니다. 보고서는 여기에 놔두겠습니다."

한창 생각에 빠져있던 도중, 말을 마친 내 부하가 나의 책상에 보고서를 놓는다. 솔직히 이 보고서 같은 것도 상황을 알고 있으니 볼 필요는 없다. 다만, 형식적일 뿐.

펄럭펄럭, 페이지를 넘겨본다. 그리고 보고서를 전부 보고 난 후, 다시 한번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아까 전의 보고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건가."

희망을 품어봤지만 예상했던 대로 그의 말과 전혀 다른 점이 없다. 헛된 기대였다는 것을 알았으나 대책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점점 문제가 커지고 있다니-

"-새로 생긴 문제가 뭐라고 했었지?"
"조금 전에 설명해 드린 요구 사항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니, 분명 무슨 변칙적인 상황이 생겼다는 말이겠죠."

더욱 절망적인 소식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다.

그들의 바람과 불평을 들어봤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데도, 그 문제의 횟수가 더 늘어났다는 거잖아. 계속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고.

"이거···. 몇 번이나 한 작업인데도 꽤 힘들군."
"이 목소리들을 무시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너희들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내가 들어보는 편이 더 실감이 나서 말이야. 그리고 이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니까."

그도 내 의향을 깨달은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머리가 너무 아파. 설마 이런 문제점이 생길 줄은···."

내가 맡은 업무는 세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며, 내 부하들은 그 세계를 조사하는 역할. 그들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하지만 진짜 이 정도로 골치 아픈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이 기도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들이 가진 욕구가 들리게 된다. 그러나 요즘은 그 빈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조금 버거울 정도.

그렇다고 해서 이 목소리를 무시하게 되면,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본질적인 불만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또 문제가 된다.

"불만이 모이면 그 자체로 큰 재앙이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 작업을 멈출 수는 없지만···."
"즉,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으면서도 직접적으로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군요?"
"···요약하면 그런 거지."

말은 쉬운데 행동으로 실현하려니 어려운 거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상황을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있다. 특히나 불만을 토로하는 자들의 말은 필요 이상으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가끔은 엄청난 욕설과 함께.

-역시 문제는 내가 이 작업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


"그러면 직접 시찰해 보시는 것은?"


그렇게 끙끙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가 말했다.
직접 시찰인가···. 응? 내가 직접? 확실히 불가능하지는 않고, 딱히 이 의견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내가 가도 괜찮은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리로 가다니.

확실히 직접 그곳을 경험해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문제가 없는 건 아니겠지. 그도 약간 불안한 듯, 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테라피아>를···. 내가 간다고···?)

아름다운 풍경과 여러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곳. 내가 관리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이며, 개인적으로는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데,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이상, 불화는 생기기 마련. 그는 이미 이런 것들을 모두 겪어봤기에 내가 불안한 거겠지.

그러나 가장 큰 이유를 들라면, 역시 내 정체가 밝혀지는 건가. 설마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앞날은 알 수 없으니.

(리스크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충분히 많아. 역시 이번에는···.)

"죄송합니다. 방금 한 말은 제 실언이었습니다. 부디-"
"아니야, 지난. 네 의견을 채용하겠어. 너의 말대로 내가 직접 시찰을 가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보고서를 덮는다.
이름이 불린 그도 자신의 의견이 채용될지는 몰랐는지 놀란 표정을 짓는군.

"아닙니다. 일부러 제 체면을 세워 주시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디 잊어주십시오."
"아니, 이건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야."
"···정말로 가실 생각입니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물어보는 그.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특히 그 목소리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니까. 그러므로 어찌 보면 휴식의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그의 불안과 걱정은 나도 이해가 간다. 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보자고 생각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의 파견 임무의 중요성도 낮아지겠군요. 모든 수호자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제 출발하실 예정입니까?"
"으음···. 아마 준비가 되는 대로 갈 것 같은데. 나는 성격이 급하니까 말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그러십니까. 그럼 그 말씀대로."

내 의향을 알아챈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그의 이름은 지난. 나의 직속 부하인 수호자 중 한 사람이며, 나를 도와주고 있는 믿음직한 인간족 남성.

지금 그는 모두에게 마법으로 내 결정을 알리는 중이다. 잠시 후, 연락이 끝난 뒤에야 나는 지난에게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지난, 너는 그곳에서 어떤 역할로 위장하고 있는 거야? 그곳 사회에 잘 녹아들고 있는 거겠지?"
"예, 저는 타인에게 일을 알선해 주는 직업을 맡고 있습니다. 남쪽 부근의 수도권에 위치한 곳이죠."

그 후에도 지난은 내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수호자들에게 명령만 내렸을 뿐, 그들의 명확한 활동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군.

정작 나 자신은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며, 그렇게 마음속으로 슬며시 반성한다.

"네가 담당하고 있는 곳은 분명···."
"예, 철벽의 도시 <유메니티>입니다. 인간들의 도시로 매우 활발한 분위기를 띠고 있죠."

지난은 이미 머릿속에 그 나라에 관한 정보가 모두 들어가 있는 것 같군. 뭐, 이 나라를 담당하고 있는 수호자니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나.

[세계의 수호자].

줄여서, 수호자라 불리는 이들은 다들 자신의 구역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중요한 직책인 만큼, 필요한 정보는 외워두는 것이 당연하겠지.

"<유메니티>는 주로 인간이 사는 나라이며, 국왕도 인간입니다. 하지만 다른 종족에 대한 차별의식은 낮은 편이고 오히려 그들과 대체로 잘 어울리고 있는 곳입니다."
"음, 그러면 그 나라의 무력은 얼마나 되는 것 같아? 좀 안전했으면 좋겠는데···."
"아마 인간들의 나라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할 겁니다. 큰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 같으므로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이 그리 단언했다. 상당한 자신감이군.
그가 확신할 정도라면 꽤 국력이 강한 나라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안심하며 휴가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네.

"다만, 입국 심사가 조금 엄격하므로 주의해 주십시오. 확실한 신분이 없으면 아마 힘들 겁니다."

마지막에 그렇게 덧붙인 걸 보면, 보안도 상당히 철저한 듯하다. 어차피 거기에 대해서라면 그 녀석이 신분을 만들어 줄 테니, 상관없는 부분이겠지만.

(대략 이 정도인가···.)

"뭐, 수고했어. 제일 먼저 그곳에 들릴 테니까 이제 돌아가서 쉬어도 좋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후, 곧바로 돌아갔다.
하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일단 해결책을 내놓았으니 다시 검토를 해봐야겠지.


★★★


달이 뜬 밤, <유메니티>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검은 망토를 입은 세 사람이 한 여성을 쫓는다. 금전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그녀의 옷은 비싸지 않았다.

지금 상황은 이 나라에선 거의 볼 수 없는 매우 기이한 광경.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여 붙인 명칭이 바로 ''철벽의 도시''일 정도.

그 영향력은 어지간히 위험한 곳이 아닌 이상, 모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평소였다면 검은 망토의 남성들은 지금쯤 경비병에 의해 체포되었어야 할 테다.

그런데도 계속 이 상황이 지속된다는 건 무언가가 변했다는 것. 그게 원인이 되어 발생한 상황이 바로 이 한밤의 추격전.

"···경비병들이 없어?!"

아까부터 계속 쫓기던 여성이 작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이름은 이니. 어째서인지 정체불명의 검은 망토들에게 쫓기고 있는 몸이 되었다.

평소와 똑같이 직장에서 일하고, 식사를 마치고,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자려고 침실에 들어가 하루를 평범하게 마치려고 했다.

-아니, 마쳤어야만 한다.

그녀가 침실에서 목격한 건 수상한 검은 망토의 남성들. 그들은 망토 안에서 단검을 꺼낸 상태였다.
이니는 재빨리 밖으로 나와, 도움을 얻기 위해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기분 나쁜 침묵.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아무 데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 죽은 건가···?)

아마도 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그들이겠지. 게다가 가지고 있었던 건 흉기인 단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한 흉기. 이제부터 하려는 짓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설마···. 여기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죽인 건가?"

여러 가지 안 좋은 상상만이 떠올랐지만, 곧 그녀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니, 만약 그랬다면 주위에서 비명이 들리고 바닥에 혈흔도 보였을 거야. 게다가 이 모든 사람을 짧은 시간에 전부 해칠 수는 없을 거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단검의 칼날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일단은 냉정함을 되찾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곧 그들이 쫓아올 테니까.

우선 저들의 목적을 추측해본다.
돈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녀를 몰래 처리하려고 한 점을 본다면, 아마도 암살일까.

일단 지금 그녀를 쫓아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니가 도망칠 기회는 지금뿐이다. 맡은 임무가 완료될 때까지 그들은 무조건 따라올 테니, 그녀의 선택은-

(끝까지 희망이 있는 한 나는 버텨주겠어! 신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으시니까!)

-오직 버티는 것뿐.

나중에 그녀가 아는 사람이 도와줄지도 모른다. 그녀의 직업상, 면식이 있는 사람 중에는 실력자들도 많으므로 시간만 끌 수 있다면 충분히 그녀를 구해줄 수도 있다.

그녀는 도망쳤고, 그들도 쫓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으로 이어진다.

.......

"호오, 꽤 잘 달리는데."
"방심하지 마라. 임무의 실패는 허락하지 않는다."
"....."

뒤쪽에서 검은 망토의 남성들이 여유롭게 대화하는 것이 이니의 귀에 닿는다.
그들의 입에서 스스로 임무라는 말을 꺼냈으니, 역시 어떤 자에 의해 암살자들의 위협을 받게 된 것.

그들은 아직 대화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모양이지만 이니는 금방 지쳐버린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인 수준.

상황은 매우 절망적이었으며, 그녀의 가녀린 신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그들은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잡힐 것만 같아. 이대로라면···.)

마음속으로 초조함을 표현하며 쓰러지듯 달린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아직 서로 간의 거리에는 여유가 있지만, 그것도 지금뿐. 그들은 집요하게 따라와 계속해서 서로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오, 신이시여. 어째 제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초조해하던 이니는 신앙하는 존재를 떠올린다. 검은 망토의 남성들이 점점 가까이 올수록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계속해서 커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쳐가고 있는 여성과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거기에 더해 훈련된 남성의 신체적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지.

이럴 때야말로 기적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심리.
성실한 신자였던 그녀는 계속 기적을 바란다.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하면서 마지막 희망으로 달렸다.

(비나이다. 제발 저에게 단 한 줌의 희망과 자비를!)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적을 바라는 마음과 계속 달리는 것뿐.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전해지지 않을 마음을 어딘가로 보내듯이, 그녀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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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0-16 22:07 | 조회 : 1,042 목록
작가의 말
The ZXCV

가스토리 1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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