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정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방 문 앞에 대기해 있던 세르게이를 포함 몇 사내들과 함께 미샤가 있을 정원으로 향했다.

“세르게이.”
“예, 말씀하십시오.”

정원으로 가던 중, 갑자기 잊고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 재민은.. 어떻게 됬어..? 알아...? 죽은건 아니지............?”
“...............”

설마..

“......... 재민이..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그를 완전히 잊고있었다.
어떻게 재민을 잊을 수가 있지...?
물론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내 친구였는데.. 무엇보다 나를 도와주려다 그렇게 된건데..

“말해줘.. 나 때문에 그렇게 된거잖아..... 살아는 있는거지..? 세르게이.... 부탁이야.. 말해줘.”
“.. 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달 근신 처분을 받아서..”
“근신.. 처분?”

세르게이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망설이는듯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앞에 허리를 숙이고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준님... 부탁드립니다. 보스께 잘 말씀 드려서 재민을 풀어주십시오..”
“무슨..”
“지금 독방에 갇혀있습니다.. 현재 보스께서 음식은 커녕 이틀에 한 번 물만 넣어주라 명하셔서...”
“......!!..뭐..어..?!”

재민을 죽일 작정인건가.. 나를 한번 도운 것 뿐인데..?

**(재민은 하준의 친구였다가 배신(?)하고 하준을 납치해 온 그 아이입니다. 혹시 잊으셨을까봐요..ㅎ - 1,2,3 화 내용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상처조차 치료받지 못해서.. 저러다간 정말 큰 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때 엄청 맞았는데.. 아직까지 그때 그 상태라고...?!

하지만...

“..내가.. 나 따위가.. 어떻게 미샤를 말려..”

재민이 아무리 나를 도우려다 그렇게 된거라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

“하준님 이시기에 가능한 겁니다.. 말릴 수 있는 사람은 하준님 뿐이십니다... 제발.. 제발 재민을...”

유독 재민을 걱정하는 그였다. 미샤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미샤의 명을 거역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요.. 하준님,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형..? 형이라면..”

둘이 인종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그럴리가 없는데..

“친 동생 같은 아이입니다.. 고아원에서 함께 컸고, 서로 의지해 많은 고비를 넘겨가며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아...”
“부탁드립니다, 하준님..”

그가 내게 허리를 숙이자 뒤에 따라오던 나머지 양복 분들도 따라 허리를 숙였다.
그들도 세르게이의 사정을 아는거겠지.....

“.... 모르겠어.... 지금은 아니고..... 아니... 나.... 못 할 것 같아....”
“제발...... 하준님 뿐이십니다......”
“나도..... 나도 미샤가 무서운걸 어떻게 해.. 내 주제에 무슨....”

내가 이상한걸까.....? 두려움 때문에 친구를 포기하는 내가 이상한거야....?.....

늘 말없이 나를 따라주고 응원해주던 한 때의 친구긴 하지만..... 그래도........
재민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살게되진 않았을거야..... 그만 아니었어도...... 한재민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 모르겠어.. 정말...”
“그를 원망하시는거...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가 벌인 모든 일들은 모두 보스의 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세르게이는 감히 모든것이 보스의 탓이라며 은근히 돌려 이야기했다.

“재민의 의지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거 하준님도 아시잖습니까..... 재민이 하준님을 친구로써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제가 잘 압니다.... 그걸 알아주셔야해요...... 제발......... 하준님.......”
“............ -끄덕- ....... 얘기는........ 꺼내볼게....... 노력은 해볼게....”

그의 의지로 나를 납치한게 아니란 것 쯤은 이제 나도 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난 미샤가 무서울 뿐이라고......

모든 것의 사작은 나였다. 자신이 아끼는 동생이 나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된건데.. 세르게이는 원망은 커녕 내게 마냥 고맙다고만 했다.

“..미안해... 최대한 미샤를 말려볼게....”


———————————————————


“왔어? 배고프겠다. 어서 앉아.”

엄청난 크기의 식탁을 보며 미샤의 옆에 앉았다.

“옷 예쁘네. 하준과 잘 어울려.”
“아.... 옷 감사히 잘 입겠습니다..”

이 옷을 입고 나올 수 있는 곳이라곤 이 정원 뿐이겠지만..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종류별로 준비했어.”
“... 전.. 그냥 스프 하나면 되는데..”

미샤가 누군가에게 눈짓을 보냈고, 처음보는 여자들이 여러가지 음식들을 내왔다.
여자였다. 분명 여자들이었다. 마피아들의 소굴에 여자들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음식이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마음에 들어?”

큰 식탁이 다 채워지고 나서 미샤가 내게 물었다. 나는 그저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하준. 소개할 사람이 있어. 율리아야. 집안일의 총 책임자. 먹고 싶은게 있으면 그녀에게 말하면 돼.”

율리아라는 여자가 내 앞에 허리를 숙였다. 허리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어쩌면 미샤의 여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너무나 세련되게 아름다웠다.

“율리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준님.”

.... 음...? 뭔가 이상했다. 처음보는 그녀의 말에 왜인지 가시가 박혀있었고 어쩐지 나를 은근히 째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착각인가..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하준, 분명 말했잖아. 아랫사람에게 말을 높이지 말라고.”
“아.. 하지만..”
“말 들어.”
“..네..”

미샤와 말하는 중에 그녀와 또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왜 저 얼굴로 마피아들의 가정부 노릇이나 하고 있는 걸까.. 분명 어딜봐도 연예인이나 모델 쪽인데..

“율리아의 음식 솜씨는 끝내줘. 먹어봐.”

미샤는 내가 먹기만을 기다리는 듯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어서.”

그의 재촉에 서둘러 음식을 입으로 넣었다.

“어때?”
“..네.. 좋아요..맛있어요.”

사실 뭔 음식인지 무슨 맛인지 느끼지 못했다. 율리아의 시선이 너무도 따가워 온통 신경이 그쪽에 쏠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싫어하는게 분명했다.

“하준.”
“네?..”
“.. 나한테 집중해야지.”

미샤는 나의 행동이 거슬렸는지 율리아와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는 말했다.

“음식이 맛이 없는건 아닐테고.”
“.............”
“눈을 딴 곳에 두면 내가 화가 나잖아. 방 안에만 갇혀있고 싶은거야?”
“아.. 아니요... 죄송해요...... 단지... 이렇게 밖에서 식사하는 것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거짓말은 순발력이라고 했다.

“그런거야? 율리아를 자꾸 쳐다보길래 마음이라도 생긴줄 알았지. 만약 그런거였으면 당장 다시 불러 그녀를 없애버리려했어.ㅋ”

저런 소리를 너무도 쉽게하는 남자..
그래도 다행히 그냥 넘어가주는것 같았다.

“그.. 럴리가요... 주변을 본 것 뿐인데...”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래도 나에게 집중해줬으면 좋겠네. 안그러면 번거롭게 정원을 없애버려야하잖아.”
“........... 안돼요.... 미샤만... 볼게요....... 잘못했어요...”

정원마저 없어져버린다면 내게 허락되는 곳은 저 집 안 뿐일텐데.... 영원히 바깥공기를 못 마시게되면...

상상도 하기싫어.....!!

“한번은 괜찮아. 누구나 다 실수 한번은 하니까. 용서해줄게.”
“고맙습니다..”

그가 강아지같은 얼굴을 하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발.... 납치범인 주제에 그런 얼굴은 하지말라고!!....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거야? 먹는게 영 시원찮네.”
“아.. 아니요....”

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그 또한 먹는것이 시원찮았다.

“아주 맛있어요.”
“그래..”

음식들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재민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보았다.

“미샤...”
“응.”
“뭐 물어봐도 되요...?”
“응. 뭔데?”

그가 음식을 집던 포크를 내려두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 재민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는 곧장 다시 차가운 눈으로 돌렸다.
식탁보 밑에 숨어있는 나의 두 손과 두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신경쓰지마. 당분간은 세르게이가 널 경호할거야.”
“미샤.. 그를 용서해줘요......... 다시 한 번 그에게 기회를 줘요.. 나도 다시는 그러지 않을테니까....”
“...그만.”
“미샤.....”
“그 이상한다면 그대에게 화 낼지도 몰라.”

거짓말.. 이미 화내고 있으면서..

역시..... 내가 그를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의 말 한마디에도 심장이 이렇게 뛰어대는데...
나만이 미샤를 설득할 수 있다고...? 나여서 가능하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럴리가 없잖아......

그의 너무도 차가운 말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먹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내가 괜한 얘기를 꺼낸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밥 먹는 내내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분명 체할 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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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17 19:00 | 조회 : 4,769 목록
작가의 말
귤떡콩떡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됬네요..ㅜ 이해해주세요.. 한국에 오랜만에 들어와서 싸돌아 다니다 그만..ㅜ 용서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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