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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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있고 보폭이 꽤 넓은 것으로 보아 남성의 발자국이었다.

나 외에 다른 인간이 이 숲에서 생활한다.
그도 길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 발자국을 따라가는 내 심리는 무엇일까.
동질감? 호기심?
어찌 됐던 어떤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 사람의 발자국을 밟아 그 위를 덮었다. 그 안에 나의 발자국이 담겨 있었다. 그의 보폭에 맞춰 가니 버거운 감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다른 것은 보지 않고 그 발자국 안에 내 발자국을 남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나는 불이 피워진 곳을 발견했다. 타오르는 불과 그 옆에 쌓인 장작, 큰 바위를 벽 삼아 그 사이로 세운 나무 기둥으로 만든 거처. 덜 만든 것인지 천장은 없었다.
그 옆엔…?
나무로 만들어 놓은 거치대에 작살과 활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도 그렇고, 집이라 부르기엔 뭐하지만 만든 거처도 그렇고 꽤 오래 숲에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발자국이 끊기기 전까지 계속 그 발자국을 따랐다. 그 발자국은 나무로 된 거처 앞에서 끊겼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곳을 만나 반갑기도 하고 그립기도 했다. 그 안은 생각보다 괜찮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그 안의 사람 또한 괜찮은 사람이길 바랐다.
잠시 머뭇거림 뒤에 나무문을 두드렸다.
길게 얇은 빛이 세어 나오는 그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들려왔다.
곧 부드럽지 않은 움직임으로 문이 열렸다.

“…!”

남자는 생각지도 못한 방문에 놀란 듯 했다.
나는 그를 보며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받았고 그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아 같은 것을 느낀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내 뒤에 무언가를 살폈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리고 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생김새처럼 꽤나 아늑하고 단정하게 내부를 꾸며놓았다. 부실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 밑동을 침대 기둥 삼아 튼튼하게 만들었고 그 위에 어떤 짐승인지 모를 가죽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안에서도 안전하게 불을 피울 수 있게 벽 삼은 돌 사이에 불을 피워놓았고 손수 만든 것인지 나무의자와 작은 탁자 또한 볼 수 있었다. (의자가 살짝 기울어진 것으로 보아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 안을 둘러보다 발에 걸리적거리는 것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나무 손잡이였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으쓱거렸고 나는 그 손잡이를 열었다. 그 안에는 음식들이 있었다. 어떤 짐승의 것인지 모를 큼직하게 잘린 고기 덩어리와 꽤 먹음직 해 보이는 열매들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하나 먹어요.”
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커 보이는 열매 하나를 집은 후 작은 나무문을 닫았다. 나는 그것을 다 먹은 후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살았습니까?”

“…보시다시피 꽤 되었습니다.”

“이름은?”

“한서준라 부르십시오. 당신은?”

“지소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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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11 20:33 | 조회 : 1,105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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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남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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