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때마침 식사가 도착했는지 짧은 노크 소리와 함께 율리아가 들어왔다.

“보스, 다녀오셨습니까.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갖가지 요리가 담긴 서빙용 카트를 옆으로 두고 그녀 역시 조직원 마냥 허리를 깊게 숙여 미샤에게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그녀는 안중에도 없는지 미샤는 여전히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기..... 미.. 샤..?.... 율리아 들어왔는데...”

혹시 못 보았나 싶어 그에게 말해주었지만 여전히 그는 나만을 볼 뿐 입을 열지 않고있었다.
저 정도면 일부러다..

마피아 보스의 갑질..

이 집안 체계 상, 보스인 미샤가 인사를 받아줄 때까지 율리아의 허리는 계속해서 숙여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흠, 흠..!”

내가 괜한 헛기침을 해가며 눈치를 보고있자 미샤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식사는 이쪽으로.”

그제야 숙인 허리를 피고 식사 준비를 시작하는 율리아.
그런데..

“.....!! 보.. 보스.....! 팔이.....!”
“!!!!! 까.. 깜짝이야.....”

식기구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던 조용한 방 안에서 갑자기 율리아가 비명 비슷한 외침을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

바로 옆에 있던 미샤의 품에 안겨들었다..............

왜... 그랬을까........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그에게 안긴 것일까..........!

“읏.. 미샤...?”

그는 날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품에서 나오려 할수록 오히려 그의 탄탄한 왼팔은 더욱 조여왔다.

“율리아, 대체 이게 뭔 짓이지?”
“보스, 다치셨습니까?!! 대체.. 왜......! 오른팔이 왜....... 그렇게....!”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미샤의 오른팔을 살피기 시작하는 율리아.

“죽고싶은가.”
“보스....! 하필이면 왜 또 오른팔이십니까......”

율리아.......
그만 미샤의 팔을 놓지......? 저 화난 얼굴이 정녕 너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야...?!

-쿠당탕!-

순식간이었다. 분명 그의 팔을 붙잡고 걱정스러운 말을 내뱉고 있었던 그녀인데..
저 멀리로 나뒹굴고 있었다.

“!!.. 미.. 미샤........!!”

너무 놀라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녀를 부축해주려 하였지만 역시 그를 떨쳐내기엔 내 힘이 너무 부족했다.

“너때문에 나의 아기새가 심장병에 걸려 죽을 뻔했다. 어떻게 보상할텐가?!”

시.. 심장병이라니........?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보스.... 저는 단지 걱정이 되어...”
“누가 너보고 걱정해달라 했나?”

율리아 역시 미샤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손발이 떨리고 있었다.

“하준을 놀라게 한 것도 모자라 내 오른팔을 만지작대다니. 이 집에서 아주 오래 살았지? 날 호구로 볼 만큼.”
“보스.....! 그게 아닙니다........ 저도 모르게 놀라서........ 보스께서 다치신 것에 너무 놀라서.......”

안돼... 더 이상은...... 내가 말려야 해.......... 이 이상 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

“미.. 미샤..!”

일단 눈 꼭 감고 지르긴 했는데........
그런데..... 대체.. 어떻게 말리지....?!!.... 내가 무슨 수로 이 흐름을 끊어놓지........?.......

“뭐지, 하준.”
“배고파요!! 못 참겠어! 우리 밥 먹자.. 그만하... 고.........”

내 옆으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게... 아닌가.......? 이게... 아니야.....?!...... 뭔데......!!
뭐라도 말을.. 좀 하지...........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

“나.. 오늘 한끼도.. 못 먹었는데..”

제발....! 뭐라도 얘기하라고......

“..... 알겠다. 밥 먹자. 율리아, 나중에 다시 따로 부르도록 하지. 이만 나가봐.”

다행히 그는 나를 품에서 놓아주곤 의자에 앉혀주며 율리아에게 나가라 명했다.
이제 율리아 너만 멀쩡히 나가주면 돼! 그러면 되는거야..!

“보스.. 하준님께서는 아무래도 식사를 하셔야할테니.. 제가 보스의 식사를 돕게 해주십시오. 오른팔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저.. 저.........! 율리아.......! 정말 미친거야........?! 내가 어떻게 널 보내는 건데........!

눈치가 없는 건지 정신이 없는 건지.. 그녀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미샤 쪽으로 향해왔다.

“........! 보스! 아니.. 아니, 미샤!! 내가 도와줄게. 내가 오른팔 한다고! 그러니까 어서 먹자. 나 먹으면서 하나씩 입에 넣어주면 되는거잖아?”

정말 화가 많이 난 건지 주먹을 꼭 쥐고는 벌떡 일어나려는 미샤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막은 것이었다.

“... ㅋ 보스 라.. 하준이 보스라 부르니 색다르게 들리는군.”

그게 아니잖아요....! 보스님.....!

“그래, 더 나를 화나게 만들지 말고 하준이 이렇게 쉴드 쳐줄 때 그만 나가지.”
“..............”

그래... 율리아........
이게 너가 살 길이야..........

그녀는 우뚝 가만히 서있다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 ㅅㅂ”

“음..?”
“하준, 왜 뭐 할 얘기 있나?”

분명 욕이었다. 율리아가 나가면서 나를 보며...

“아닌... 가....?”

에이.... 잘못.. 들었겠... 지. ㅋ 설마 그 착한 율리아가.

“뭘 그렇게 혼잣말을. 심장은 괜찮나?”
“심장?.. 아아... 그 정도는 아니야 정말.. 오히려 배가 고파서.. 쓰러질 지경이라고.”

거짓이었다.
난 여전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 속에 서있던 죄인지 있던 입맛도 사라진 것 같았다.

“먹자, 어서.”

그의 눈치를 스윽 보고는 포크를 들고 제일 눈 앞에 있는 고기 한 점을 입 안으로 넣었다.

대체 이걸 누가 다 먹으라고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거야....!

“아~”
“무.. 무슨..”

내 옆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는 뭔가를 기다리는 미샤..

“빨리. 아아~”
“저.. 그게.....”

사내 둘이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하준, 그대가 그대 입으로 그랬어. 당분간은 나의 오른팔이 되어주겠다고.”

내.. 내가? 언제? 내가 언제 저렇게 세세하게 말했다고..

“나 굶어? 율리아 대신 그대가 하겠다며.”
“그.. 그건.....”

아, 모르겠다.

“아아~”

자꾸 내게 들이미는 입.. 그래.. 차라리 저 입을 막아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내가 먹었던 같은 고기 하나를 그의 입 안으로 넣어주었다.

“흐음. 하준이 주니 더 맛있군.”

그렇게 한 번이 아니었다.
나 한 번, 너 한 번. 대체 이게 뭐냐고......!

“저것도!”

그가 가리킨 브로콜리를 입 안으로 넣어주었다.

“에이, 순서가 틀렸잖아. 하준 먼저 먹고 그 다음 나. 잊었어?”
“나.. 브로콜리 싫어해서..”
“흠.. 편식하는 아기새네. 골고루 먹어야지.”

그 놈의 아기새! 내가 니가 키우는 짹짹 새냐..?!...
누가봐도 지금 이 상황.. 내가 어미새고 자기가 아기새인데..

“그럼 난 이거.. 양상추 먹을게. 이것도 야채니까..”
“좋아.”

내가 뭔가를 하나씩 입에 넣어줄 때마다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놓치지 않고 잘도 받아먹었다.

“팔 다치길 잘했군. 처음으로 다친 것에 만족해.”
“?! 무슨 그런 말이 있어...? 안 다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
“내가 다치는게 싫은가?”
“... 꼭 미샤가 아니어도 말이야. 누가 다치는 것이 좋으면 그건 사이코지.... 안 그래?..”
“이제부터는 내가 다치는 것만 싫어하도록 해.”
“무슨.. 그런...”
“나도 하준이 싫어하지 않게, 아파하지 않게 다시는 다쳐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직업상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사람은 다치면 안되는 거니까..

“응, 다치지 마.”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입술을 겹쳐오는 미샤.

“으읍?”

뭔가 다른게 있다면...

“자, 마무리였어. 디저트. ㅋ”

내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따뜻한 커피..

“이.. 이게.......”

더러워...... 분명.... 더러운 건데.............
더러워야 맞는 건데.............!

목으로 넘어가는 그 커피향이.....
너무 기분 좋아서...
이상할만큼 기분이.... 너무 좋아서.........
...............
.
.
.





























10
이번 화 신고 2019-08-22 23:15 | 조회 : 3,592 목록
작가의 말
귤떡콩떡

오늘도 스톡홀름과 함께!!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