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먼지A가 행성B에게








/
감수성이 풍부하단건, 결코 좋은것이 아니다.
너는 감수성이 풍부했다. 모든것을 공감하고 느끼려 들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은 영화에서 처럼 좋게 작용할 수 없었다. 타인의 행복보다는, 불행을 보는것이 훨씬 빈번하고 쉬운, 어쩌면 불가피한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타인의 불행이나 슬픔을 볼 때 마다 너는 어리석은 걱정을 했다. 그 슬픔을 너무나 잘 공감하기에 무서웠겠지. 너는 어쩌면 평생 닥쳐오지 않을 불행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 했던건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일종의 자학 행위로도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스스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습관이 되기 무척 쉬운 일이었나보다.
너는 항상 스스로 끔찍한 것을 공감하고, 상상하고, 떠올렸다.
한번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던것 같다. 이해도, 공감도 가지 않는 행위였다.














/
천문학자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아마 그들의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들은 큰 우주를 연구했고, 그 우주에 비해 우리는 너무나 미미하고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미미하다는 것 마저도 꽤 충격적이었을 것이므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작다니! 이건 너무 충격적이야, 이건 너무 슬퍼!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그러한 이유로 '행성이 아니라서' 등의 멍청한 이유로 자살하는 인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천문학자의 자살률이 높은것은 어쩌면 그들의 얄궂은 감수성이 우리의 몫까지 그들에게 상실감을 강요해서일 수 도 있다.














/
너는 항상 모든것에서 공감하고 느꼈으며, 상상했다. 슬프거나 분노에 차 있는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고 공감했으며, 타인의 아픔을 똑같이 상상하고 느끼려 했다.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어쩌면 절대 찾아오지 않을 터무니 없는 상황까지도 말이다.
그리고는 항상 나에게 물었다.

너는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어떨 것 같니?

지구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때 가족들이 집에 없으면 어떻게 할 것 같니?

정말이지 멍청하고 어리석기 짝이없는 상상이었으며 질문이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걱정해서 무엇을 하려고 그랬던건지. 그러고는 저 혼자 스스로 견딜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
나는 감수성이 풍부하단것이 나쁘지많은 않다고 생각 했었다. 즐거운 일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하는것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니까 말이다. 또 가끔은 즐거운 상상에 잠기며 나른한 만족감을 만끽 할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안일하고 간악한 생각이었다. 너는 행성이 아니라는 아주 소소한 이유로도 죽어버리는 마당에, 행복보다는 불행을 쉽게 접하는 세상에서 이것은 꿈같은 이야기였으며, 즐거운 생각보다는 괴랄스럽고 해악한 생각이 더 잘 떠오르는 아주 뭣 같은 세상이었기에, 나는 나의 안일함과 간악함에 자조한다.












/
감수성이 풍부했던 너는 매일 우울을 토해내고 나락을 맞아든 체 간헐적으로 헐떡였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네가 좀먹을대로 좀먹고 나면 그런 소소한 이유로도 죽을 수 있었음을 짐작했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모른 척 했다. 애초에 나는 우주먼지가 슬프다는 것 부터 공감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내가 계속해서 줄줄이 늘어놓는 이 이야기는 내가 너를 보고싶어하고 네게 미안하다는 증거이며, 그럼에도 네 죽음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의 잔해물이다. 난 감수성이 풍부하지도, 널 그리워 하며 애도할 시간이 많지도 않은 현대인이기에, 아마 이 감정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주절주절 정신없이 늘어놓은 이 지루하기 짝이없는 이야기의 끝에는 간악하고 추악한 나의 모습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종국에 닿아서는 너에게 죄책감을 지니고 있지만 서도 그걸 해소하려는 모순적인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시나브로 너를 잊어버린 이기적인 나를 찾아볼 수 도 있을것이다.

너는 우리 모두가 행성이 아님에 절망 하였으나,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삶에서 행성 하나 정도의 영향력은 있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우주먼지의 행성이 별로 기쁜 자리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다음생에는 우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우주먼지의 슬픔을 공감하고 슬퍼하지 않을 야박한 행성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며, 우주먼지 치고는 상당히 괴로운 삶을 살아온 너에게

우주먼지B가 행성A에게.

0
이번 화 신고 2019-04-01 00:07 | 조회 : 1,095 목록
작가의 말
Marigold

즐겁게 보셨기를 바라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