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차원이동(1)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때부터 머리속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고 수정하는 것이 즐거웠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만든것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던중 게임스토리 공모전을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려 1년을 걸쳐서 만든 라그나로크(Ragnarok)라는 제목의 스토리를 적어올렸다.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으로 15살이 었다.

한마디로 엄청난 중2병 망상으로 만든 스토리라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뜻밖에도 내 스토리가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기획자분도 내가 중학생이라는 것은 예상 못했는지 크게 놀라셨다.

그만큼 내가 만든 스토리는 광대하고 세세했기 때문이었다.

내 스토리를 중심으로 게임은 제작되었고 수정된것도 꽤나 많았지만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성공하기 시작했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게임이 되었다.

게임은 보스를 깨면 스토리가 진행되는 형식이었는데 다 깨는데 걸리는 시간은 나와 기획사의 예상으로는 5년이 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디냐.

게임이라면가장 떠오르는 헬조선이란 말이다.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의 엄청난 공격속도에 결국 게임 라그나로크는나온지 무려 2년만에 클리어 되었다.

역시 헬조선,게임의 나라,대한민국은 위대했다.


나는 스토리 작가라서 게임에는 간섭할수 없었기에 내 본명을 그대로 가진 캐릭터 사율로 플레이어의근처에서 구경했다.

물론 플레이어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게 되어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최종보스이자 이 세계의 악이라고 불리우는 마신 악타온까지 나는 가까이서 구경했다.

마신 악타온은 내가 무려 8만9천자나 설정을 적을정도로 애정하고 있는 캐릭터 였다.

인간을 초월한 듯한 아름다운 외모와 5명의 최상위 신들중 가장 강력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어둠은 배척당하는 법이다.

큰힘을 가진 마족과 그런 마족을 창조한 마신은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이었고 결국은 영웅들의 후예의 의해 소멸당할 것이다.

내가 만약 그냥 플레이어 였다면 어둠의 진영에 들어가서 사랑해(?)마지 않는 마신님의 편이 될수 있었는데.

하필 이면 스토리 작가라서 흐름을 전부 꿰고 있었기에 나는 게임에 관여할수 없었다.내가 만약 공략조의 참모가 되면 게임 클리어 시간을 절반이상 단축 시킬수 있기 때문이 었다.

내가 애정을 주면서 설정을 8만9천자나 적은 캐릭터가 죽는걸 원한건 아니었다.마신 악타온은 고고하게 위에서 아랫것들을 지배하는게 어울리는 신이었다.

영원히 군림하는 나의 신님이 이렇게 사라지면 안되는데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다.

나는 사라져가는 마신 악타온의 곁으로가 그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어차피 만져지지도 않고 NPC인 그는 나를 인식할수 조차 없겠지만 내가 애정을 듬뿍넣어 창조한 그를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눈물은 공기 중에 분해되서 땅에는 닿지 못했다.

아마 내 손도 그에게 닿지 못할것이다.그럼에도 내가 손을 뻗는 것을 멈출수없는 것은,눈물이 계속 흐르는 것은.

왜일까?

그가 완전히 사리지기전에 조금이라도 좋으니 닿고싶었다.

닿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손끝이 그의 뺨에 닿은 순간 그 짧은 한순간 차가운 감촉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말로는 형용할수 없는 짜릿한 감각과 닿은 손가락이 묘하게 뜨거웠다.

이상하다.나는 게임에 관여할수 없는 몸인데 어떻게 감촉이 느껴지는 거지?

악타온의 피처럼 붉은 홍옥 같은 눈동자가 놀란듯이 나를 본것 처럼 본인것은 착각일까?

이윽고 그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전까지 그의 홍옥색 눈동자가 내가 있는 허공을 주시했고 나 또한 그의 뺨에 손가락을 댄채로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도 내눈물은 끊임없이 흐르고있었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던 나는 마신 악타온의 죽음과 함께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



"헉억..!헉헉...!"

어두운 숲속에 붉은 머리카락의 어린 마족이 쫒기는듯이 달렸다.어린 마족의 배에서 달리면서 더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마족은 달리는것을 멈출수 없었다.멈추었다가는 그대로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었다.

"이쪽이다!핏자국이 이쪽으로 이어져 있다!!"

가까운 곳에서 남성의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잔혹한 인간들.그들은 마족들 보다 더 잔혹하고 무자비 했다.자신은 그저 어린 인간이 가지고 놀던 공을 주워주었을 뿐이 었다.해를 끼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비명을 지르며 돌을 던졌다.돌을 맞아 쓰러지자 칼로 배를 찔렀다.

마족들도 어린것은 공격하지 않는다.그 어떤 종족들도 어린 씨앗들을 공격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어린 씨앗들을 공격하고 배척했다.

인간들은 마족들은 끔찍하게 두려워 했다.그저 자신들보다 뛰어난 신체능력과 마법을 쓸수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들은 이종족을 배척했다.

어린 마족의 붉은 눈동자가 흐려지면서 눈물이 흘렀다.

"...형아..형아..미안해.."

형이 중간계로 가면 안된다고 당부했는데 멋대로 나와서 이런 꼴이다.살고 싶었다.마족으로 태어난것이 죄라면서 어째서 인간들은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것일까.

이해할수가 없었다.마신님은 어째서 마족들을 도와주지 않는걸까.

"마신님..제발 도와주세요..헉..헉!"

숨이 막힐정로 달려서 그런지 심장과 폐가 욱신욱신 거렸다.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살고 싶어,죽고 싶지 않아,제발...아무나!

아무리 기도해도 마신님은 구해주지 않는다.자신은 아무것도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억울했다.분했다.인간들이 증오스럽고 증오스러워서 서러웠다.

"악!"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시야가 어지러워지며 눈앞이 흐릿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형아...형아 보..고싶어."

인간들에 대한 증오보다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인 형이 너무 보고싶었다.단 한번이라도 형에게 사과하며 울고 싶었다.

닿지 못한 목소리는 그렇게 꺼져가고 있었다.

그 순간 눈앞에 순백의 빛이 나면서 하얀옷을 입은 아직 소년티를 못벗은 흑발의 소년이 빛과 함께 나타났다.

"..마..신님?"

밤하늘보다 검은 흑발은 분명 형이 마신님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마신님이 날 구하러 와주셨구나.라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순간 어린 마족은 정신을 잃고 넘어진 채로 눈을 감았다.

밤하늘 보다 검은,빛조차 삼켜버릴것 같은 흑발의 소년이 서서히 눈을 뜨자 마치 달빛을 그대로 받은듯한 은빛 눈동자가 빛났다.

"....으잉?"

흑발 소년은 바로 최종보스인 마신 악타온을 죽는것을 보고 잠에 든 사율이었다.

뭐야,나 납치 당했나?왜 숲 한가운데에 있지?옷도 하얗고 이상하게 펄렁거리고.설마 이건 혹시 그 소설에 나오는 그 차원이동?


"그나저나 이곳은 어디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살피자 비릿한 피냄세가 풍겨오는 쪽을 보자 붉은 머리의 어린 꼬마 아이가 피웅덩이를 위에 쓰러져있었다.

"설마 나 소환 당한거?"

그럼 저 피가 날소환하기 위해 나온 대가 인가?어린 아이에게 다가가 그를 살펴보니 칼에 찔린듯한 상처와 무언가에 맞은 듯한 자잘한 상처투성이었다.

붉은 머리카락에 뾰족한 귀.마치 내가 설정한 마족의 특징랑 똑같네.하하하,이거 착각인가.설마 나 지금 게임이 끝났다고 게임이 날 잡아끌어 넣은거야?

게임 [라그나로크] 안이 라면 이정도 상처는 마법을쓰면 바로 나을수 있다.문제는 나는 내 마력의 수치를 모르고 마법을 써봤자 써질지 의문이라는 점이다.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는것 보다는 낮겠지.

"[치유.]"

혹시나 싶어서 말해봤는데 은빛빛이 나면서 마족 꼬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그리고는 상처가 말끔하게 나아갔다.

와,나 진짜 이세계에 왔구나.신난다.

"상처는 치료했으니 곧 정신은 차리겠지.그나저나 이곳은 어디냐.내가 설정한 곳은 아닌것 같은데."

나는 중요한것만 설정했지 나머지 부분들은 기획자분들이 맏아서 해주셨기에 자세한 부분들은 잘 알지 못했다.게임에서도 나는 공략조만 쫒아 다녀서 세세한것을 구경할 틈이 없었다.

"생긴걸 봐서는 중간계 같은데."

설정한 이 차원에는 5개의 계가 있는데 신계,천계,중간계,마계,명계가 존재 했다.그중 중간계가 가장 크며 인간의 수가 가장 많았다.

"도움을 청할곳을 찿아보는게 좋을려나."

하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저으며 내 생각을 부정했다.설정상 인간들은 대부분이 이종족을 배척하는 쪽이다.아마 이 어린 마족의 상처들도 인간이 만든 것이겠지.

가엾게도.아무리 마족이 뛰어난 회복능력을 가지고있다고 해도 죽을수 있는 상처였다.그것도 아직 어린아이의 불가한데 너무 한거 아니야.

아참.내가 설정했지.조금 죄책감이 드는 걸.

좋아.마족 꼬마 넌 내가 책임지고 마계로 돌려보내주지.덤으로 가족들 곁으로.

이정도면 양심있는 거잖아.

내가 혼자 자급자족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뒤족에서 풀소리가 나더니 건장한 성인 남성이 중무장을 한채 검을 빼들고는 나를 겨누고 있었다.

"네놈 마족의 내통자냐!"

뒤에서 대뜸 칼을 들이밀면서 저 따위로 물으면 네,제가 바로 마족의 내통자입니다.라고 말할리가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몸을 살짝 돌려 나에게 무례하게 칼을들이 민 남자를 노려보았다.초면에 칼을 들이민 남자의 내 얼굴을 보더니 눈이 커지며 동공이 흔드렸다.

흠,내 얼굴 이상한가?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겨누고 있는 칼에서 짙은 혈향이 풀풀 풍기고 있다.아마 저 어린 마족아이를 찌른 것도 저 망할자식이겠지.

생각하니 짜증이 다 난다.나는 다른 종족들은 최소한의 설정 만했다.예를 들어서 금발의 초록눈의 엘프라던가.예쁘장한 외모의 정령이라던가.

내가 혼심의 힘으로 자세하게 설정한 캐릭터는 마신 악타온 다음으로 마왕 루시퍼 정도 였다.다른 것들은 전부 설정만 만들었뿐 자세하게는 서술하지 않았다.

그렇다.나는 전체적으로 어둠의 진영에 대부분을 투자했다.그 만큼 내가 아끼는일족이 바로 마족이란말이다.

그런데 감히 어린 마족을 고통스럽게 한걸로 모자라 죽이려고 들어?넌 내손에 뒤졌어.내 애귀들(?)은 내가 지킨다!

"[속박.]"

간단한 시동어 하나면 나는 간단히 마법을 쓸수있었다.마력이 많거나 마력친화도가 높거나 둘다거나 어쨋든 게임속으로 차원이동한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남자는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당황한듯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적의가 가득 담긴 갈색 눈으로 날 노려봤다.

오,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네.근데 어쩌나 안무서운데.

"이 더러운 마족의 계약자 따위가!"

뭐가 어쩌고 어째?

이제 너무 화가 나서 말이다 안나올 정도다.내가 설정했지만 너무 심하잖아.마족 또한 신의 창조물인데 이렇게 배척 당해서는 안되었다.

이 가여리고 어린 씨앗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되었다.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 악순환의 고리는 끊기가 힘들다.특히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당한 저 작은 아이에게 오래 기억되겠지.

"어째서?그들 또한 하나의 생명이자 신의 권능으로 태어난 생명인데 왜 그들이 더럽지?"

궁금했다.내 설정은 아주 단편적인 것으로 자세한것은 짜지 않았다.그들을 어째서 어둠을 배척하는 걸까.

"태고의 어둠으로 부터 태어난 존재가 네놈은 두렵지 않은가!그들의 머리색과 눈색을 보아라,소름끼치는 핏빛이지 않은가!보통의 아이가 칼에 찔린후이렇게 멀리까지 도망칠수 있을것 같나?그것은 괴물이다.이 세상에서 해만 끼치는 괴물이란 말이다!"

마족은 마신의 사랑을 받는 종족.태고의 어둠이란말은 마신을 뜻하는 말이다.그저 인간보다 우월한 육체를 가지고 소름끼치는 머리카락과 눈동자색을가졌다고 해서 이렇게 배척 하는 거라고.눈앞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웃기지 도 않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웃음이 나왔다.

".....풋!"

"왜 웃는 거지!"

남자는 속박 당한 상태에서도 내가 전혀 위험하다고 느끼지도 못하는 걸까.여기서 아마 가장 위험한 괴물은 나일것이다.

내가 쓴 마법은 아마도 언령마법.이 세계에서는 이미 소실되어서 기록으로만 남은 마법이 었다.메인스토리 에서는 등장조차 안했지만 말이다.

"웃기지 않아?당신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저 아이는 도망치고 당신은 추격하지.왜?괴물인 아이는 왜 도망치지?괴물이라면서.당신 정도는 손쉽게 처리할수 있었을 텐데.어째서 도망가는건 아이 일까?"

"....그건!괴물이 상처를 입고 있어서!"

"아니!"

아니야.아이는 마족의 아이는 보통 인간보다 몇십배는 강해.그들은 태고의 어둠인 마신의 축복을 받고 있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이는 자신을 상처입힌 인간들을 죽이기 보다는 도망치는것을 선택했다.아이는 알고 있던것이다.증오는 증오를 만들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이런 간단한 것을.

"당신은 아마 평생 모를거야.아니,알려고 하지 조차않겠지.그저 눈앞의 존재를 부정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기에 바쁜당신은 말야.이참에 확실히 말해줄게.저 아이는 괴물 같은게 아니야.부정해도 될 하찮은 존재가 아니야.미래를 만들어나갈 사랑스러운 작은 씨앗일뿐.그걸 부정할 권리는 당신에게는 없어."

"[사라져.]"

언령마법은 의지의 마법.내가 강해게 바라는 것을상상하며 말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왜 이 세계에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야 말로 내가 내 손으로 지키겠어.내가 지키지 못하고 지켜볼수 밖에 없던 모든 것을.

"으아아아악!"

남자는 지금 발끝에서 부터 빠르게 녹아간다.몸이녹는 고통을 느끼고 있겠지.자신의 고통 밖에 모르는자.고통 받아 마땅한 자였다.

눈앞의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서 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내장이 녹아살덩이가 떨어져도 나는 역겹거나 구역질이 나지않았다.그저 그럴뿐이 었다.

"뭐야,내가 더 괴물 같잖아.그렇지 않아?살덩이."

완전히 녹아버린 살덩이를 팔짱끼고 구경했다.역시 시시했고 분노 이외의 감정을 느낄수 없었다.하지만 슬프지도 위화감이 들지도 않았다.

이세계에 왔지만 저쪽 세계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립지 않았다.딱히 주위관계가 나쁜 편은 아니 었지만 앞으로 만날 마신 악타온을 생각하면 내안의 우선 순위가 정해졌다.

"....으..윽"

아이의 신음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서둘러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살펴보았다.옷의 이곳저곳이 찢겨지고 피로 흠뻑 젖어잊었지만 다행이도 상처는 다 치료되 있었다.

"안녕,내 이름은 사율이라고 해.너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래?"

정신차리고 땅바닥에 힘겹게 앉아 있는 아이를 향해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나는 태고의 어둠의 아이에게는 상냥한 사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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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01 12:05 | 조회 : 3,279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와.전부 다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했으니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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