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불길했었던 것

13-1화 불길했었던 것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한 때가 마침 점심 때이기도 했었고, 가족이 모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에게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답하기 편했다.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니?"

"네, 다들 좋은 애들이였어요."

이런 질문이 뭔가 익숙하기도해서 그런것 같았다.
그리고 식사를 다하고, 나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저, 애들한테 우리집을 다 보여주기로 해서요."

"그래, 다녀오렴."

"네!"

내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샤를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애가 학교에 잘 적응해서 다행이에요, 여보."

"그래, 마법실력도 늘은 것 같고, 다행이지."

"설마 애한테 그것까지 기대하는 거에요?!"

린의 아버지, 알 아그네스 렉서스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가문은 귀족이긴 하지만 지위는 다른 귀족에 비해 작지.
분명히 나중에 이게 걸림돌이 되는 날이 올걸세.
그러니 작위를 올려두어야 나중에 걸림돌이 안되지 않겠나?"

"그건...그렇죠."

샤를은 살짝 침울한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였다.
아무래도 린이 걱정되는 표정이였다.

"걱정마시오. 꼭 부인이 걱정하는 길 외에 따로 올릴 수가 있지 않소."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어려운걸요...우리 아이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딸을 믿으면 되는걸세, 우리는 우리대로 딸의 밑을 단단히 받혀주자고."

"그래요, 걱정만 하면 안돼겠죠. 린은 우리 아그네스 가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

커피잔을 내려놓는 샤를의 얼굴에는 더이상 고민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곧장 애들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셋은 같은 한 방을 쓰고 있었는데, 그덕에 기다리기 편했다.

"흐음...애들 방은 처음 보는데 꽤 괜찮구나."

나무로 된 2층 침대와, 가운데에 조그만 책상 한개, 옷걸이가 전부인 방이였지만 이정도면 괜찮은것 같았다.
나는 밑에 있는 침대에 누웠는데, 깔끔하고 잘 정돈되있는 것을 보니 아마 알데나 지니의 침대인듯 했다.

"아, 집에 오니까 좋다~."

"난 훈련할거야."

"그건 나중에 해."

그리고 마침,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천천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서 와~."

지니는 알고 있다는 듯 별 반응이 없었고, 핀은 네가 왜 여기 있냐는 표정.
알데는 금방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우리 집 탐방 시간이야."

"응, 엄청 기다렸어, 린!"

나는 애들을 데리고 맨 왼쪽에 위치한 별관으로 데리고 갔다.
별관에는 시중을 드는 집사와 메이드가 머무는 곳과 창고가 있는 곳이였다.

"여기는 익숙하지?"

"우리를 바보로 알아? 우리가 사는 곳이잖아."

"그래그래, 당연히 알고 있지."

그다음은, 나는 정원으로 갔다.
별관과 본관의 사이에 위치한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가면 정원이 나온다.
정원사인 톰 아저씨가 항상 고생해주시고 계신다.

"톰 아저씨, 안녕하세요. 항상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가씨. 예, 항상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본관이였다.
본관은 간단했는데, 손님들이 오셨을 때, 머무는 방과 우리 가족이 사는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본관이 가장 거대한 장소기도 하다.

"이렇게 천천히 다 보니까 크긴 크네..."

핀의 말대로 그냥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르기도 하다.
우리의 눈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게 아니며, 항상 보는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나다니는 메이드들의 인사를 받으며 다음장소로 향했다.

"솔직히 여기는 그렇게 볼게 없어.
다만, 알아둘 것은 1층이 응접실이고, 2층이 우리 가족이 머무는 방, 3층이 손님이 머무는 방이야.
4층은 서재와 우리 가족의 공간이 있고. 도서관 외에는 함부로 들어가면 안돼."

난 애들을 데리고 제2의 별관으로 향했다.
가까워 질수록 요리사옷을 입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가, 제2의 별관. 식당과 창고, 주방 그외의 여러가지가 있어."

아버지가 먹는 것에 엄격하셔서 항상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오도록 식당과 주방, 식재료 창고는 큼직하게 만드셨다.
그리고 창고에는 음식이 신선하도록 온도를 내려주는 마도구까지.

'돈을 절약하는 것도 좋지만, 쓸때는 써야한단다.'

아버지의 말은 항상 귀담아 듣고 있다.
허영심 많고, 돈을 쓰기 아까워하는 귀족 아닌 귀족들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아, 아가씨. 오늘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그 와중에 우리 가문의 요리장인 밥 아저씨와 만났다.
아버지와는 어릴 때 만났다고 했는데, 그때 고용됬다고 한다.

"네, 밥 아저씨."

"디저트는 어떠셨는지...?"

"아, 디저트는 안먹었어요, 미안해요!"

"아, 아닙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에는 먹을게요, 나중에 봐요."

"넵, 맛있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기숙사정도 크기의 건물로 향했다.
조금 가까워지자, 애들도 눈치챘는지 분위기가 올라갔다.

"설마 여기가...."

"응, 여기는 우리 영지에서 일하시는 마법사분들의 기숙사, 기사님들은 저쪽."

내 말에 지니도 좀 흥미를 보이는 듯 내 말에 집중했다.
마법사분들의 방은 각자 개인 공방의 옆방에 있었는데, 마법사들은 연구에 몰두하면 집에 가지 않고, 밤새서 연구를 하기도 해서 취한 조치였다.
그리고 마법사분들은 개인 공방에 매우 만족한 모양이였다.
보통 마법사들은 개인 공방은 커녕, 공방을 같이 쓰기도 못한다고 한다.
이것도 아버지의 철칙.

'아랫사람에게는 항상 최선의 지원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최선을 다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숙사로 들어가자 깔끔한 복도가 이어졌다.
각 방 옆에는 문이 닫혀있었는데, 신기한 점은 침대가 있는 방만 대부분 열려있고, 공방은 꼭꼭 잠겨있었다.

"확실히 연구하는데 방해되면 그렇긴하지..."

우리는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둘러봤다.
그리고 그곳을 빠져나와 기사님들의 기숙사로 향했다.
기사들의 기숙사는 바로 앞에 있었는데, 그앞으로는 연병장과 숲이 펼쳐져 있었다.

"하압!"

"흡! 흡!"

그리고 기사들의 훈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알데와 핀은 벌써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단장님."

"오셨습니까."

몇 명 되지 않는 훈련생과, 큰 덩치의 기사가 연병장에 있었다.
내가 중앙에 서있는 덩치가 큰 기사에게 말을 걸자,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핀, 알데, 앞으로 너희가 신세질 분이야. 인사해."

"시그리엘이라고 합니다."

"핀이라고 합니다."

"알데라고 합니다."

시그리엘이 인사하자, 알데와 핀도 같이 인사했다.
시그리엘은 알데와 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시그리엘, 얘네들 잘 훈련시켜 줘요. 그 어떤 적이 와도 절 지킬 수 있게."

"그렇게 될 것입니다."

시그리엘은 정말 엄청난 실력자는 아니지만 이 제국에서 상위권에 들어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시그리엘의 말을 좋아했는데, 보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거나 '노력하겠습니다.' 같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확정되어 있는 미래를 말하는 것처럼.
무덤덤하게 말한다. 난 그 말이 좋았다.

"시그리엘, 음....앞으로 5일간 핀과 알데, 부탁할게요."

"네."

"그럼 우린 먼저 간다."

"살펴가십시오."

시그리엘과 핀, 알데의 배웅을 받으며 나와 지니는 돌아갔다.

"아, 지니 너에게도 공방이 주어질거야."

"그렇습니까?"

"응, 그런데 지금 남은 기숙사 방이 없다고, 따로 만드셨데."

"감사합니다."

"감사는 우리 아버지에게 해."

지니의 공방은 애들이 머무는 방 근처의 작은 창고였다.
제 2의 별관을 지날 때, 맛있는 냄새가 나 저절로 침이 고였다.
기사와 마법사들의 식사를 만드는 중인가 보다.

'그러고보니 시그리엘은 밥 먹었으려나...'

그렇게 걷다가 지니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문뜩 뒤를 돌아봤더니, 지니가 한 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지니를 부르자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날 따라왔다.

"바로 공방으로 갈거야?"

"아뇨, 오늘은 도서관에 갈려고요."

"그래."

나와 지니는 4층의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한 온화한 인상의 여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인사해, 우리 도서관 사서님."

"안녕하세요, 지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에 여성도 가슴에 손을 올리며 인사했다.
느긋하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매우 좋은 사람이였다.

"안녕하세요, 하루나 카루벨이라고 해요."

"규칙 잘 지키고, 얌전한 좋은 애에요."

"네, 아가씨가 말하신다면 확실하겠지요."

난 지니를 맞기고, 내 방으로 돌아가기 전, 진로를 꺾어 식당쪽으로 갔다.
그리고 지니가 쳐다보던 벽에 손을 대었다.

'내가 그걸 넘어갈것처럼 보였어?'

지니는 장래의 대마법사다. 그리고 그 대마법사가 이상하게 여기는 곳이면 분명.

'무언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지도 모르고, 함부로 썼다간 바로 들킬것이다.
먼저, 주위에 누가있는지 탐색한다.
마법을 구상해서 쓰기에는 내가 아직 미숙하기도 해서 나는 심플한 방법을 썼다.

"후우...."

잠시 집중하자, 몸이 물속에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어둡지 않고, 매우 밝았다.

'천천히...마력을...'

주위의 마력을 이 공간에 밀착시켰다.
탐지 마법 대신 마력으로 공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잠시 후, 이 부근의 풍경이 마력 전부 보였다.
2층을 돌아다니는 요리사 몇명, 지금 내가 있는 1층 복도, 뒤로는 바깥.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벽 뒤의 공간.'

벽 뒤의 공간에는 내가 찾으려 했던, 그리고 내 미래를 바꾸기 위한 열쇠.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범위보다 더 깊이 이어져 있는....지하계단.'

내 미래를 어둠 속에 잠기게 한 원인일지도 모르는 것이, 벽 뒤 속의 차가운 어둠에 쌓여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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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9 18:00 | 조회 : 1,249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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