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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능숙한 사람이었다.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갖추었고 그로 인한 표정 단련이 잘 되어 있었다.
그의 입에선 화하고 깔끔한 박하향이 났고 그의 옷은 각이 잡혀 깔끔하고 세련되게 떨어졌다
. 그는 여자를 많이 대한 티가 났다. 처음에는 무난한 장소로 상대를 살피다가 점점 상대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해 그에 맞는 장소로 인도한다.
그의 팔짱을 끼고 여러 곳을 다니자 길은 방해물들이 없었다.
떨어진 좋은 물건들도 없었다.
방해물들은 이미 그의 수하들이 다 치워놓았고 떨어진 포상 또한 그의 수하들이 다 주워 옮겨 놓았다.
내가 환자를 만나는 경우는 더 없어져 갔다. 방송을 다니고 그들의 건강검진이나 하고 위협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할 게 없었다.
미묘하게 길을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점점 어긋나고 있다. 새로운 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와 함께하는 길은 편한 길이었다.
풍족하고 찬란하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넘쳐난다.
더 이상 고생할 일도 없어진다. 그저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모든 것은 자연스레 내 손에 쥐어져 있다.
그렇지만 불확실하다.
그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은 오로지 그를 붙잡은 손에만 의지하는 것이기에 그가 그 손을 놓으면 나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여긴 어딘지 길을 찾지 못한다.
그는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묶어두고 내 시선을 그의 시선에 맞추게 하며 모든 감각을 그에게로 돌렸다.
나의 의사로서의 감각과 길은 서서히 죽어갔고 천천히 삶의 길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