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통 흰색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곳은 중학교 미술실이었어. 중학교 미술실 문은 굉장히 특이해.
다른 교실과 다르게 미술실은 흰색 문으로 되어있었지.

여전히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는지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 문을 열고 있더라.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너였어.
너는 너의 별명에 걸맞게 금발의 아름다운 소년이었지.

그 미술실에 너만 있었는지는 지금도 몰라.
정말 몰라.

내 눈에는 너만 보였고 나 귀에는 너의 붓칠 소리만 들렸거든.

너는 내가 널 빤히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더라.
넌 그냥 그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소했어.
그림 그리는 사람 처음 보냐고?

아니, 내가 널 처음 본 순간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생소했다고.

어쨋든 난 너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갔어.
그제서야 네가 날 바라보더라.

네가 날 바라봤을 때 난 정말 놀랐어.
넌 정말 아름다웠거든.
어떠한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넌 아름다웠어.

물론 지금도 아름답겠지만.


나를 바라보는 흑갈색의 눈동자와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하얀 페인트에 대조되는 그을린듯한 피부.

그런 아름다운 사람 앞에서 어떻게 그 누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할 수 있겠어?

너는 그때 황당했을지도 몰라.
내가 다짜고짜 너의 그림에는 시선도 두지 않고
'너 그림 되게 잘 그린다.'
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러고서 덧붙이는 말이,
'난 전정국이야.'
라니.

내가 생각해도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때 네가 나한테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 안 나지?
넌 나를 훑어보더니
'난 바이올린 못켜.'
라고 했지.
내 손에 들린 바이올린 케이스를 보고 말이야.

그리고 넌 나에게 이름을 알려줬어.
너의 진짜 이름이 아닌 이 나라에서 쓰이는 이름을.
'그레이' 라고.

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정말 너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햇살보다도 밝고, 맑고 빛나는 너의 이름이 '그레이' 라니.

물론 너의 진짜 이름,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이 너를 부르는 별명을 알게 된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잠깐, 내가 원래부터 남자를 좋아했냐고?
그야 모르지.
난 저 때까지 누구를 제대로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고 마지막으로 사랑한 사람이 너라는 것만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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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4 12:14 | 조회 : 1,409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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