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괴물은 봄을 만났다.(삽화)

세상에는 그래도 선한사람들도 존재하는것 같다.
내가 일찍이 세상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을 무렵,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여럿 존재해 있었고 그들이 정말 나에 대해 우호적이고 선한마음을 가졌었다는걸 깨달았을때 이런 선한 사람들도 세상에 존재해 있었음을 느꼈다. 뭐, 결국엔 그들도 나중에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버렸지만, 처음에는 분명 선했다.

나의 □□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게 그렇게 큰 영향을 줄진 몰랐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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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차갑다, 수분이 머리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액체를 주입당해 어지러울때로 어지러웠던 머리가 점점 차갑게 식혀가는것 같았다. 마음에 평정심을 찾아간다. 몸에 긴장이 풀리고 있다. 손가락 하나정도는 꿈틀 할 수 있을 것 같다. . . . 의미는 없어보이지만. . .
눈을 감고 수 분후, 슬슬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 같아 눈에 힘을 주어 간신히 옅게 떠본다. 빛이 확 들어오는것 같아서 다시 감을 수 밖에 없었지만 여기 장소는 알 것도 같다. 우선, 밖은 아니다

그리고 왠지 이곳은 따뜻하다, 귀에는 치이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코에는 고기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이 소리와 냄새들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다.더 자세히 바라보니 그 사람은 앞에 천을 두르고서 끝이 둥근 쇠 막대기를 입에 가져다 대고 후룩 소리나게 마시며 원통의 그릇안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건가? 보통의 기본 상식이 많이 결여되어있는 자신에게는 모두 생소하고 처음 겪는 경험들이였다. 군침도는 냄새와 소리, 따뜻한 온기, 비바람 불지 않는 안락한 장소, 나는 늘 밖에서 지내왔었다. 공터라던가 숲속이나 계곡, 대충 하늘 위에서도 잘 수 있었다.
딱히 추위를 느낀다거나 더위를 느낀다거나 하는 감각기관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럴때마다 마음속이 점점 차가워지는 기분이였다, 그래서 나는 봄이 좋았다. 이곳은 왠지 봄과 같은 기온을 품고있다. 따뜻한 기운, 내몸위에 덥혀있는 이 보드라운 건 뭐지?

손을 들어 툭 건드려보았다. 푹신하고 온몸을 덥혀주었다. 털인가? 무언가의 털인건가? 동물의 털. . .? 조금더 만져보려 뒤척이다 보니 이마위에 놓여있던 무언가가 떨어졌다.

하얀천? 천에 물을 흡수 시키고 내 이마위에 놓았던 모양이다, 눈한번 꿈뻑이고 끙차 신음을 흘리며 상체를 일으켜본다. 옷은 바뀌어 있었고, 다리와 어깨, 머리에는 긴천이 둘러져있었다. 그건 붕대였다. 툭 건드려 보자니 시큼 아픔이 전해져온다. 얼굴을 구기고는 다시 손을 내려놓았다. 이제 눈은 익숙해져서 주위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가장먼저 보이는 큰 창문에서는 멀리서 강 과 내가 보고있었던 고등학교라는 곳이 보이고 있었고 이 집안에서는 뭔가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검은 네모박스 여러개가 크기별로 작은거, 큰거로 있었고 그안에 뭔가 움직이는데,

아, 이건 티비라고 하는거였다, 길거리를 걸어다닐때 종종 보였던 건데 그거랑 많이 비슷해보인다. 또,.. 저건 뼈? 인가. . . 커다란 원통형 바가지그릇에 뼈가 물에 담겨져 있었다.
고기 냄새는 그 원통형 바가지 그릇에서도 조금씩 풍겨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깨어났나?"

방금까지 뭔가의 의식을 치루고있던 것 으로 추정 되는 사람이 내가 깨어난걸 알아차리고 작은 접시를 든채 다가온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직 약기운에 취하고 있어서기도 했지만 온몸이 쑤시기도 했고 저 사람에게서 딱히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은채 눈만 꿈뻑이며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불쑥 그사람이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어. . . 그쪽, 배고플 거 같은데, 이거라도 먹어봐"

그가 내민 접시안은 투명한 물이 찰랑이며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물은 뜨거운 물인건가? 기왕이면 차가운 물이 더 좋은데. . . 하지만 지금상황에 왠지 찬물 더운물 가리지 말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말이 맞다,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라는걸 , 의미가 없기도 하고...

나는 천천히 그걸 손을 뻗어 받아낸다. 접시는 따뜻했다, 실재로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잘보니 이 물위에는 넓직한 고기들이 들어있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보던 고기하고는 달라보여서 그런지 그다지 맛있어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때마침 내 배에선 크게 꼬르륵 소리가 퍼졌고 날 내려보던 저 사람이 그소리에 잠깐 고개를 돌려 쿡쿡 웃고있었다.
이에대해 난 아무 느낌도 없었고 ...
솔직히 말하면 아무생각도 안든다, 내가 접시를 받고 고기를 본 장면까지의 일이 드문드문 생각이 안날 정도이니... 지금 확실한건 원기회복을 위해서라도
얼른 다 마시고 다시 누워있어야 겠다는 사실 뿐이였다.

난 딱히 기대는 하지 않고서 한입에 후룩 마셨을때, 전에 느껴보지 못한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목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물은 속안을 한바퀴 돌듯이 시원한 느낌이 퍼져왔고, 그 위에 떠있던 고기들은 부드럽고 깊은 맛이 우려나오는게 입가심으로 충분했다, 아니... 그이상이였다.

". . . . . . !"

두눈이 번뜩 뜨일 만한 맛이였다,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였다는 점도 한몫 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대충 사람들로 입가심을 하거나 열매를 따먹거나 아니면 굶은 날도 많았었는데, 이런 음식은 나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까지 느껴졌다.

"크흠, 어때. . .? 맛있나? 조잡하게 끓여봤는데 입에 맞을라나 모르겠네"


다친 그를 치료하고 먹을 것을 대접해주고 있던
ㅡ「백료하」 는 검고푸른머리의 그를 내려다보았다, 처음보았을땐 여기저기 피가 들러붙어있어서 넝마같았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혔었다. 평소에 패션에 잘 신경쓰지 않았던 터라 막무가내로 입혔지만 옷걸이가 좋으면 옷이 살아난다고, 왠지 모르지만 그에겐 어울렸다.
가녀릴 것 같은 몸뚱아리엔 붕대가 칭칭감겨져 있었는데 이것도 료하의 작품이다. 저 붕대를 감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 . 상처들은 다리,어깨, 머리순으로 심각했었고 구멍도 뚫려있었던게 뭔가 뚫고 지나간, 흡사 총에 맞은 상처들뿐이였다. 일개의 일반인이였던 료하는 자신이 무슨일에 휘말릴지 예상도 못한채 그를 도왔다. 그저 자신의 집앞에 쓰러져있었다는 것때문에? 다친사람은 못본채 할 수 없었던 인성탓에? 아니면. . . ㅡ오지랖, 그렇게로도 설명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넌 누구야? "

일단 그를 보았을땐 외관상으로는 자신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존댓말대신 반말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그에게서 풍겨오는 사납고 차가운 분위기탓에 말을 쉽게 붙이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의 정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그는 왜 우리집앞에 쓰러져있었고, 그 상처들은 다 뭔지, 무엇보다 그 크고 심각했던 상처가 벌써 아물어져간다는게 믿을 수 없었다. 경악할 만한 회복력이였다.

". . . . "

". . . ?"

검고파란머리의 그는 접시안을 다 해치워먹은건지 텅텅빈 접시를 내게 내밀고 있었다. 뼈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은걸 보니 어지간히 배가 고팠나보군,
그뜻을 보니 한그릇더 달라고 텔레파시로 말하는 듯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그 빈 접시를 그에게서 받아들고 한 국자 더 퍼주었다. 이번엔 밥도 추가로 넣어주었다. 그는 받아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숟가락을 줄 틈도 없이 금새 뚝딱해치워 먹고는

"완-전 맛있잖아?"


-.....뭐야, 말할수 있네?-

나는 데꿀멍한 표정을 지은채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입을 꾹 닫고 인상을 쓰고있었던 그에게서 느껴진 왠지 모를 압박감과 카리스마는 그의 언행한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밝고 명쾌한 톤, 보란듯이 만족한 표정을 지은채 싱글벙글 앉아있는 그모습에 마치, 이웃집 뽀삐같다고도 생각할 뻔했다.

"이야, 세상엔 역시 아직 이렇게 마음씨가 좋은 사람도 남아있다니깐?"

"뭐..?"

말문이 순간 막혔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봐야 할지, 그래도 처음봤을때 보단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져보이지만 그래서 반대로 더 말을 붙이기가 힘들어 졌다. 분위기가 역변한것에 대한 경계심일려나. . .?
그래도 최대한 당당한척, 기세가 센 척 하며 말을 걸어본다. 일단... 한국인의 특유의 인사치레로 이름먼저 알아둘까?

"너, 이름이 뭐야?"

"이름? 없는데?"

. . . . ㅡ의외의 즉답 게다가 알려줄 생각도 없어보였다, 이름을 감추고 싶은걸까? 그래도 생명의 은인에겐 이름 한번은 답해줘도 괜찮지 않나? 괜히 울컥거렸다.

"아니지. . . 깨어났으니까 일단 경찰에 신고먼저. ."

전화기를 꺼내들고 버튼 한번을 눌렀을때 그는 번뜩 눈을 떴다. 순간 흠칫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은혜는 갚겠지만 그래도 나에대해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주라"

그는 그러고선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가벼워 보였던 그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게 보였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걸까? 그의 표정은 크게 달라보이진 않았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것 쯤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더 깨어나지 않았다면 경찰에 연락할 생각이였지만 지금은 그가 깨어났으니, 경찰에 연락보단 본인의 사정을 들어보는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수화기를 다시 내렸다.

"응! 그래! 얘기가 빨라서 좋네,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형씨는 누구고?"

참 얘기가 빨라서 좋네, 그는 국밥두그릇은 뚝딱해야 상황판단이 가능한가보다. 방금까지 그에게서 뿜어나왔던 오라같은 무언가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료하는 숨을 크게 쉰후에 그에게 자신의 집앞에 그가 쓰러져있었다는것, 자신이 치료해주었다는것, 옷을 갈아입혀주었다는것, 등등. . . 세세하게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다 자기소개도 해주었는데, 그닥 관심있게 듣지는 않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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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내가 정신을 잃고 여기까지 왔었나. . ?"

작게 중얼거려 말해본다, 지금 내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로 정리해보건데 난, 그것들에게서 벗어나 강에 빠졌었고, 그대로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왔다, 그때 힘이 남아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의식이 없는채로 이 사람의 집까지 왔었고 그렇게 쓰러져있던 날 이 사람이 발견해 치료해주었다, 가 되는데. . .

"그럼 난 여기서 얼마동안 있었던거야?"

"어. . . 3시간? .. 그정도는 되었을꺼야."

말하면서도 갸웃하는게 자신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여기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면 안된다는것을 잘안다, 그것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 다행히 이사람의 집은 강에서 꽤나 떨어져있고 주변엔 이 집을 가려주는 구조물들도 많은것 같아서 지금까지 들키진 않은것 같지만 갈길이 바쁘다.

나는 내옷의 위치를 물었고 료하라고 했던 나를 구해준 사람은 무리하면 안된다면서 쉬라고 말했다. . . . 지금 그럴시간이 없는데 말이지,? 또다시 잡혀서 그 액체가 주입당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정말 최악이였다, 힘은 빠지지, 정신은 몽롱해지지, 아무튼 그런식으로 끌려가는것 만은 극구 사절, 또한편으론 신세를 진 저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가 거북해서이기도 했다.

"여기에 오래있으면 나 또 그 못볼꼴되거든? 슬슬 옷 내어주지 않겠어? 괜찮아, 은혜는 나중에 꼭 갚을 테니까 응?"

내가 그 옷에 왜이렇게 집착하는지는 나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그 옷이 꼭 필요하다고만 생각 할 뿐이였다. 단벌신사처럼 여러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였기에 더러워지면 세탁해서 다시 써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료하라는 사람은 정말 선한 인물인가 보다, 내가 자는사이에 옷을 세탁해 두었다고 하니. . .

"아니아니! 그런 상처로는 나가봤자. . . "

"아니, 넌 비켜줘야 할꺼야"

"응. . .?"

이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난 나가봐야 한다, 여기에 오래 있어서 폐를 끼치긴 싫고 , 밖이 내 세상이자 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들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비바람을 피할 곳이 부족하긴 하지만 내집을 내집이라고 하지, 뭐라 하겠나ㅡ 집은 있을 사람이 있어야 집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한쪽 손을 들어보인다, 양어깨가 당해서 제대로 힘이 안들어가겠지만, 적은힘으로도 이 사람을 죽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적은힘이 필요했다, 난 그다지 이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다.
맛있는 고기도 먹여줬고, 상처도 치료해줬기 때문에 최대한 살살, 간단하게 살짝만 기절시키고 여기서 옷을 찾은 다음에 나간다. 내 플롯은 완벽하다, 다음은 실행뿐ㅡ!

「퍽!」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대로면 제대로 기절했을...




「부웅」



. . . ? 나는 어느새 공중에 떠있었다. 몸이 중력을 무시한채 내시야는 위를 향해있었다. 그짧은 시간에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의아해하며 고개를 틀자 창문너머로 강과 고등학교가 거꾸로 비춰보인다. 창문틈새로 어느새 벚꽃잎이 하나가 흘러들어왔다. 사뿐히 흘러들어온 벚꽃잎은 그대로 내가 내려찍힐 곳 중앙에 오더니ㅡ

「퍽-!」

그대로 난 몸을 내려찍혔다.
몇초를 멍때리며 나를 내려친 인간,ㅡ 료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커진 동공은 축소될 줄 모르며 그 상황을 최대한 이해해보려 애쓴다.

"아,.. 환자에게 미안하지만,. . . 나 유도 배웠어서..."

자신에게 위협하려한 존재인 나를 반사적으로 내려쳤다는. . . 건가? 이 무슨 반사신경이...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황해서 나오지 않던 말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 한마디로 내뱉은 말은



ㅡ"푸핫! 푸하하하! 이거 참, 역시 넌 착한사람이야! 아하하!"



유쾌하게 웃는 나의 웃음소리가 이 집안에 울려퍼졌고 그말을 예상치 못했는지 료하는 나를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에서 흘러들어온 벚꽃잎이 하나가 아닌 둘이였는지 료하의 발밑에도 사뿐히 벚꽃잎 하나가 내려 앉아있었다.
이 일이 괴물이라 불렸던 그와 약간은 별난 일반인인 료하의 첫만남이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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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8 16:58 | 조회 : 1,27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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