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서막

어째서 내가 아닌 당신이 죽은 걸까-, 수 천 번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몰려오며 바로 옆 당신의 죽음이 슬퍼 우는 나의 혈육을 쳐다보았다.


" 세에레로 가는 전서인가.., 소용없어. "


나는 그 말에 의문을 품고 살짝 고개를 들다 이내 깨닫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곳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 산도.. 들도, 그 어떤 생물도 살아갈 수 없게, 하늘과 물까지 전부 말라버렸지.."
" ..-그런데도, 이 비는 어떻게 내리는 걸까. "


멍한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탓에, 나도 손을 내밀어 비가 주는 떨림을 느끼며 이 비가 나의 눈물을 숨겨주길 원했다. 슬며시 눈을 감자, 더욱 떠오르는 당신의 그리움을 사무치게 느끼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 설마 하늘도.. 당신을 잃은 것이 슬픈 걸까? "


마녀의 죽음을 상징하는 끝 비..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모르기에, 제멋대로 뜻을 붙여버렸다. 하늘이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눈물이 나는 것은, 절대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절대 당신을 붙잡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일 것이다.

손이 떨리는 것은, 이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제, 무엇을...

당신이 남기고 간 공허함을 뼈저리게 느끼다 문득 떠올랐다. 세실의 마지막 부탁이.


" ,..- 학교.. "


지킬 것이다, 당신을 지키지 못한 죄를 이 부탁으로 씻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을 공간일 테니..,

기다려주세요, 내가 당신을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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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8 00:15 | 조회 : 1,348 목록
작가의 말
Ja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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