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려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나였다. 태어나자마자 이유도 모른 채 버려졌었고, 열 네살이 되던 해에는 나를 입양했던 부모에게 또 다시 버림받았다. 국제 입양이 되었던 탓에 러시아 국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차별과 동양인 비하를 받아오며 살아왔다. 14살 이후, 학교는 커녕 살아남기위해 별의별 돈이 되는 일을 했다. 그 시절, 나는 하늘이 나를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갈 곳 없이 떠도는 삶은 어린 나에게 너무 고난했고 죽지 못해 사는 것이었다.

“유하준, 이번 학년도 또 전액 장학금이라며?!”
“뭐..”
“축하해, 짜샤!”
“축하는 무슨.”

현재 내 나이 스물. 나는 모스크바(러시아의 수도)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다. 떠돌이 삶을 살던 내가 어떻게 대학에 다니고 있냐고?


그 날은 무척이나 해가 뜨거운 날이었다. 열 여섯이 되어서도 진전없던 내 인생에 하나의 동아줄이 내려온 날이었다.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할 줄 알았던 나에게 번역하는 아르바이트가 들어왔고 그 책의 번역을 부탁한 의뢰인은 모스크바(러시아의 수도) 대학의 교수였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던 난 그의 책 번역을 실수없이 도왔고, 그는 그 이후로도 한번 더 의뢰를 해왔다.
어느 날, 나를 마음에 들어했던 그 교수는 내게 제안했다.

“하준, 너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싶어. 우리 대학에서 공부해보지 않을래?”

꿈만 같은 제안이었다.

“단, 예비학부 (1학년에 들어가기 전 준비 과정) 로 말이야. 1년동안 예비학부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그 뒤에 본 학부 시험에 통과한다면 내가 너를 맡을게.”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난 현실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어요.”

교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비학부 기간에는 내가 그대의 학비와 기숙사비를 모두 내줄거야. 하지만 그건 1년 뿐이야. 우리 대학에는 전액 장학금 제도라는게 있거든. 내 말 이해하겠어?”

즉, 죽어라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라는 얘기였다. 이렇게 되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분명 지금보다는 나은 삶일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 날, 결심했다. 교수의 기대치에 부흥하겠노라고..


나는 당당히 언어 문학과에 합격했고, 그렇게 나는 대학생활을 열심히하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다.

“어떻게 한번을 안 놓치고 전액 장학금이냐..”
“이 길이 살 길이니까.”
“뭐 공부못하는 나는 죽기라도 한다는 얘기냐? 쳇..”

내게는 두명의 한국인 친구가 있다. 우리는 서로 성격이 너무도 달랐지만 왠지 모르게 친했다. 말이 정말 많은 김성윤과 말이 정말 없는 한재민. 이들은 내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 사귄 친구들이었다.
러시아에 살면서 한국인을 보기란 쉽지 않았었는데 대학에 와보니 꽤나 많은 한인들이 있었다.

“자, 그럼 장학금도 받았겠다 파티를 해야겠지? 오늘 밤에 ‘비르’(술집) 어때?!”
“안가, 나 바빠.”
“야! 주인공이 빠지면 어떻게 해! 한재민 너는?”
“나도 안가..”
“재민아, 기숙사로 바로 가지? 같이 가.”
“이것들이 내 말은 그냥 무시한다 이거지?! 됬어 니들!!”
“먼저 간다.”

시끄러운 성윤을 뒤로하고 그대로 재민과 빠져나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성윤이 빠지고 우리 둘만 남으면 정말 거의 아무 말을 안하는 것 같다.
기숙사로 걸어가는 내내 정말 한마디도 오가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거의 도착할 무렵 재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유하준.”
“깜짝아.ㅋㅋ 너가 왠일이냐 입을 다 열고.”
“유하준.. 미안해..”
“아니아니, ㅋㅋ미안하라고 말한거 아닌데? 진지충 ㅋ. 왜 불렀는데.”
“이 얘기 하려고.. 미안해.”

-우왁!!!!!-
순식간이었다. 재민이 갑자기 나를 들쳐업어버린 것이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한재미이인....ㄴㄴ”

나의 코와 입이 흰 손수건에 의해 막아졌고,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15
이번 화 신고 2019-06-10 03:36 | 조회 : 4,808 목록
작가의 말
귤떡콩떡

안녕하세요, 귤떡입니다. 제 첫 소설 잘 부탁드립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