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투신(投身)과 신계층

"상처가........다 나았어..."

상식 밖의 일이었다. 상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난 거의 죽었다고 생각했다.
첫번째로 찌른 게 깊게 들어가지 않자 조금 뒤에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깊게 찔렀던 것이었다.
헌데, 결과를 봐라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던 내 팔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멀쩡하게 달려있다.
점차 회복된 것도 아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결론은 내렸다. 그렇다.
지옥에서는 상처를 입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옥에 처음 떨궈졌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쉽게 지옥에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만 같다.
일단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한번 상처를 내보기로 했다.
아까 상황에 미루어 봤을 때 상처는 일정 시간에 그것도 그 크기에 상관 없이 순식간에 복구되는 듯 했다.

'작게 상처만 내는거야......'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내 손을 내리찍었다.

"아아악!!!!!!!!아으으읅......!!!"

뇌리를 스치는 듯한, 혹은 찌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전에도 겪었던 감각이지만 도저히 익숙해지기는 쉬워보이지 않았다.
돌이 살을 파고 들어서 혈관을 끊고 뼈를 으깬다.
마치 나무를 돌로 후벼파는 듯한 소리가 내 귀를 뚫는다.
하지만 이런 것 쯤은 이 망할 곳에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몇번이던 간에 다시 할 수 있었다.
육체의 고통에 비할 바가 없는 고독이 날 기다렸기 때문인 것이다.

"후우........X발.....내가 이런 곳에 떨어질 정도로 추잡하게 살았던가?"

혼잣말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내 상처는 복구가 되어있었다.
고통도 말끔히 사라졌다. 허나 정신적 피로는 복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죽지는 않는단 말이지.......죽지는 않는다고......그래....해보자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뛰어내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높이였다.
코 끝을 찌르는 풀내음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진한 죽음의 향기뿐이었다.

'그렇지만.......죽지는 않잖아.......?'

"그렇지?"

눈앞에서 나를 대면한 것은 나를 계속 맞이해주었던 나침반 자석 모양의 돌의 모서리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미간 사이에 유리 파편이 신경들은 일일이 건드리는 듯 했고 후두부는 마치 망치로 둔탁하게 내리친 듯한 그 두 모순되는 감각이 내 머리를 감쌌다.
허나 그것도 잠시......두통은 사라졌다.

'윽아.............대체 무슨?'

입에서 말이 나오질 않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것밖에 없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감각은 꽤나 오묘했다.
마치 구강마취를 당한 듯한 느낌이었기에 이 신기한 느낌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허나 그 순간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오.......이제야 말이 나왔지만........나는 거치고 있나?"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눈은 감겨있고 혀만 무신경하게 움직이며 논리회로를 거치지 않은 채 말을 뱉고만 있을 뿐이었다. 남이 봤으면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인지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불편한 건 맞았지만.....

"아 이제야 보이네.......이제야..........여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문, 거대한 문이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고명한 조각가가 수많은 세월을 걸쳐 완성한 듯한 역작의 자태가 늠름히 내 눈 앞에 있었다.
눈을 부라리며 하늘로 치켜 올라가는 뱀과 그에 얽혀 몸부림치는 사람들, 시체들이 쌓여있고 혼돈의 종자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듯한 눈과 손.......거대한 염소와 형언하기 조차 역겨운 그것들이 그 문에 있었다.
허나 역겨운 그것들마저 위대하게 보이게 하는 그 문............그 문이 나를 이끌었다.

"멋지군."

나는 한마디만을 뱉으며 땅을 짚고 일어서서 문에게 다가섰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서있는 곳이 숲 속이 아닌 모래사장 위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한 것은 그 문에 들어서고 난 후......
나는 문고리를 잡지 않고 문에 그저 손을 대고 온 힘을 다해 밀었다.
문은 그런 내 태도를 인정하듯이 자애로운 듯한 혹은 증오스러운 듯한 열기를 뿜어내며 그 속내를 내게 열어보였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문이 내게 그리 속삭였다. 정확히는 속삭였는지 알 수 없으나 마치 그런 듯한 기분이 들었다.....정말로.........마치..................그건.....나였던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그 문과 나는 동일시되는 것이었던가 혹은 모두 나의 망상에 불과했던 것인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으며 나는 2계층에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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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9 02:21 | 조회 : 358 목록
작가의 말
캌푸치노

학생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올리는 게 쉽지 않더군요.....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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